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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07.09]좌충우돌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1일차①)-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MiTomoYo 2023. 7. 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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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갈 때는 무조건 아침 일찍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 아무리 비행시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입국 수속을 밟고 하는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여행은 늦은 아침부터 시작되기에,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가는 것이 좋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집 앞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어 잠을 다소 포기하고 첫 차를 타고 가면 굳이 전 날 밤에 공항에서 대기할 필요도 없다.
 
새벽 3시 반. 미리 챙겨 놓은 캐리어와 세 개의 렌즈와 카메라, 여권, 현금, 기타 용품들을 두둑이 담은 가방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마신 뒤에 정류장으로 향한다.
 

새벽 3시 51분 정류장 도착. 새벽이지만 날씨가 습해서 그런지 땀이 꽤 난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딱히 졸린 느낌은 없다. 버스는 4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3년 반 만에 가는 인천국제공항. 리무진은 더더욱 오랜만이다.
 

새벽 5시 7분. 인천국제공항 1 터미널 도착. 굉장히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다. 1층으로 내려가서 예약한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하였다. 아이패드가 있다 보니 로밍보단 도시락을 통해 스마트폰과 패드 둘 다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바로 출국 수속. 이른 아침이라 출국수속 게이트는 3개만 열려 있어 굉장히 긴 대기줄이 형성되었다. 내 뒤의 다소 어려 보이는 학생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어쩌고 엔화가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오사카에 가는 모양이다. 가방에 달린 시나모롤 인형이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준다. 산리오 캐릭터들은 참을 수 없지.
 
오랜만에 받는 출국 수속. 예전에는 각 단계마다 해야할 행동들이 바로바로 나왔는데, 몇 년 만이라 그런가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설명을 듣거나 읽어야만 각 단계를 통과할 수 있다. 코로나 시즌이 길기는 길었던 모양이다.
 

 
셔틀을 타고 게이트까지 이동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끼니도 제대로 안 챙겨서 배가 꽤 고팠다. 굶주림에는 다소 익숙하지만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면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그리 시간이 많지가 않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다 보니 간단하게 배를 채울 정도면 되는데 푸드코트에는 딱히 그런 메뉴가 보이질 않는다. 에그드롭은 괜찮을 것 같다. 근데 주문은 어디서 하는지? 카운터는 보이질 않는데 키오스크조차 보이질 않는다. 꽤 많은 사람들은 에그드롭 샌드위치를 먹는데 이들은 어디서 주문을 한 것이지? 모르겠다. 포기.
 
탑승 게이트 근처에 간이 카페가 있다. 파니니가 있다. 저걸 먹을까? 근데 크기가 커서 조금 부담스럽다. 마침 기성품 미니 바움쿠헨이 눈에 들어왔다. 2개를 사서 대충 입에 넣어버린다.
 

게이트가 열리고 승무원의 인사를 받으며 비행기를 탔다. 게이트가 닫히고 활주로까지 이동. 그리고 강력한 중력을 느끼면서 이동. 비행기는 이륙 후 5분, 착륙 전 5분이 제일 위험한 순간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늘 긴장한다.
 

창가 밖으로 서서히 멀어지는 한국, 곧이어 나타난 구름 몇 장의 사진을 찍는다. 기내방송으로 일본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 단 '큐 코드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서'란 단서가 붙었다. 두 장의 종이에 이것저것 작성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큐 코드는 뭐지?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큐 코드를 준비한 모양이다. 나를 비롯해서 몇 명의 사람만이 종이 두 장을 받는다.  갑자기 옛날 사람이 된 기분.
 
종이 두 장의 작성을 마치고 잠깐 멍하게 있으니 어느새 착륙이란다. 마을이 보였다가 드넓은 초원이 보였다가. 이것이 홋카이도의 매력인 듯하다.
 
도착. 일본 입국 심사. 몇 년 전부터 일본으로 금을 밀반입하는 사례가 많아서 그런가 이것을 우선적으로 물어본다. 일본어로 질문하니 일본어로 대답이 나왔다. 일본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는 많지 않은 단어들을 조합하면 그 의미를 때려 맞출 수 있다. 정 안되면 '외국인이라 일본어를 잘 못하는데...'스킬을 시전 하면 된다. 이 문장만큼은 마법의 문장이다. 셋 중 하나의 반응이 나온다 '죄송하다'거나 '어디 사람인가요?' 아니면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던가.
 
심사원의 마지막 질문은 '홋카이도에 온 적이 있었나?'와  '어디 어디 가느냐'는 것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이고, 쿠시로와 하코다테 그리고 삿포로를 간다고 대답했다. 쿠시로를 간다는 말에 '오? 이 녀석 홋카이도 좀 치네?'란 표정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여권에 붙여진 LANDING PASS.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매년 여권에 이것을 붙이는 것이었는데, 그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신치토세 공항에 발을 들이자마자 받은 것은 홋카이도 우유. 스티커와 함께 하나씩 나눠준다. 혹시라도 받게 되면 거절하지 말고 받아서 마셔도 된다. 홋카이도 우유 맛있다. 잠깐 공항 3층을 둘러본다. 3층에 가면 로이스 공장, 헬로키티관, 도라에몽관 등등 재미있는 곳이 많다.
 

시나모롤의 편지. 사람들에게 쿠로미 러버의 기믹을 완벽히 정착시킨 나이지만 시나모롤도 너무너무 귀엽다.
 
쿠시로까지는 기차를 타고 3시간 55분.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기에 일단 공항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맨 처음 보이는 라멘 가게는 줄이 길게 서있다. 어마어마한 맛집인가? 일단 줄 서서 뭘 먹는 것에 대해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나는 다른 곳을 찾아본다. 영업을 시작한 곳이 많진 않다. 일단 아무 데나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한다.
 

연어참치동과 미소시루. 아직 일본어가 잘 나오질 않는다. 아니 일본어를 애초에 잘 못하는데 유창하게 나올 턱이 없지. '이거 주세요'란 생활 일본어를 이용하여 주문 완료. 허겁지겁 먹는다. 연어는 역시 맛있다.
 

후식으로 멜론/소프트 믹스. 홋카이도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한국에서 미리 구입한 JR 홋카이도 패스 7일권을 찾으러 역사로 내려간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위치가 바뀌었나 보다. 대학교 때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덕분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던 직원 대신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응대를 하주는 직원이 JR 홋카이도 패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것을 잊어버리면 재발급이 안되니 조심하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패스 구입에 쓴 돈은 그렇다 쳐도, 쿠시로나 하코다테처럼 먼 곳은 편도로 9,000엔 가까이 깨진다. 굶고 다니기 싫으면 여권만큼 신경 써서 보관을 해야 할 것이다. 패스를 받고 미나미-치토세까지 갈 열차를 기다린다.
 

곳곳에 놓여있는 자판기가 인상적인 나라다. 동전을 만들거나 털어낼 때도 쓸 수 있고, 궁금한 음료수를 하나씩 마셔볼 수 있는 재미도 있는 여러모로 유용한 녀석이다. 홋카이도에 왔으니 홋카이도 한정 커피를 마신다. 음료수도 '한정'이란 글귀를 보면 참을 수 없지.
 

약간은 묵직하고 쓴 맛. 괜찮은 편이다. 열차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나도 그 무리의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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