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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07.09]좌충우돌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4일차)-하코다테-토야 호수-삿포로

MiTomoYo 2023. 7. 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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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①)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https://electromito.tistory.com/853

1일차(②)쿠시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4

2일차 쿠시로 습원: https://electromito.tistory.com/855

3일차 하코다테: https://electromito.tistory.com/856

 

다소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고는 해도 혹시나 싶어서 알람을 6시에 맞춰두긴 했었다. 얼핏 알람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눈을 떠보니 7시 40분이었다. 오늘 목적지인 토야 호수는 10시에 하코다테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도 충분히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제 자판기에서 뽑았던 럭키-삐에로 커피를 들이켰다. 레쓰비와 비슷한 형태의 커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침고로 하코다테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을 경우 호텔 조식을 먹을 필요 없이 하코다테 아침시장 내의 식당에서 먹는 것도 좋은 선택지긴 하다. 다만 이번에 숙소 예약을 할 때 정신없이 하다 보니 조식도 전부 예약을 해버렸기에 그냥 호텔 조식을 먹었다.

 

호텔 조식. 반찬 몇 개와 미소시루, 그리고 낫토! 가 있길래 집어 들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고 나도 처음에는 '우왘! 이게 뭐야!'란 반응을 보였지만, 어느샌가 꽤나 좋아하게 되었다. 반찬들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징어 절임이었다.

오징어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이 절임 특유의 강한 짠맛을 이겨낼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만약 회나 초절임과 같은 방식으로 나왔다면 산더미처럼 집어 들어 싹 먹어치웠을지도?

 

체크아웃을 마친 뒤 하코다테 역으로 향했다. 1시간 반 가량의 여유시간이 주어져서, 어제 갔었던 기념품샵과, 눈여겨두긴 했지만 가보지는 못했던 역 뒤의 항구 쪽을 잠깐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역시 뭔가 더 살 것이 있었다! 내건 아니지만, 동생이 좋아하는 키티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것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 홋카이도 대학교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의 명언 'Boys be ambitious'를 본뜬 키티 인형이 눈에 들어와서 집어 들었다. 손수건은 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여행지에서 왠지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후에도 여러 기념품 가게를 들러봤지만 저 키티 인형은 오직 저곳에서만 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서 먹을 생각으로 구입한 캐러멜과 유바리 멜론 푸딩. 가게 내에서 호객당해서 산 것이다. 원래 치즈 케이크를 담당하던 분이었는데, 치즈 케이크의 경우 냉동 보관이 필수인 반면에 나는 냉동보관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다 보니 그렇다면 이건 힘들 것 같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구입한 것이 푸딩과 캐러멜이었다.

 

이어서 방문한 항구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웠다. 맑은 하늘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둑 위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망에는 이미 잡은 물고기들이 여럿 있었고, 마침 또 한 마리 낚으신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쓰레기였다.

그 옆에서 위에 올려둔 사진을 찍고 내려가려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나를 불러 세우셨다.

 

ㅇ 할아버지: "아 내가 여기 사진을 좀 찍으려고 하는데 자네가 사진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좀 괜찮아 보여서... 괜찮다면 잠깐 저기 서있어도 될까?"

ㅇ 나: "아 네 물론이죠! 잠시만요" 둑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는 포즈로 30초 정도 서있다 내려왔다.

ㅇ 나: "되셨나요?"

ㅇ 할아버지: "응응 다 찍었어. 정말 고마워!"

ㅇ 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여기 굉장히 예쁘네요"

ㅇ 할아버지: "그러게나. --------"

ㅇ 나: "우으 죄송해요. 제가 외국인이라 일본어를 잘 못해서요"

ㅇ 할아버지: "그래? 아냐 아냐 일본어 잘하는 것 같은데"

그 뒤로 할아버지께서 여러 말씀을 더 하셨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할아버지께선 오래전 출시된 듯한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계셨는데, 내 카메라가 좋아 보인다는 말씀도 얼핏 하셨던 것 같다. 대화가 대략 끝나고

ㅇ 나: "아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ㅇ 할아버지: "그래 즐거운 여행 되렴"

 

대략 이런 대화가 오갔는데, 다시 역으로 가려다가 문득 놓친 것이 있어서 할아버지에게 다시 갔다.

ㅇ 나: "아 혹시... 아까 찍으신 사진 잠깐 봐도 될까요?

ㅇ 할아버지: "응 잠시만" 사진을 보여주셨다.

ㅇ 나: "음 좋은 사진이었네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ㅇ 할아버지: "잘 가~"

그러고 열차에 가서야 '아 할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사진을 폰으로라도 좀 찍어둘걸!'이란 늦은 후회를 하였다. 할아버지께서 찍으신 사진은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생글생글 웃으시면서 이야기도 하시고 사진도 보여주시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해 줬을 뿐만 아니라 나 역시 하코다테에서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정말로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토야 호수로 출발할 열차를 기다린다.

 

열차가 출발하길 기다리면서 아까 산 푸딩 하나를 먹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푸딩을 생각하면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맛이지만, 역으로 나는 유바리 멜론 특유의 자연스러운 맛을 구현한 것 같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토야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토야역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 된다. 하코다테와 삿포로의 중간쯤 위치를 해서 열차는 2시간 정도 타고 가면 되는데, 가는 길에 열차 밖 풍경을 한번 영상으로 담아봤다. 이럴 때 플립3가 참 편하긴 하다.

매일 오랜 시간 열차를 타고 다녀서 그런가 체감상 금방 토야역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캐리어를 락커에 보관한 뒤 토야역 바깥으로 나왔다. 토야 호수로 출발하는 버스가 막 도착을 했다. 안에 계신 할머니께 '이거 토야 호수로 가나요?'라고 다시 한번 여쭤본 뒤 탑승을 했다. 버스가 금방 출발한다. 토야 호수는 산 위에 있는데, 올라가는 버스에서 보이는 시내와 바다의 모습이 꽤나 멋있었다. 멍 때리는 사이에 한 정거장을 지나쳤다. 그것도 해당 정류장 직전에서야 알게 되어 하차 버튼을 누르느라 버스가 급정거를 했다. 우으 죄송... 다행히 정거장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본모습은...

 

그저 웃음이 나왔다! 탁 트인 시야에 보이는 드넓은 호수와 저 멀리 보이는 산,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까지.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다소 즉흥적으로 선택한 곳이지만 그 선택은 완벽한 정답이었다! 지도를 보니 토야 호수의 지름은 대략 40km가 될 정도로 드넓은데, 당연히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는 불가능하니, 산책로를 따라 적당히 호수를 감상하다 유람선을 관람한 뒤 돌아가기로 계획을 짰다.

 

토야 호수 산책로의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다는 점이다. 총 58개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먼저 반시계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중간에 한창 도로 공사를 하는 먼지투성이 길이 나와서 거기까지만 이동하고, 시계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오리배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근데 이걸 타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날이 더워서 그럴까... 아니면 애초에 인기가 없었던 것일까...?

호수를 따라 설치된 여러 조각상들.

 

오늘도 점심을 건너뛰었다. 마침 간이 카페가 보여서 뭔갈 사 먹기로 했다. '변덕스런 빌리지'란 재미있는 이름을 내세웠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니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넛과 여러 음료를 파는 듯했는데 도넛은 전기 문제로 당장은 판매할 수가 없다고 했다.

메뉴를 살펴보다 특제 레모네이드가 있다고 해서 그걸 주문했다. 직접 만든 레몬청을 이용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꽤 맛이 괜찮았다.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넛을 사볼까 했는데 그땐 장사를 마쳤는지 트럭이 사라져 있었다.

계속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정말 산책을 하러 온 느낌. 여행기간 내내 힘든 일정을 소화해서 그런가 마음도 느긋해지는 기분. 이전까지 여행에서 자꾸 일이 터졌던 것이 심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란 생각도 들었다.

 

왼쪽에 보이는 조각상은 '월광'이란 조각상이라고 하는데 호수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책로의 끝. 여기가 토야 호수의 특징인 화산 호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라고 한다. 카메라로도, 파노라마 샷으로도 한 번씩 사진을 남겨보았다. 이 뒤로도 길이 더 있어 보이긴 했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기로 해서 천천히 돌아가기로 했다.

개인용 카누(맞나?)를 즐기는 사람과 이따가 탈 유람선이 저 멀리 보인다.

 

왼쪽 작품 역시 이곳에서 유명한 'Muse'라는 조각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고 나오니 이곳에 놀러 온 가족이 하나씩 등 위에 올라타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즐거워 보였다.

다리가 아파서 분수가 있는 벤치 옆에서 잠깐 쉬었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물방울이 마구 내게 날아온다. 카메라가 조금 걱정은 되지만 일단 시원하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조각상들, 금세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했다. 

유람선에 탑승. 호수 중간에 있는 나카지마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운행하는데 중간에 섬에서 내릴 수도 있다.

유람선이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와 갈매기들이 반긴다. 특히 갈매기의 행동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유람선에서 보는 토야 호수의 모습은 산책할 때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유람선 위에 올라탄 갈매기. 역시 재미있다.

 

중간 목적지인 나카지마에 잠시 내렸다. 이곳에 내릴 때 알아둬야 할 점은 16시 반에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를 반드시 타야 한다는 것과 16시가 되면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트래킹 코스를 닫는다는 점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정확히 16시여서  직원이 해당 길을 닫는 것을 확인하였다. 트래킹 코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지막 배가 이곳에 들렀다가 출발할 때까지의 시간을 감안한 것이라고 하니 그렇게 작은 길이는 아닐 것 같다.

그 길을 제외하면 사실 여기서 할 것이 없다. 갈매기와 건너편의 풍경 정도를 구경하는 것이 전부. 다음 배가 언제쯤 올지를 기다린다.

배를 타고 선착장에 돌아왔다. 이제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기에 토야역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버스는 1시간은 기다려야 도착한다. 토야 호수 입구 근처를 서성이며 조각상들 구경을 좀 더 했다. 가운데에 있는 소녀상은, 산책로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아 안쓰럽단 생각도 들었다.

 

이제야 늦은 점심을 먹는다. 세븐 일레븐제 고등어구이 주먹밥과 연어 주먹밥. 맛은 그냥저냥이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산책로를 찰칵!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동네를 찰칵!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이 사진에서는 잘 안 드러나는 편이긴 한데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꽤 많았단 것이다. 중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찾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휴양지의 특성(좋은 풍경, 여유로운 분위기, 온천 등)을 고루 갖추고 있고 거리도 삿포로에서 아주 먼 편도 아니니 찾아올만 하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시간상 보지는 못했지만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는 매일 20분간 불꽃놀이를 한다고 하고, 유람선 위에서 이를 감상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얼마나 멋있을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

 

17시 57분. 토야 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역까지 이동했다. 토야 역에서 바다까지는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고 하는데 금방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어서 포기했다. 다음 열차는 1시간 반 뒤에나 오다보니 혹여나 지금 열차를 놓치면 여러모로 피곤해질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코인 락커에서 캐리어를 챙긴 뒤 열차에 탑승하였다.

 

삿포로역 도착. 그제 묵었던 숙소에서 다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던져둔 뒤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근처 상점가에서 늦게까지 영업하는 라멘집에 들어갔다.

 

사진만 봐도 정신줄을 놓은 것이 보인다. 초첨이 전혀 맞지 않은 사진이다. 미소라멘과 교자. 토핑에 죽순을 추가하였다. 맥주도 마실까 했지만 별로 끌리질 않아서 말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내일 방문할 후라노를 어떻게 돌아다닐지를 대충 계획하고 휴식을 취했다.

 

<4일차 이동 기록>

뭔가 불완전한 구글 맵 타임라인. 하코다테 이동경로가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ㅇ 열차-JR 홋카이도(하코다테-토야 / 토야-삿포로) (10:03~11:57 / 18:31~20:37): 318.7km(누적: 1,293km)

ㅇ 버스-토야 호수 행 버스(토야 역-토야 호수 / 토야 호수-토야 역)-(12:13~12:35 / 17:57~18:17): 12.7km(누적: 42.7km)
ㅇ 토야 호수 유람선-(15:30~17:00): ??km
ㅇ 도보-(23,193걸음): 17.63km(누적: 90.5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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