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어느 바보의 일생-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말과 글(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박성민 역/시와서)

MiTomoYo 2022. 5. 7. 00:17
728x9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하기 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쓴 '어느 바보의 일생' 외에도 다양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결코 많다고는 볼 수 없는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을 것만 같다.

 

첫 번째 장은 류노스케가 남긴 글을 자신의 인생관,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점, 그리고 살면서 느꼈던 고뇌란 세 가지 주제를 묶어 아포리즘 형식으로 발췌한 것들이다. 독후감을 블로그에 쓰면서 이 문장만큼은 꼭 인용해야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쯤 인용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그럴 수가 없겠다 싶었다. 수많은 문장이 머리가 아닌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서, 어떤 문장을 한 두 개 선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모든 문장을 여기에 적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은 그가 죽기 전에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적은 '어느 바보의 일생'과 '어느 옛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란 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바보의 일생'은 51개의 짧은 글을 통해서 35년의 인생을 회고하는 작품인데,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열망, 조금씩 무너져가는 삶의 의욕, 광기 같은 것이 모자이크처럼 어지럽게, 하지만 분명한 형태를 가진 채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느 옛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는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했는지,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오랜 기간[각주:1] 치밀하게 고민했다는 점, 남겨질 가족에 대해서 걱정하는 듯하지만 자기변명을 하는 것 같기도 하는 그의 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세 번째 장은 1911년부터 1918년까지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챕터를 관통하는 단어는 '외로움'과 '괴로움'이었다. 그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 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인생에 대한 모순적인 심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기 예언적 실현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해지는 대목이 인상적이어서 인용을 해볼까 한다. '앞으로 내가 10년, 20년 후면, 그리고 지금처럼 쭉 나아갈 수 있다면, 끝으로 신이 그렇게 허락해준다면 나도 불후의 대작 하나쯤은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은 결국 그렇게 되는 것밖에 될 수 없으니깐요.)'[각주:2]

 

마지막 장은 류노스케가 죽은 뒤 동료들이 그를 추억하면서 남긴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류노스케의 천재성과 그리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글들이었다.

 

역자는 이 책이 류노스케란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다가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적고 있다. 류노스케의 성향과 문체를 이해하고, 그의 인생을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분명 그 목표를 분명히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인상적인 문장들 중에서 하나를 적어보면서 이 글을 끝내볼까 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꿈만 꾸는 건 견딜 수 없어. 또 인간다운 불을 못 피운다면 더더욱 견딜 수 없어. 난 그저 영원히 인간다운 크기를 갖고 싶어.'[각주:3]

  1. 2년 정도라고 언급되어 있다. [본문으로]
  2. 이 편지가 쓰인 지 10년이 지나고 류노스케는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본문으로]
  3. 1915년 3월 12일 쓰네토 교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본문으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