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기타등등 37

[Prologue]지난 연주회들을 하나씩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참여하는 연주회 공지도 항상 올리고 어떤 곡을 했었는지 따로 기록도 했었는데, 악기를 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회의감이 들던 몇 년 전에 이 모든 것들을 그만뒀었다. 요새는 의욕이 넘쳐난 나머지 뭔가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지 1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1년 10개월의 군 생활, 그리고 스스로 좀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잠시 쉬었던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성인이 되고 나서 정말 많은 시간을 악기와 함께 보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예전처럼 참여한 연주회, 거기에서 연주했던 곡, 그리고 포스터 정도만 간단히 기록해둘 생각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하..

P.I.Tchaikovsky-현악 6중주 D단조 op.70 ‘플로렌스의 추억’

상트 페테르부르크 실내악 협회의 명예 회원이 된 차이코프스키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886년 10월에 새로운 실내악곡을 하나 작곡해서 헌정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87년 6월이 되어서였다. 곡의 편성이 현악 6중주로 확정된 것도 이 무렵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스케치를 적긴 했지만 그리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 않는다.’라고 일기에 적거나, 그의 친구들에게 이 곡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들을 보내더니 어느 순간부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에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5번과 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같은 작품에 매진하던 중이기도 했다. 아무런 진척도가 없었던 이 작품..

J.Brahms - 현악 6중주 2번 G장조 op.36

현악 6중주는 일반적으로 2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그리고 2대의 첼로로 편성이 되는데 그리 흔하게 사용되는 편성은 아니다. 보케리니가 1776년에 이러한 편성을 최초로 사용하긴 했지만 이후 1800년대 중반 슈포어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런 편성의 곡이 작곡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슈포어의 존재로 인해서 브람스가 잊혀진 실내악 편성을 부활시켰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브람스가 쓴 2개의 현악 6중주가 당대 대중들과 평론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현악 6중주 곡에 대한 브람스의 공이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 연주될 브람스의 현악 6중주 2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람스가 겪었던 일을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1858년 여름 독일 괴팅겐에서 잠시 머물던 브람..

[20220612]박규희 베스트앨범 'Letters' 프라이빗 청음회(@포니정홀)

지난 4월 말에 구입한 Letters 음반 패키지에 비공개 청음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되어 있는 상품이 있었다. 원래는 추첨을 통해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했었는데, 이후 구입자 전원이 신청할 수 있게 변경이 되어서 원래는 CD만 구입할 생각이었다가, 과감하게 패키지를 지르게 되었다. 원래 청음회는 6월 6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레 날짜가 변경이 되어서 오늘 진행이 되었다. 주말에도 종종 회사에 출근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스케줄 변경이 다소 난감하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다행히도 근무가 잡혀있지 않은 날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청음회'란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고 갔어야 했다. 당연히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을 홀에서 연주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음반에 수록된 곡을 같이 ..

악보 구입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feat. 베토벤 현악 4중주 15번)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들은 결코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14번 현악 4중주는 여전히 들을 때마다 물음표를 한 가득 남기고 있으며, 대푸가 역시 음악적 가치와는 별개로 썩 듣기 쉽단 느낌이 드는 곡은 아니다. 하지만 15번만큼은 다른 것 같다. 물론 '어렵다.'란 범주에는 여전히 들어가는 곡이지만 지금은 가장 즐겨 듣는 실내악곡이다. 이 곡의 파트보를 구입해서 오늘 배송을 받았다. 사실 베토벤 곡들의 원전 악보(urtext)는 조나단 델 마가 편집하고 있는 Bärenreiter 쪽이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교향곡 음반의 경우 Bärenreiter판을 썼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퀄리티의 경우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내겐 무리지만, Naxos를 통해 많은 음..

[지름]멘델스존 첼로 소나타 2번 악보(헨레 판)

'쓸게 없으니 이젠 악보 지름까지 포스팅을 하는 것이냐!' 라면 그것은 아니고 이번에 처음으로 구입한 헨레 악보가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어서 겸사겸사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사실 악보는 imslp에서도 충분히 출력할 수 있다. 15초의 대기시간이 있지만 어쨌던 무료고, 또 다양하기에 여기저기서 애용하고 있고 나 역시도 자주 쓰고 있다. 근데 'Easy come, Easy go'라고 이것저것 뽑긴 하지만 실제로 연습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파일에 끼워두면 보관이라도 하지만 낱장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서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종류가 적다는 것. 사실 악보는 단 하나의 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곡가의 개정을 비롯해, 편집자의 편집, 오류 수정 등으로 ..

린 하렐(1944-2020)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온전히 얻는 4일 연휴 전의 마지막 출근. 늘 그렇듯이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페이스북을 켰을 때 접한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첼리스트 린 하렐의 부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좋아하던 음악가의 사망 소식은 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린 하렐의 소식은 좀 더 슬프게, 또 아쉽게 다가왔다. 그래서 블로그에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2014년 전후였을 것이다. 나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알게 되었기에 잠깐 소개를 해볼까 한다. 같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던 친구가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의 스태프에 지원을 해서 면접까지 보고 온 뒤,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그중 하나가 최근에, 혹은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 무엇이었냐였던 것 같았다. 프로그램 중 베토벤 삼중 협주곡..

[뒷북]2018년 서울시향 프로그램을 봤습니다-아르스노바/실내악 시리즈 추가

쓰던 중에 컴퓨터가 멈추는 바람에 싹 다 날라가서 다시 쓰는데 솔직히 열받네요. 크롬에서 어도비 플래시 지원 안한지 꽤 됐는데 제발 플래시 안써도 자동저장기능 좀 지원해줬으면 좋겠네요. (예전에는 임시로 풀면 됐었는데 그것도 안되는 것 같고, 애초에 번거로워서 잘 사용 안하기도 했고...) 쓸데없이 초대장 보유 여부 공개해서 활동도 안할 유령 블로그를 양산할 생각 대신 말이죠......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2018년도 서울시향 프로그램이 슬슬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홈페이지를 가보니 거의 1달 전쯤에 나왔더군요..... 2017년이 아직 덜 끝났지만, 아르스 노바 공연을 제외한 계획했던 대부분의 공연은 다 관람을 했네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교향악..

2017년 서울시향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내년 서울시향 프로그램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발표는 났지만 원주 연수원에 워크숍을 다녀오면서 업로드 하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업로드를 합니다. 전체 프로그램을 다 적기는 귀찮기도 하니, 서울시향 홈페이지 링크로 대체하고(http://www.seoulphil.or.kr/lounge/note/view.do) 저는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들만 좀 적어보려고 합니다. 원하는 공연들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직장인 신분이라 이게 쉬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직 근무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보니... 1/13~1/14 - 린 하렐의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린 하렐과 엘리아후 인발이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당시에 엘가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좋게 들었습니다. 인발의 지휘는 항상 좋..

아르농쿠르, 향년 86세를 일기로 타계

직전 음악계소식 포스팅에서 아르농쿠르의 은퇴 소식을 전했는데, 바로 다음 포스팅으로 그의 타계 소식을 쓰게 되어서 무척이나 슬프다. 아르농쿠르를 처음 들어본 것은 예전 클갤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 비교 감상 해보는 글을 통해서였다. 매우 시기 적절하지 못하게, 그 직후에 말러에 한창 빠져 살았고 말러를 지휘하지 않는 아르농쿠르는 자연히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었다. 다시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마스터클래스를 하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고 (정확하지는 않다.)(이 영상이다. 예전에 블로그 포스팅에서 봤던 것 같은데 어떤 블로그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에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음반에서 그의 해석에 큰 감명을 받고 난 후에 자주 그의 음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