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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07.09]좌충우돌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8일차)-삿포로

MiTomoYo 2023. 9. 1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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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①)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https://electromito.tistory.com/853
1일차(②)쿠시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4
2일차 쿠시로 습원: https://electromito.tistory.com/855
3일차 하코다테: https://electromito.tistory.com/856
4일차 하코다테-토야 호수-삿포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7
5일차 후라노: https://electromito.tistory.com/858
6일차(①) 비에이: https://electromito.tistory.com/860
6일차(②) 비에이-오타루: https://electromito.tistory.com/861
7일차(①)샤코탄: https://electromito.tistory.com/862
7일차(②)오타루: https://electromito.tistory.com/863
 
어느 정도 작성하던 중 갑작스레 발생한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2주 넘게 블로그에는 손도 대지 않다가, 더 이상 미뤄지면 안 될 것 같은 개인적인 위기감에 다시금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 일정의 마지막 방문 장소는, 계속해서 경유지로만 들렀던 삿포로로, 비행기를 먼저 예매한 뒤 일정을 짜느라 삿포로에 단 하루만 머무르는 일정이 나온 데다가(개인적으로 이틀 정도를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숙소 문제로 인해서 오전에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넘어가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하루 연차를 더 내고 월요일 비행기를 예약할걸...'이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여하간 숙소에서 늦게 출발할수록 삿포로를 돌아다닐 시간이 적어지기에 조식을 먹고 빠르게 체크아웃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작은 소동'이 있었던 장소로 나온 뒤에 조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인장과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다.
 
ㅇ 주인장: 오늘은 제대로 예약을 하셨죠? ㅎㅎ
ㅇ 나: 아 ㅎㅎㅎ 네 넵 어제 제대로 이름을 적었습니다. 어제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ㅠㅠ
ㅇ 주인장: 괜찮습니다. ㅎㅎ 오늘은 어딜 갈 예정인가요?
ㅇ 나: 아 오늘은 삿포로로 갈 예정입니다. 그다음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고요. 뭔가 아쉽네요...
대충 이런 얘기를 하다가 조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핸드폰(Z플립 3)을 펴고 인스타를 잠깐 봤다가 접었다가 이러고 있었는데 옆에서 (아마 주인장의 부인이신 것 같았다.) 접히는 핸드폰이 무척 신기하단 반응을 보이셨다.
 
ㅇ 주인장 아내: 오! 핸드폰이 접히네! 엄청 신기하다!
ㅇ 나: 네 넵 ㅎㅎ 한국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모델이에요
ㅇ 주인장 아내: 디자인도 예쁘네! 아이폰은 이런 모델은 없는데 말이지 ㅎㅎㅎ
(여담으로 일본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엄청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ㅇ 주인장: ㅇㅇ 저건 안드로이드 모델일 거야.
(중략)
Z플립 3을 받고 초창기에 주위에서 보였던 반응을 여기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제 국내에서는 꽤 많이 보이는 것이 폴더블 폰인지라 다들 무덤덤한 편인데 말이다.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이런 사소한 대화들을 하다 보니 어제의 실수가 좀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날 이런 화기애애한 대화들이 오고 갔더라면 전 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받은 오늘의 조식. 어제와 크게 다를 것은 없는 메뉴지만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어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접시의 귀여운 고양이 그림. 어쩌면 사소하게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혼자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나머지 소소한 즐거움들을 스스로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란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조식을 다 먹고 빠트린 짐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체크아웃을 진행했다. 호텔에서의 체크아웃은 카드키를 반납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반면,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경우엔 배웅도 해주시고 기념사진도 찍어주셨다. 카메라를 들고 나름의 포즈를 취했었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것까지 봤었는데 지금 보니 그 사진들은 싹 내려갔고, 아쉽게나마 게스트하우스를 나가는 뒷모습 사진만 구할 수 있었다.

 
사진 말고도, 솔직히 이곳을 기억에 남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주인장께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주시면서 '잇테랏샤이!'(다녀오렴이란 뜻)라고 인사를 건네셨단 것이었다. 예전 이탈리아 여행 때도 느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인사말은 늘 '감정적 울림'을 전달하는 것 같다. '타다이마!'(다녀왔습니다.)란 인사를 할 순간이 오게 될는지...?

오타루역까지 가는 길을 가던 중 마침 열차가 지나가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런 철도 사진은 늘 남기고 싶다.

오타루역은 전경을 담을만한 위치를 쉽게 특정하지 못해서, 대신 이런 사진을 찍게 되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마침 올해가 오타루역 운영 120년이 된 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행 시작부터 함께했던 홋카이도 레일패스의 기한이 지나, 이제부터는 열차를 탈 때에 티켓을 구입한 뒤 탑승을 해야 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까지는 열차로 대략 40분 정도가 걸린다. 생각해 보면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을 편도 50분씩 타고 다니는데, 이 정도면 정말 무난한 정도의 거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소가 삿포로역 기준으로 남쪽에만 있었던지라, 북쪽 출구로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목적지는 지난 여행 때는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 대학이다.

캠퍼스에 들르기 전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갔다. 캠퍼스 벤치에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삿포로 역에서 홋카이도 대학까지는 도보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홋카이도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꽤 넓게 조성된 공원이었는데,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여유로운 주말을 만끽하는 사람들과, 대학교 탐방을 하러 온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평화로운 주말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분위기였다.
 

교내 카페 '호쿠다이 마셰 Cafe&Labo'에 들어가서 아이스라떼를 마셔봤다. 카페 내부에서는 커피 외에도 젤라또, 치즈 등을 비롯한 다양한 유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Labo란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홋카이도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여러 가공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카페라떼를 한 모금 들이켰을 때 진한 우유의 맛이 느껴졌다. 젤라또나 치즈를 더 먹어볼걸... 이란 아쉬움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와중에 문득 들었다.
 

초창기 홋카이도 대학을 이끌었고, 'Boys, be ambitious!'란 명언을 남긴 윌리엄 클라크의 동상도 발견했다.
 

여전히 운영되는 고등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삿포로의 관광지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 바로 홋카이도 대학인데,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평지로 구성된 부지, 다양한 디자인의 건물들, 평화로운 분위기(물론 이건 주말이라서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등 느긋하게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산책 중에 발견한 연못과 그루터기만 남아버린 고목.

누가 공대 학사 아니랄까 봐 결국 공대를 한 번 들렀다. 역시나 공대 건물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건물 앞 분수가 포인트. 여기에도 공대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분의 동상이 있었다.
 

홋카이도 대학에는 자전거도 많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요즘 이게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서 뛰는 사람도, 그룹 지어 뛰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이 날 날씨가 꽤 더웠던 탓에 근처에 있는 박물관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교내 박물관이지만 그 규모는 생각보다 큰 편이라, 전부 보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학교의 역사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대학에서 이뤄낸 다양한 업적들을 전시했는데 화학, 생물(특히 수산업 관련), 의료, 인문학(아이누족 언어와 문화),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 짧은 일본어로 인해 그 내용을 다 알기는 힘들었지만 그 위상이 꽤 높다는 느낌만은 분명히 받을 수 있었다.
 

빅물관 끝에는 기념품 샵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사진집 하나를 구입했다. '신의 대지'란 이름답게 홋카이도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집이었는데 사진을 하나씩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홋카이도의 광활한 풍경을 절로 동경하게 된단 느낌이 들 정도다.
 

박물관을 나와서 들른 곳은 은행나무 길이었다. 가을에 방문한다면 정말 장관을 이룰 것 같단 느낌이 들 정도다. 저 푸른 나뭇잎이 죄다 노란색으로 물들었다고 상상해 보라!
 

이곳의 포플러길도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봤는데, 왠지 출입을 제한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금방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학생들끼리 모여 '칭기즈칸 파티'를 하기 위해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괜스레 꼽사리 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수업, 집, 동아리, 도서관을 빼면 뭐가 없는 무미건조한 학부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홋카이도 대학 탐방을 마치고 잠깐 빅카메라에 들러서 아이쇼핑을 한 뒤에 삿포로역을 경유했다. 삿포로역 근처에 쇼핑할 곳이 몰려있기에, 엄마가 부탁했던 '시세이도 파란 자차' 선크림도 여기서 구입했다. 한국에서도 백화점에서 뭘 구입한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짧은 일본어로 어찌어찌 대화를 해서 구입하는 것을 보면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실력의 일본어를 가진 인간인 듯하다.
 
왼쪽의 음료수는 걸어가던 중에 자판기에서 처음 본 음료수가 있길래 뽑아본 것이다. 'Mets Black', 고 탄산 콜라라고 적혀있는데, 국내 대형 마트에서 PB상품으로 판매하는 콜라 같은 맛이 난다.
오른쪽 사진은 삿포로역에 있는 나름 유명한 조각상인데, 지난번 홋카이도에 방문했을 때 어떤 괴한이 무려 저 아저씨가 들고 있는 화살을 죄다 훔쳐갔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와서 같이 갔던 친구랑 깔깔댔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은 화살을 잘 가지고 계시는 모습에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한 번 찍어본 것이다.
 

걸어 다니는 내내 무척 날씨가 덥다고 느꼈었는데, 삿포로 시내에 위치한 온도계가 무려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온갖 짐들을 들고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 근처의 숙소까지 가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걸어가는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지 고민을 좀 했다. 사실 홋카이도 대학 말고 별달리 가기로 정해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삿포로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모이와 산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숙소 근처에서 모이와 산까지 갈 수 있는 노면전차도 있었다.
 

난생처음 타보는 트램. 그냥 평범한 대중교통이었다. 그냥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을 뿐.
 

모이와 산 정상까지 이동하게 될 삿포로 모이와야마 로프웨이. 하코다테에서 탔던 로프웨이와는 다르게 중간에 한 번 환승을 해야 한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삿포로 시내.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까마귀 한 마리가 케이블 위에 앉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산 위를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탔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삿포로 시내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아쉬운 감정이 몰려왔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자각해서 그런 것일까? 그러고 보면 늘 여행 마지막 날은 텐션이 좋지 못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오늘은 그럴 생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랬을지도... 여하간 모이와 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카페에서 파는 소프트아이스를 하나 사서 경치를 감상하기로 했다.
 

핸드폰 파노라마로도 전부 담기지 않는 드넓은 삿포로의 시내. 가까이에서 볼 때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삿포로역의 건물들도, 삿포로 TV타워도, 여기에서는 가이드 지도를 보고 유심히 봐야만 보이는 자그마한 인공물에 불과했다. 삿포로란 도시 한 곳도 이렇게나 넓은데 살면서 지구의 모든 곳을 전부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란 생각과 함께 8일 동안 저 멀러, 보이지도 않는 장소를 부지런히 돌아다녔구나란 생각이 같이 들었다. 여하간 여행의 끝자락에 이곳을 방문한 것은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단 느낌이 들었다. 다음 여행 행선지가 어디가 되더라도, 이렇게 한 번은 그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전망대 위에서 찍은 삿포로의 모습들. 이곳에서 보는 야경도 무척 예쁘다고는 하지만 야경을 보는 시점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이번에는 포기하기로 했다. 무언가 여지를 남겨두고 와야 다음번에도 이곳을 방문할 이유가 생긴다는 나름의 변명을 해보면서 말이다.
 

로프웨이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사진을 찍고 산을 내려왔다.
 

로프웨이 환승지역에서 만난 귀여운(?) 토끼 조형물. 버스를 타고 다시 삿포로역으로 돌아왔다. 딱히 삿포로역으로 와야 할 이유는 없어서 도착한 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JR타워 전망대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야경이 예쁘긴 했지만, 역시나 명소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느긋하게 감상을 할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저 멀리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시간은 어느새 밤 9시.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로 적합한 음식으론 징기스칸이 바로 떠올랐지만, 혼자서는 도무지 갈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라멘을 먹기로 했다. 어디 특별한 곳을 찾기는 심신이 다소 지쳐있어서 4일차에 갔었던 상점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발견한 매우 독특한 간판들. 왼쪽의 가게는 가타카나로 평범하게 상호명을 적어두었다. 그것이 '테지새키'라고 읽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자세히 보니 한글로 돼지새끼라고 적혀있긴 하다.) 오른족 가게는 아예 한글 간판이고.

4일 차에 갔었던 라멘집 옆의 가게에서 라멘을 주문했다. 저 때 마구 피곤이 밀려와서 맛을 제대로 느끼기조차 쉽지는 않았다.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라멘에 들어간 유자가 꽤나 독특한데, 또 어울렸다는 느낌이 들어갔다는 것 정도? 여하간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인스타 DM이 왔다.
 

첫날 내게 DM을 보냈던 인스타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해석하자면
- (인스타 친구) 이제 마지막날 밤이네
- (인스타 친구)삿포로의 스즈키노에 '바 후지타'라고 고양이가 있는 바가 있어
- (인스타 친구)추천하려고 하는데, 홋카이도의 하드 스케줄 때문에 이미 호텔이려나
- (인스타 친구)좀 더 빨리 연락을 했었어야 했는데 까먹었어
* (나) 아 지금 저녁을 먹는 중이야! -
- (인스타 친구) 어디서 먹고 있어?
* (나)타누키코지에 있는 식당(번역기를 써서 원문에는 레스토랑이라고 되어 있음)에서 먹는 중이야
- (인스타 친구) 타누키코지! '바 후지타'도 그 근처에 있는데! 혹시 이후의 일정이 있어?
* (나) 음... 현재는 별 계획 없는데
- (인스타 친구) 아라! '바 후지타' 갈래?
* (나) 아! 응
- (인스타 친구) 30분 정도 기다려! 나도 갈 거야!
* (나) 아! 알겠어!
- (인스타 친구)
와 같은 내용이다.
 
사실 여행하는 중간에 계속해서 고민을 하긴 했었다. 인스타 친구라고는 해도 꽤 오랜 기간 알던 사이인 데다, 이후 또 언제 홋카이도에 방문하게 될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일단 내 일본어 실력이 썩 좋지 못해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어렵다는 점,(당장 위의 대화도 번역기를 활용하였으니) 혹시 괜히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란 우려가 이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근데 이렇게 먼저 연락을 해줘서, 솔직히 고마웠다.
 
얼른 남은 라멘을 후다닥 먹고 '바 후지타'를 향해서 이동했다. 시간이 애매해서 돈키호테에서 고등학교 친구가 부탁한 고구마소주를 사고갈까 하다가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어차피 24시간 운영하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기로 했다.
 

'바 후지타'로 가는 길에 지나친 스스키노 거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기 귀찮아 폰카로 대충 찍고 갔다. 먼저 도착해서 잠깐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SNS상으로만 종종 봐왔던 사람이, 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날 불렀다. 나 역시 무척 반가웠...지만 역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름은 분명 알고 있었는데, 사오리 상.
 
건물 5층에 위치한 '바 후지타'에서 사오리 상과 바 오너 후지타 상과 2시간 가량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다. 물론 내가 프리토킹이 되지 않기에 대화가 잘 되지 않을 땐 번역기를 이용해서 필담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으으 멍청이 그러게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지!!!
그리고 이 바에 온 또 하나의 목적 고양이! 생각해보면 사오리 상과 서로 팔로우를 맺게 된 계기도 고양이를 통해서였다. 여하간 이 바에는 모두 4마리의 고양이들이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멜로우, 브란, 타마(흰색 고양이), 그리고 코란이란 이름의 고양이다. 다들 너무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영상도 좀 찍어봤다. 여하간 진짜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ㅠㅠㅠ

사오리 상, 후지타 상, 그리고 중간에 사오리 상의 남편 분(쥰키 상)도 와서 네 명이서 여러 얘기들을 했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대충 기억나는 것들을 좀 적어보면
 
ㅇ 여행 때 어디 갔다 왔는지, 그리고 찍었던 사진들 관련
- 토야 호수는 여름에 캠핑으로 자주 간다고도 했고
- 후라노 사진을 보고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하길래 일본어는 안들리고 죄다 중국어만 들린단 얘기도 했고
- 오타루에서 '임대 문의' 사진이 많을걸 보고 '임대 문의 좋아해?'란 질문도 받아봤고
- 잠깐 들렀던 타키카와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란 얘기도 들었고
- 겨울에 열리는 눈축제는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데다 현지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큰 행사는 아니란 얘기도 들었고
- 또 어디 가고 싶냐는 말에 교토를 한 번 더 가보고 싶다고 하니 요새 교토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는 곳이란 얘기도 들었고
- 맛있는 것 많이 먹었냔 말에, 사실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대충 때웠단 말을 하니, 자기는 상상할 수 없다면서 맛있는 부타동을 먹으러 오비히로까지 세 시간 운전해서 간 적도 있었다고 알려줬다.
 
ㅇ 한국/일본 관련해서
- 정말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일본 사람들을 좋아하는지? 혹시 여행 오기 전에 부모님이 일본 간다고 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냐고 물어보길래 주위에서 일본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조금 그런 생각을 하신 분들도 있다고 했었고
- 후지타 상이 일본에서도 매스컴이나 정치권에서 너무 과장되게 얘기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곁들이기도 했다..
- 쥰키 상은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를 했는데 정작 내가 보질 않아서 할 말이 없었다. ㅠㅠ
- 한국 아이돌 얘기도 아주 잠깐 나오긴 했었다. 근데 금방 다른 얘기로 묻혀버린 것 같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질문들, 이를테면 직업은 뭔지(첼로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있는지 등등 두 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고양이들과 놀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약간은 피곤했지만,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 더해서, 솔직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오리 상이 '우리 이제 토모다치(친구란 뜻의 일본어)지?'란 말을 했을 때였던 것 같다. 어쨌던 살면서 생긴 첫 일본 친구란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은 우정의 선물.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바를 나서기 전에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이건 서로의 얼굴이 들어가있어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친구가 부탁했던 고구마 소주를 사기 위해서 돈키호테 매장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발견할 수 없어 점원에게 물어본 뒤에야 겨우 원하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 쿠로미 인형과 굿즈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반. 정말 피곤했지만 짐정리를 거의 끝내야하서 정말 늦게 잠에 들었던 것 같다.

<8일차 이동 기록>

ㅇ 열차-JR 홋카이도(오타루~삿포로) (09:22~10:17): 33.8km(누적: 1,958km)
ㅇ 트램(스스키노~로프웨이 이리구치) (15:54~16:19)-4.6km(총: 4.6km)
ㅇ 로프웨이, 모리스카 포함 (16:43~16:56 / 18:58~19:11?)-2.8km(총: 4.4km)
ㅇ 버스-53번 버스(모이와산 터미널~삿포로역) (19:11?~19:30): 4.9km(총: 168.1km)
ㅇ 도보-(32,964걸음): 24.88km(누적: 186.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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