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chaikovsky-현악 6중주 D단조 op.70 ‘플로렌스의 추억’

<이 글은 2022년 8월 13일(토)에 있을 NARUAA Ensemble 공연 팜플랫에 수록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실내악 협회의 명예 회원이 된 차이코프스키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886년 10월에 새로운 실내악곡을 하나 작곡해서 헌정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87년 6월이 되어서였다. 곡의 편성이 현악 6중주로 확정된 것도 이 무렵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스케치를 적긴 했지만 그리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 않는다.’라고 일기에 적거나, 그의 친구들에게 이 곡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들을 보내더니 어느 순간부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에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5번과 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같은 작품에 매진하던 중이기도 했다.

아무런 진척도가 없었던 이 작품에 대해서 다시금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890년 6월이 되어서였다. 차이코프스키는 동년 1월부터 3월 무렵까지 플로렌스를 방문했었는데 당시 그는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결혼이 파탄 나는 등 심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겪던 상황이었다. '플로렌스의 추억'이란 부제가 붙은 이 곡의 분위기가 격정적인 이유는 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작업은 더디게 진행이 되었다. 당시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6개의 현악기에 대해서 통일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구상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거나, 차라리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곡을 쓴 뒤에 이를 6개의 현악기를 위해 편곡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등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만큼은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매진하여, 결국 8월 경에는 초고를 완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 여전히 큰 확신을 가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동료 음악가들(앞서 언급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실내악 협회)에게 이 곡을 얼른 연주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조금이라도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말해달라고 부탁함과 동시에 모든 것이 고쳐지기 전까지는 출판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뒷 부분의 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빠른 템포로 연주가 되는 동안 푸가가 거대한 불협화음 덩어리로 들릴까 봐 걱정이 되며, 피아노는 무척 어색하게 들렸는데 현악기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된다면 의견을 제시해달라.’라고 하거나, 템포나 아티큘레이션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1차적인 작업이 완료된 1890년 11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로시야 호텔에서 몇 차례 비공개 연주회를 가졌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에 대해서 ‘모든 부분에서 충격적으로 나쁘다고 판명되었다.’고 자평을 하며 이 곡을 수정하기로 결정을 했다. 개정작업은 1892년 1월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1악장의 코다, 3악장의 중간 부분, 그리고 4악장의 두 번째 주제와 푸가 쪽을 집중적으로 고쳤다. 그리고 이렇게 수정된 버전은 1892년 11월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공식적인 초연이 이뤄짐으로써 대중들에게 공개가 되었다.

 

참고자료:
ㅇ Tchaikovsky Research [Internet] c.2006 Souvenir de Florence; 2021 Mar 26 [Cited. 2022 Jul 23]. Available from: https://en.tchaikovsky-research.net/pages/Souvenir_de_Florence

ㅇ Tchaikovsky Research [Internet] c.2006 Souvenir de Florence; 2022 Feb 6 [Cited. 2022 Jul 23]. Available from: https://en.tchaikovsky-research.net/pages/List_of_Tchaikovsky%27s_Letters_(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