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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베이스-저음 현악기의 역사와 이해(남두영 지음/모노폴리)

MiTomoYo 2022. 7. 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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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이 책은 대단하다! 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서문을 통해서 본 저자의 이력을 보면 대학교 동아리를 시작으로 더블 베이스에 입문한 치과의사인데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대하고 자세한 내용을 두루 담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존재는,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네이버의 첼로 전문 카페인 '뒤포르의 첼로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더블 베이스와 관련된 여러 글들을 올려주셔서 재미있게 읽던 차에, 이를 모아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보게 되어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현대 더블 베이스의 이해'와 '더블 베이스의 역사'란 두 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저음 악기의 전반적인 특징, 더블 베이스의 구조, 활의 형태, 그리고 더블 베이스를 고르거나 관리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사실상 그 형태가 정형화되었다고 느껴지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와는 다르게, 더블 베이스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발전하고 있는 악기란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C-익스텐션에 대한 내용이었다.

출처: E.Elgar: Serenade for Strings - Concertgebouw Chamber Orchestra - Live concert HD(Youtube: AVROTROS Klassiek)

첨부한 사진에서 보이는 더블 베이스 스크롤 쪽에 보이는 다소 이질적인 형태의 장비가 C-익스텐션이라는 것인데, 나는 지금껏 이 장치가 4현 베이스에 저음역 C현 하나를 추가하는 장치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4번째 현에서 더 낮은 C음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이를 연장하는 장치라는 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사진을 보면 더블 베이스의 현의 개수는 정확히 4개이다.) 거기에 더해서 5현 베이스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어서 생각만큼 많이 사용되는 악기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파트인 '더블 베이스의 역사'는, 당연히 저음역 악기 쪽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1500년대 이후 유럽 찰현악기의 역사를 두루 다루고 있으며, 역사상 등장했던 여러 저음역 악기들 중에서 왜 더블 베이스가 현재의 대세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큰 공헌을 했던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파트이기도 하다. 당대 있었던 수많은 악기 관련 서적을 참고하면서 그동안 그 존재를 전혀 몰랐던, 혹은 잘못 알려진 정보들을 바로 잡고자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더블 베이스란 악기가 확립될 때까지 여러 악기들이 영향을 주고 받아 그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 때론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악기들도 있어서 그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유튜브를 통해 과거의 악기를 찾아보고, 또 그 소리를 들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Mozart: Symphonien Nr.39, 40 und 41. Concentus Musicus Wien / Harnoncourt(Youtube: Johann Auens Weltanschauung)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인 아르농쿠르가 만년에 시대악기 단체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과 함께 연주했던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 영상인데 당시엔 막연히 '당시 악기에는 프렛을 쓰기도 했었나?'란 생각만 했었다. 근데 저 악기가 비엔나 베이스였단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의 표준 베이스 튜닝(E-A-D-G)가 정착되기까지 수많은 다른 조율법이 존재했고, 초창기 3현 베이스에서 4현 베이스로 대세가 옮겨지면서 반대급부로 솔로 악기의 가능성을 보였던 더블 베이스가 한동안 그 잠재성이 위축되었다는 등의 내용들은 고전시대까지 존재했던 베이스 협주곡들이 어느 순간 등장하질 않고, 또 지금의 더블 베이스에서는 그 난이도가 유난히(어디까지나 베이스를 다루지 못하는 내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긴 하지만) 괴랄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보통 국내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은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오는 정보들을 엮는 수준의 것들이라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책의 경우에는 참고했던 문헌과 무엇을 여기서 발췌했는지 등도 수록함으로써 이 책에 대한 정성과 신뢰도를 한 층 더하고 있다는 점도 멋있게 느껴진다. 서양 현악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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