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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07.09]좌충우돌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7일차①)-샤코탄

MiTomoYo 2023. 8. 1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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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①)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https://electromito.tistory.com/853

1일차(②)쿠시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4

2일차 쿠시로 습원: https://electromito.tistory.com/855

3일차 하코다테: https://electromito.tistory.com/856

4일차 하코다테-토야 호수-삿포로: https://electromito.tistory.com/857

5일차 후라노: https://electromito.tistory.com/858

6일차(①) 비에이: https://electromito.tistory.com/860

6일차(②) 비에이-오타루: https://electromito.tistory.com/861

 

여행 1주일을 남겨두고 숙소를 예약하는 바람에 원래 계획했던 삿포로 쪽의 숙소를 구하지 못해(물론 호텔이 없지는 않았다. 100만 원이란 돈을 쓸 재력이 안되니 문제였지...) 급하게 선택하게 된 오타루. 오타루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열차로 40분)이란 점과 오타루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샤코탄이란 지역에 있는 카무이 미사키를 갈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이 제공되는 시간이 7시여서 적당히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서 조식이 제공되는 식탁으로 향했다.

일본 가정식 식단. 한창 먹고 있는데 같은 날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멀뚱멀뚱 서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ㅇ 주인: 어... 뭔가 이상한데? 혹시 예약했나요?

ㅇ 나: 네? 흠 예약을 한 것 같은데요?

ㅇ 주인: (작은 보드를 보여주면서) 여기에 이름을 적었나요?

ㅇ 나: 어? 아뇨...?

ㅇ 주인: 아하하 조식은 여기에다가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 것이에요.

ㅇ 나: 헉... 정말요? 진짜 몰랐어요. 진짜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ㅠㅠ

ㅇ 주인: 아하하 괜찮습니다

(이하 대하 생략)

아직 음식이 남아있어서 내가 강탈해 간 조식은 다행히 그분도 드실 수 있었지만, 크게 실수를 하였기에 정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작지만 큰일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이 일 하나로 인해서 하루종일 텐션이 바닥을 찍어버리는 바람에 돌아다니기 굉장히 힘들었다. 아마 예약을 할 때 조식이 제공되는 숙소에서는 무조건 옵션을 넣고 했었는데, 이곳에서도 똑같이 신청을 했다고 착각을 한 데다가 어제 체크인을 할 때 설명을 놓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 데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 같단 기분이 들어서 얼른 조식을 다 먹은 뒤에(게스트하우스 옆집에서 가져왔다는 샐러드도 추가로 주셨는데 손을 대지도 못했다.) 거의 도망치듯 나왔다. 샤코탄으로 가기 위한 버스는 9시에 출발하는데 게스트하우스는 8시에 뛰쳐나왔으니... 여하간 멘탈이 약한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기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지나가다 발견한 한국어 간판 가게. '달돼지' 신기해서 찍어봤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마신 '레몬 스캇슈' 레모네이드 음료다. 오랜 시간 버스를 기다렸다가 탑승을 했다. 버스를 타고 카무이 미사키를 가는 방법은 다음 링크(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cbest&no=139116)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설명이 꽤 잘 되어 있어서 나 역시 이 글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찍은 몇 장의 사진들. 그나마 겨우 기운을 차리고 찍은 것들인데,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그것들을 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울 뿐. 만약 렌트를 했었더라면 중간에 보이는 주차장에 잠시 차를 대고 사진을 찍었을 텐데... 란 아쉬움도 들었다.

여하간 샤코탄은, 접근성이 결코 좋은 곳이라고는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선 이곳의 바다색을 '샤코탄 블루'라고 부를 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카무이 미사키. 카무이는 아이누어로 '신(神)'을 뜻하고 미사키는 '곶'을 뜻한다고 한다. 신성한 장소답게 출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신께서 심기가 불편하실 때는 강풍을 불러와 인간으로 하여금 일정 지역 이상을 오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받게 될까...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곳 하나를 방문하고자 왕복 4시간 이상을 소요했는데, 기상 문제로 인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온다면 무척 허탈할 것만 같았다.'금녀의 문'에 가기 위한 언덕을 오르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신'께서 출입을 허락하셨다! 긴 시간 이동한 것이 헛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현지인들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내 앞을 지나간 일행은 연신 '스고이! 스게!'(대단해!란 뜻)를 연발하면서 이 문을 통과했다.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주 툴툴대곤 하지만, 결정적일 때는 나름 일이 괜찮게 풀리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위에 보이는 현판에는 '여인금제의 땅, 카무이 미사키'라고 적혀 있다. 과거(찾아보니 1855년까지라는 것 같다.)에는 여성은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 것 같은데, 이곳에 여성이 출입하면 큰 사고가 발생한다고 여겨 출입을 제한한 모양이다. 여하간 기쁜 마음을 가지고 문을 통과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그마저도 현대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과거에 이곳을 돌아다니긴 정말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풍경은 정말 멋있었다. 사진이나 영화 같은 곳에서 봤을 법한 스코틀랜드의 어느 외딴 지역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가파른 절벽과 푸른 바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그리고 카무이 미사키의 끝. 홀로 외롭게 서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선택한 가장 괜찮은 느낌의 사진. 자꾸만 미련이 남아서 사진을 찍고, 멍하게 바위를 보고, 또 사진을 찍고... 를 반복하다 보니 비슷한 느낌의 사진들이 여럿 보인다. 발걸음을 돌리기가 정말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도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를 타야만 하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되돌아가는 곳의 풍경이 조금 더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연신 셔터를 눌러가며 사진을 찍다 보니 '금녀의 문'에 어느새 도착했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남아 있어서, 근처 산책로를 잠시 걸어 다니기로 했다.

왠지 우리나라에서는 없을 것만 같은 산의 풍경과, 아까 봤었던 카무이이와 가 저 멀리 보인다. 그새 날씨가 흐려진 탓인지 푸른빛 바다는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이곳에 오면 우니동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봤는데, 그걸 먹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샤코탄 아이스크림만 시도했다. 민트맛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데, 은은한 민트향이 섞인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무난하게 먹을만했다.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런저런 기념품들도 둘러봤을 텐데, 그럴 시간이 없어서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버스를 타고 오타루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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