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기타등등

[20220612]박규희 베스트앨범 'Letters' 프라이빗 청음회(@포니정홀)

MiTomoYo 2022. 6. 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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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에 구입한 Letters 음반 패키지에 비공개 청음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포함되어 있는 상품이 있었다. 원래는 추첨을 통해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했었는데, 이후 구입자 전원이 신청할 수 있게 변경이 되어서 원래는 CD만 구입할 생각이었다가, 과감하게 패키지를 지르게 되었다.

원래 청음회는 6월 6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레 날짜가 변경이 되어서 오늘 진행이 되었다. 주말에도 종종 회사에 출근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스케줄 변경이 다소 난감하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다행히도 근무가 잡혀있지 않은 날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청음회'란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고 갔어야 했다. 당연히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을 홀에서 연주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음반에 수록된 곡을 같이 듣고, 또 얘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다. 사회는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씨가 맡아서 진행이 되었다.

 

일단 아쉬웠던 점부터. 행사가 살짝 매끄럽게 진행이 되지는 않았다. 처음에 사회자를 부르는 박수를 치고도 한참의 정적이 흐르고 나서야 등장을 했던 것이라던가, 곡을 재생할 때 시스템을 다루시는 분께서 이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시지 않으신지 잘못된 트랙을 재생하거나 중간부터 재생이 되었거나 했었다.

이를 제외하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행사였다. 일반인이라면 꿈도 꾸기 힘들 정도로 비싼(물론 가격이 전부는 아니긴 하지만)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실제 연주도 들어볼 수 있었고, 질문과 답변을 들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기념사진 촬영과 받아온 굿즈는 덤.

 

하이엔드 시스템을 통해서(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스피커만 2억, LP플레이어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고가였고, 카트리지만 1000만 원이라고 했다.) 듣는 음악은 확실히 다르단 느낌이었다. 특히 'Cielo Abierto'(18번 트랙)에서 나오는 기타 몸통을 두드리는 부분은 지금 끼고 있는 헤드폰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울림을 주었다.

녹음된 연주를 들으면서 '아 왜 저런 부분을 왜 저렇게 연주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평소에 본인 녹음을 잘 안 듣는다는 것이 은근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예전에 공연했던 영상을 추억 삼아서 재생할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만 귀에 들어와서 요새는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Cielo Abierto'의 경우에는 한 때 열심히 연주했었는데 최근에는 연주를 하지 않다 보니 아예 기억 속에서 사라져서 연주를 못하는 곡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오늘 행사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Q&A 타임이었다. 뭘 물어봐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가만히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 주위 분들께서 다들 좋은 질문들을 해주신 덕분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방법이나 준비하는데 가장 오래 걸렸던 곡에 대한 얘기였는데, 아마추어로써 연주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프로 연주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어떤 부분은 아... 이래서 프로 연주자는 다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악보와 음악 앞에서 겸손한 태도로 연습을 해야겠다란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자세한 얘기를 여기에 쓰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서[각주:1] 블로그에는 이 정도로만 간단히 쓰고 넘기려고 한다.

 

두 개의 곡을 직접 연주도 해주었는데 하나는 진행을 겸했던 박종성 씨와 같이 연주한 김광석의 '편지', 다른 하나는  기타로 편곡된 말러의 교향곡 5번 중 아다지에토였다. 하모니카 연주를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본 것 같은데, 이렇게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악기 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다지에토는 롯데 콘서트 홀에서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리 크게 인상을 받지 못했던 곡이었던 것 같았다. 거대한 홀을 메우기 위해 스피커의 도움을 받으면서, 큰 뼈대는 존재하지만 세부적은 모습은 느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기타 본연의 소리 그대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약간의 실수가 있었음에도(이 순간에 다시 한번 음악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금 새겼다.) 그때보다 훨씬 괜찮은 연주를 들은 느낌이었다.

 

사실 오늘 행사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지는 고민을 좀 했었다. 공연의 경우에는 오직 그 순간에만 이 연주를 들을 수 있고, 또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기에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어떻게든 남겨보고자 글을 쓰는 것인데, 음원의 경우에는 생각날 때 재생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를 굳이 남길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쉬면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어쨌든 오늘의 행사가 특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문답 속에서 무언가 느꼈던 점이 있다 보니, 이를 그냥 기억 속에만 담아둔 채로 묻어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1. 글을 빠르게 쓰는 편이 아니다보니, 열심히 썼는데 해당 부분을 삭제해달란 요청을 혹여나 받게 되면 무척 허탈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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