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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07.09]좌충우돌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6일차①)-비에이

MiTomoYo 2023. 7. 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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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①)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https://electromito.tistory.com/853

1일차(②)쿠시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4

2일차 쿠시로 습원: https://electromito.tistory.com/855

3일차 하코다테: https://electromito.tistory.com/856

4일차 하코다테-토야 호수-삿포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7

5일차 후라노: https://electromito.tistory.com/858

 

비에이는 이전 여행에서 꽤나 시간을 들여서 계획을 세웠었고, 초여름이라 아직 날씨가 서늘한 탓에 다소 황량한 비에이의 풍경을 보고 아쉬움이 남았었기에 이번에는 이곳에서 무엇을 볼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당시 여행 후기 링크: https://electromito.tistory.com/503)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 날 비에이에서는 비가, 그것도 하루 종일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것이었다. 원래는 비바우시역(출발지 기준 비에이 다음 정거장)에서 사계채의 언덕을 들렀다가, 전기 자전거를 대여해서 비에이의 여러 유명 스팟들을 찍고, 시간이 된다면 흰 수염 폭포까지 갔다 돌아올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꼬이게 된 것이다.

사실 비가 약하게 온다면야 옷 한 벌 버릴 각오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카메라가 비에 젖어 망가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7시부터 제공되는 호텔 조식을 잽싸게 해치우고 8시 13분에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이 날은 일정을 마치고 삿포로가 아닌 오타루에 있는 숙소로 가야 하기에 캐리어를 들고 가야 했다. 무거운 짐덩어리 녀석...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삿포로의 날씨도 굉장히 흐리다. 가로등마다 '태평양 음악 축제' 홍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아마추어 음악인으로써 이런 깃발은 늘 반갑다. 찰칵.

 

열차 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역시 심상찮다. 날씨가 흐린 것은 물론이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기도 한다. 여행 6일 차, 계속되는 강행군에 체력이 바닥나긴 한 것 같다. 열차에서 정신없이 졸다 보니 어느새 종착역인 아사히카와에 도착했다. 비에이로 가는 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탑승을 했다.

맑은 날씨 요정이 하루는 쉬고 싶으신 것 같다. 비에이에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래서는 비바우시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비바우시 자전거 렌탈 사이트에 강한 우천 시에는 자전거를 대여하지 않는단 내용을 얼핏 본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비바우사까지 가지 않고 비에이역에서 내렸다.

 

몇 년 만에 왔지만 비에이는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역 앞의 자전거 대여소, 작은 시계탑. 아기자기한 마을의 분위기까지. 굉장히 반가웠다. 역시 비는 내리고 있었다. 캐리어에서 우산을 꺼낸 뒤 락커에 캐리어를 보관하고 본격적으로 비에이 여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제루부의 언덕으로 정했다. 오타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열차는 17시 39분에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선까지만 둘러보고 돌아오는 식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제루부의 언덕까지 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몇 번 건너야 하는데 중간에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는 대로도 하나 있었다. 어찌어찌 타이밍을 잘 잡아서 건너긴 했지만 트럭들도 지나가는 것을 보니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제루부의 언덕 도착. 생각보다 작게 조성된 꽃밭이었다. 카트를 타고 꽃밭을 구경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중국에서 온 가족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차량을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소 유난스러울 정도로 호들갑을 떨던 와중에 그만 카트의 시동이 꺼져버렸다.

 

 꽃밭을 한 바퀴 둘러본다. 어떤 곳은 카트를 타야지만 입장이 가능한 곳도 있다. 액티비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굳이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지라 멀리서 보이는 풍경만 사진으로 남긴 뒤에 다음 장소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보니 '켄과 메리의 나무'라 불리는 곳이 가장 가까웠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들은 정말 한적한 시골 느낌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리던 비가 그쳤다.  아직 날씨는 찌뿌둥하다.

 

사진에 보이는 큰 나무 한 그루가 바로 '켄과 메리의 나무'이다. 1970년대 일본 광고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포퓰러라고 한다. 사유지인 밭에 있는 나무이기에 밭에 들어가지 말아 달라는 안내 문구도 있다.

나무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이렇게나 멋진 주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다음 목적지는 지난 여행 때도 간 적 있었던 호쿠세이 전망대였다. 그때는 황량한 풍경만 보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꽤 멋진 비에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전망대로 가는 길. 맑은 날씨 요정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인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제 사둔 자외선막이 긴팔을 가방에서 꺼냈다.

 

전망대에 오르기에 앞서서 전망대 바로 앞에 있는 사진작가 '아베 슌이치'의 갤러리를 먼저 들렀다.(링크: https://bieiland.com/) 이전에 여기서 사진집을 2개 샀었는데 사진들이 전부 마음에 들어서 혹시 다른 사진집을 발간했는지 궁금했다.

 

지난번에는 작가님이 갤러리를 지키고 계셨는데, 오늘은 다른 분께서 계셨다. 새로운 사진집은 없었지만 지난 번에 고민 끝에 구입을 포기한 DVD 영상집을 비롯해 2024년 달력, 엽서 패키지 등을 팔고 있었다. 엽서 패키지를 전부 구입하면 엽서 두 장 중 하나를 증정받을 수 있었다. 먼저 DVD 영상집을 집어 들고 패기롭게 패키지 세 개 모두 달라고 말씀드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 두 사진 모두 괜찮아서 도무지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ㅇ 나: 어우 둘 다 정말 괜찮아서 선택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오랜 시간 고민 중. 한 2분 동언 '아 둘 다 괜찮은데 ㅠㅠ'를 연발하며 있었던 것 같음)

ㅇ 나: 혹시 이거 개별 구입도 가능한가요?

ㅇ 점원: 네 하나에 300엔이에요

ㅇ 나: 음.. 그럼 오른쪽 거를 받아갈게요. 그리고 이거 하나는 사도 될까요?

ㅇ 점원: 아! 왼쪽 것도 그냥 드릴게요?

ㅇ 나: 정말요? 감사합니다! ㅠㅠ

ㅇ 점원: DVD는 일본어만 나오는데 괜찮을까요?

ㅇ 나: 아 네네 괜찮습니다.

대충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결제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점원께서 잠깐 부르시더니 사진 두 장과 엽서 하나를 더 챙겨주셨다.

이것이 챙겨주신 사진이다. 당시에는 엽서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인화한 작품이었다. 헐!!!

 

또 한 장 챙겨주신 엽서에는 'Sun Pillar' 현상을 이용한 멋진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뒷면에는 이 현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을 '한글'로 수기로 작성, 스캔하여 인쇄한 메모지도 들어 있었다! 여러 조건이 있지만 일단 '영하 20도'란 조건부터 결코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기억을 떠올려보니 갤러리에서는 내가 한국인이란 얘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물어보시지도 않고 한글로 된 노하우를 주셨을까? 신기하다. 여하간,

ㅇ 나: 혹시 이것들 다 선물로 주시는 것인가요?

ㅇ 점원: 네네 맞습니다!

ㅇ 나: 와!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비에이는 풍경만 좋은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 위로 올라갔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씨다.

 

비에이, 한자로는 美瑛(아름다울 미 / 옥빛 영)로 쓰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저 감탄만이 나오는 곳.

 

당연히 파노라마 샷도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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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그리고 갤러리 옆에 있는 작은 매장에서 구운 옥수수와 유바리 멜론을 먹었다. 유바리 멜론도 괜찮았지만 홋카이도 옥수수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찐 옥수수를 즉석에서 구워서 내주시는데 알알이 이렇게 부드럽고 단 옥수수는 처음 먹어봤다. 어디선가 갓 수확한 옥수수는 생으로 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본 것 같은데 이런 정도의 식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홋카이도에 오게 된다면 옥수수는 한 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목적지로 선택한 것은 오야코 나무(부자 나무)였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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