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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60528]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로날트 브라우티함 Fortepiano

by MiTomoYo 202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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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연주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아직은 마이너한 영역인 시대악기 영역에서도 포르테피아노, 그러니깐 과거의 피아노를 이용한 공연은 쉽게 열리지 않는 듯하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면, 애초에 국내에 들어온 악기도 몇 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서, 포르테피아노 전문 연주자인 로날트 브라우티함의 공연이라니!
 
로날트 브라우티함이란 연주자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 본 영상을 통해서였다.  
 

 
이 연주가 꽤 마음에 들었고 그 뒤에도 브라우티함의 녹음이나 영상을 꽤 자주 접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최근에 발매된 슈베르트 음반집들이나, 멘델스존의 무언가 시리즈는 출근길에 자주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여건만 맞으면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다행히 스케줄이 잘 맞아서 이렇게 다녀오게 되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Ludwig van Beethoven-피아노 소나타 1번 f단조 op.2-1
Wolfgang Amadeus Mozart-피아노를 위한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K.265
Franz Joseph Haydn-건반 소나타 Eb장조 Hob.XVI:52
=====<2부>=====
Wolfgang Amadeus Mozart-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Franz Joseph Haydn-건반을 위한 12개의 변주곡 Eb장조 Hob.XVII:3
Ludwig van Beethoven-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 '비창'
--<encore>--
Ludwig van Beethoven-피아노 소나타 25번 G장조 中 2악장 'An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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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은 7시 반이었고, 공연장 근처 신촌역(2호선)에는 6시 30분쯤 도착해서 시간이 꽤 남았구나 싶었는데, 공연장이 있는 연세대학교가 축제 시즌이어서 인파는 북적이고, 금호아트홀은 처음이고 해서 헤매다가 7시 조금 넘어서 공연장에 도착했다. 주위에서 딱히 할 것도 없어서 바로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사람들도 없어 '와... 이게 마이너 한 영역의 무서움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연장에 먼저 입장한 몇몇 사람들이 무대 앞에 놓인 악기 사진을 찍고 있길래, 나도 가서 찍었다. 딱히 제지를 하지 않기도 했고, 인터미션 때도 '무대에 너무 가까이 가서 찍지 말아 달라.'는 안내 정도만 하였으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솔직히, 포르테피아노 실물을 볼 일이 국내에서 얼마나 있겠나 싶기도 하고... 실제 공연 때는 보면대를 끼우고, 뚜껑도 열어두었다. 근데 지금 보니 페달이 안 보인다. 분명 연주 때 페달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또 들었는데 말이다. 뭐지...
 
여하튼 7시 반이 되니 객석이 거의 다 찼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곡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솔직히 베토벤의 초기곡은... 첼로 소나타 아니면 잘 안 듣는 편이다. 32개나 되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도 대단한 곡들이 원체 많다 보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곡이기도 하고 말이다. 1, 2악장은 포르테피아노에 적응을 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음반을 통해서 악기 특유의 '뎅뎅'거리는 듯한 음색에는 많이 적응이 되긴 했지만, 실제 연주로 이를 듣는 것은 처음인지라 바로 적응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과거의 악기들 특성이 그렇듯 음량 자체도 아주 큰 편은 아니었고, 음색의 변화도 현대의 피아노만큼 다채롭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악기의 소리구나 정도로 두 악장을 보낸 뒤... 3악장에서부터 갑자기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이 악장을 들을 때 늘 '전형적인 스케르초 스타일이구나'정도의 생각만 했었는데, f단조 테마의 연주에서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장조로 바뀌는 트리오에서는 다소의 안정감이 찾아왔다가 다시금 테마로 돌아왔을 때 다시금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화성적으로 불편한 느낌을 주는 프레이즈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를 쓰면서 Gemini를 통해 물어보니(악보를 보고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없는지라...) 그 추측이 맞는 듯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 휘몰아치는 4악장까지 멋지게 마무리했다.
 
첫 곡을 통해서 느낀 포르테피아노의 특성은 현대 피아노에 비해서 음량과 음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그 덕분에 음악 속의 음표들이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게 들리고, 화성 역시 '하나의 소리 덩어리'가 아니라 화성을 이루는 음들이 명확하게 들려 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성(이를테면 협화음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불협화음에서 느껴지는 불안함과 불편함 등)을 훨씬 잘 드러나는 듯 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 피아노처럼 타건을 하면서 음색의 다양한 변화를 만들지 않아도 하나의 음악에 내포한 다양한 화성들을 가지고도 자연스러운 음색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악기의 특성과 곡에 대한 이해, 이를 구현해 내는 능력을 모두 보여준 로날트 브라우티함의 연주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포르테피아노에 대한 특징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나니, 이후의 연주들이 정말 재미있게 들렸다.
 
두 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변주곡 중 하나,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이었다. 각 변주곡 별로 A/B 파트 모두 도돌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브라우티함은 A는 반복을 지키고, B는 한 번만 연주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시대악기 연주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반복 시에 즉흥적인 꾸밈음을 곁들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 유명하고, 또 가벼운 곡이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세 번째 곡은 하이든의 건반 소나타 52번. 찾아보니 그가 남긴 마지막 건반 소나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곡이었다. 어떤 장르던 엄청난 수의 곡을 남긴 하이든답게 건반 소나타에서도 많은 곡을 남겼지만, 역시나 먼저 찾아 들을 생각이 잘 들지는 않는지라 오늘 공연을 통해서 처음 들었는데, 하이든 특유의 작풍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곡이었다.
1악장은 위풍당당한 팡파르를 연상시키게 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화성의 변화,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분위기를 확 변화시키는 작은 모티브, 급제동을 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이나믹의 변화나 쉼표 등등. 분명 하나의 큰 음악을 듣고 있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변화를 느끼고, 이를 찾는 재미가 있는 연주였다. 
2악장 역시 음악적으로 대담함이 여럿 느껴지는 멋진 악장이었다.

이를테면 16분 음표-16분 음표 셋잇단-32분 음표와 다이나믹을 이용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30마디-31마디 앞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도-레#-시-레-시b-도#-라-도(낮음)로 이어지는, 무조음악을 연상케 하는 패시지도 짧게 등장하여 듣던 와중에 깜짝 놀란 부분도 있었다. 
같은 음표를 연타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3악장도, 연타음이 단순히 도입부의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음악 내에서 다양하게 변형된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상하게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악장이었다. 베토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긴 하지만, 그의 곡에서 '혁신적이다.'라고 하는 것들의 상당수는 하이든의 곡 중 어딘가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베토벤이 하이든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것, 그리고 왜 많은 연주자들이 '하이든은 현대에 과소평가된 작곡가다.'라고 하나같이 언급을 하는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소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주회장에서 들은 단 한 번의 연주만으로 이 많은 것들을 포착하게 만든 것에는 브라우티함의,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연주 덕분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인터미션, 악기를 관리하시는 분이 잠깐 조율을 하고 들어가셨다. 
 
이어서 2부 공연.
 
첫 곡은 모차르트의 소나타 12번으로 그렇게까지 즐겨 듣는 편은 아닌 소나타다. 앞선 하이든의 소나타가 음악적으로 변화무쌍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곡이었고 연주를 워낙 좋게 들어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고전 시대 어법을 충실히 따른 이 곡은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들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물론 그렇다고 연주가 나빴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안드라스 쉬프의 말을 빌려 'Singing Composer'란 모차르트의 곡을, 음의 지속성이 짧은 포르테피아노로는 어떻게 들릴지가 궁금하긴 했다. 빠른 악장의 경우, 음색적인 측면을 뺀다면, 의외로 크게 차이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대신 느린 악장의 경우에는 현대 피아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현대 피아노는 하나의 프레이즈가 마치 긴 호흡으로 유려하게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포르테피아노는 음절이 명료하게 분리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몽글몽글하게 느껴지는 포르테피아노의 '노래'도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선율과 반주가 명확히 나눠지는 1악장의 연주를 통해서 포르테피아노의 또 하나의 특징을 포착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음역별로 음색이 확연히 다르단 것이었다.
주선율이 등장하는 중간 음역대는 굳이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쉽게 귀에 들어오는 음량과 (이건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들어도 귀에 물리지 않는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저음역대는 평소에는 부드러운 음색을 들을 수 있지만, 특정음을 강조하기 위해 때리는 듯한 타건을 하면 무게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특성이 멜로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반주에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고음역대로 갈수록 다소 자극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어 음악적으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단 인상을 받았다. 모차르트의 소나타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주 기법인 알베르티 베이스[각주:1]가 이러한 포르테피아노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예시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빠른 음표가 난무하는 3악장 역시, 짧은 지속음과 음역별 음색의 차이 덕분인지 브라우티함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편안하게 피아노를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피아노에 대해서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추측이긴 하지만, 균일한 음색과 풍부한 음량을 추구하는 현대 피아노로 모차르트를 연주하려다 보니 음악을 완성하기 더 어려워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연주한 하이든의 변주곡은 1부의 모차르트 변주곡과 같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었지만, 모차르트의 곡이 익숙함을 기반으로 하여 기교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하이든의 곡은 생소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했지만 음악적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곡이란 차이가 있었다. 1,2부가 서로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 두 개의 소나타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느낌의 곡이란 생각이 들어서 세심하게 구성한 프로그램이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베토벤의 소나타 '비창'. 앞서 말한 포르테피아노의 특성을 한 곡을 통해서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연주였다. 음량이 아닌 뚜렷이 들리는 화성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총주, 음색의 차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음악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는 1악장, 음의 지속력이 약하단 특징을 이용해서 살짝 빠른 템포로 설정하였지만 멜로디가 도드라져 애수 어린 분위기는 오히려 더 잘 살아난 2악장 음표들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어느 것도 뭉개지지 않고 또렷하게 들리는 3악장까지.
'비창 소나타'가 워낙 대중적으로 많이 연주되는 편이라서 그런가 솔직하게 언급하자면 이 곡이 프로그램에 포함이 되어 있었을 때는 '다른 좋은 소나타도 많은데...'란 아쉬움도 느꼈었지만, 브라우티함의 연주를 듣는 내내 감탄이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2악장에서는 내내 전율을 느꼈을 정도.
 
 
추가적으로 꼭 언급해보고 싶은 지점이 하나 있어서 적어볼까 한다. 아까 위에서 '고음역에서 다소 자극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는데 이를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쓴 부분이 있었다.

 
1악장 93-98마디를 보면(재현부에서 한 번 더 등장한다) 매 첫 번째, 다섯 번째 음표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이 음표들이 특별히 도드라지게 들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효과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렸다.
 
앙코르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5번 G장조 중 2악장 Andante를 연주해 주었다. 길이가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연주였다.
 
혹시나 있을까 해서 음반을 하나 챙겨가긴 했는데, 공연 끝나고 사인회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받아왔다. 


오늘 로날트 브라우티함의 연주를 들으면서, 포르테피아노가 기술적 발전이 덜 되어 다른 음색과 작은 음량을 가진 과거의 악기가 아니라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마치 하프시코드와 피아노의 간극만큼이나 많은 차이점이 있는 또 다른 악기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꽤 기대감을 가지고 간 공연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멋진 연주를 들었던 공연이었다. 이런 연주를 앞으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1. 도솔미솔-도솔미솔처럼 왼손으로 연주되는 반주 부분을 짧은 음으로 단순하게 반복함으로써 주제가 되는 선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위키피디아 한글 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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