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27

슈베르트 평전(엘리자베스 노먼 맥케이 저/이석호 역/풍월당)

한창 심적으로 힘들었던 작년 내내 자주 들었던 음악이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 D.899중 3번째 곡(Gb장조), 현악 5중주 C장조 D.956,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959였다. 주위 사람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으로 음악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나 감정 같은 것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곤 하는데 저 3개의 음악은 달랐다. 즉흥곡으로부터는 멜로디와 흘러가는 아르페지오의 화성적 변화를 통해서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후회, 현악 5중주를 통해서는 불안감과 분노의 감정, 소나타를 통해서는 외로움과 인생에 대한 미련 같은 것들을 느꼈다. 슈베르트가 저 곡들을 만들던 시기의 살아온 시간과 내가 살아온 시간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에르 ..

책!책!책! 2022.11.17

더블 베이스-저음 현악기의 역사와 이해(남두영 지음/모노폴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이 책은 대단하다! 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서문을 통해서 본 저자의 이력을 보면 대학교 동아리를 시작으로 더블 베이스에 입문한 치과의사인데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대하고 자세한 내용을 두루 담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존재는,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네이버의 첼로 전문 카페인 '뒤포르의 첼로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더블 베이스와 관련된 여러 글들을 올려주셔서 재미있게 읽던 차에, 이를 모아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보게 되어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현대 더블 베이스의 이해'와 '더블 베이스의 역사'란 두 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저음 악기의 전반적인 특징, 더블 베이스의 구조, 활의 형태..

책!책!책! 2022.07.23

어느 바보의 일생-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말과 글(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박성민 역/시와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하기 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쓴 '어느 바보의 일생' 외에도 다양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결코 많다고는 볼 수 없는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을 것만 같다. 첫 번째 장은 류노스케가 남긴 글을 자신의 인생관,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점, 그리고 살면서 느꼈던 고뇌란 세 가지 주제를 묶어 아포리즘 형식으로 발췌한 것들이다. 독후감을 블로그에 쓰면서 이 문장만큼은 꼭 인용해야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쯤 인용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그럴 수가 없겠다 싶었다. 수많은 문장이 머리가 아닌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서, 어떤 문장을 한 두 개 선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모든 문장을 여기에 적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은 그가 죽기 전에 그의 인생..

책!책!책! 2022.05.07

프루스트 단편선-밤이 오기 전에(마르셀 프루스트 저/유예진 역/현암사)

한동안 사진 포스팅을 이어나갔는데 요새 갑작스럽게 써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게으름을 부렸다간 키보드를 두드리기도 전에 그 의욕이 꺾여버릴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일단 짧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부터 얼른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이 책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기 전에 남겼던 여러 단편집을 모은 것으로, 개중에는 출판되지 않았거나, 아예 미완성을 끝난 것들도 존재하는데, 역자는 이러한 단편들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대작이 순간적인 영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작가의 확고한 가치관과 시행착오, 고민, 도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란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여러 작품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오데트, 프랑수아즈와..

책!책!책! 2022.04.27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김새별, 전애원 저/청림출판)

심리적으로 극한에 몰려 상당히 힘든 시간에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영상에 올라온 tvN의 한 유명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해주었다. 유품정리사의 인터뷰 하이라이트가 그것이었는데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내는 것에서 약간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출연자가 출판한 이 책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한동안 알라딘 ebook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가, 최근에 구입해서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눈 앞에 그려지는 비극적인 상황과,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출연자의 모습이 영상이란 매체에서는 그 대비가 확실하게 그려지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확실히 남긴 것 같으나 글을 통해서는 그것이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저자의 삶에 대..

책!책!책! 2021.10.13

프루스트 효과-프루스트를 사랑한 작가들의 글쓰기(유예진 저/현암사)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다. 가끔씩 예전에 쓴 일기를 읽어보곤 하는데, 당시 썼던 글을 보면 이렇게나 글을 못썼던 시절도 있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는 일기장에서조차 이를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서 내면의 감정을 글로써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역시 프루스트의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사례가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지만, 그중에서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버지니아 울프일 것이다. 모든 예술의 발전은 과거의 위대한 작품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투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에, 작품 내에 곳곳에 이러한 흔적이 ..

책!책!책! 2021.08.06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그리고 그 밖의 짧은 글들(마르셀 프루스트 저/유예진 역/현암사)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서 알게 된 마르셀 프루스트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편, 스완의 사랑을 얼마 전 완독 했다. 그의 유려하고, 다소 장황하게까지 느껴지는 문체에 길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단편적인 수준의 이해만 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음에도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곤 한다. 어떠한 사건 하나에도 인간의 깊은 내면을 꺼내서 글로 표현해내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씩 내 일상에 스며들고 있고, 짧고 직관적인 문장이 최고라고 여기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던(블로그 포스팅의 경우 써놓고 퇴고를 안 하기에 그렇게 느낄만한 글은 별로 없겠지만) 글쓰기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시도하는 중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이 워낙 길고, 또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일단 읽기 시작하면 ..

책!책!책! 2021.04.21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홍익희 저/행성 B)

2019년 가을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을 관람하면서 과연 인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 앞에 보이는 건축물과 예술품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종교 덕분이지만, 반대로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의 이름을 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인간에게 있어서 종교란 무엇을 의미하고, 나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책은 이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의 다양한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 생겨났고,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기독교, 불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힌두교와 같이 국내에서는 막연하게만 알려진 종교, 과거 존재했던 종교들에 대한 부분도..

책!책!책! 2021.03.19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브래드 글로서먼 저/김성훈 역/김영사)

꽤 오랜 시간 독후감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었는데 빠르게 읽어나갈 수 없는 그 방대한 양과 아직은 생소한 문체 때문에 다른 책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최근 그 1부인 '스완의 사랑'을 겨우 한 번 읽었고, 조금은 숨도 고를 겸 이전에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을 읽기로 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분명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는 10년이란 간격을 가지고 일본이 가는 방향을 한국이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여전히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

책!책!책! 2021.02.12

빈 필하모니 음과 향의 비밀(나카노 다케시 저 / 김유동 역 / 시와 진실)

오랜만에 음악과 관련된 책을 읽었고, 당분간은 계속해서 이런 류의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일본에서 음악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는 저자가 빈 필하모닉에서 활동한 여러 지인을 인터뷰하면서 얻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는 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지만, '서문', '빈 필하모닉과 함께한 지휘자', '빈 필하모닉의 역사', '빈 필하모닉의 문화' 정도로 재분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는 악보와 음악의 해석의 관계, 지휘자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다. 전자의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해 악보, 단순한 기호로부터 "음"을 상기시키고, 이미지화하는 시도가 음악의 해석이..

책!책!책! 2020.08.3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