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60129]필리프 조르당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①(@롯데콘서트홀)

MiTomoYo 2026. 1. 3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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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간 서울시향 연주회. 관심이 가던 공연이기도 했고 마침 오늘이 생일이기도 해서(헤헷!!!) 이를 명분으로 예매를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2층 중앙 좌석이 6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던데 원래도 이랬던가...?

 

기억을 돌이켜보니,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브루크너 공연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들이 많아서 이번 공연도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고, 지휘는 필리프 조르당이 맡았다.

 

=====<1부>=====
Richard Strauss-메타모르포젠 TrV. 290
=====<2부>=====
Anton Bruckner-교향곡 9번 d단조(ed. No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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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연주한 메타모르포젠은 총 23명, 10명의 바이올린, 5명의 비올라, 5명의 첼로, 그리고 3명의 베이스로 연주자 수가 지정된 곡이다. 간혹 악기 간 밸런스를 위해 현악기의 인원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곡도 그런 케이스인가 싶어서 총보를 훑어보니, 한 명이 하나의 파트를 오롯이 담당하게끔 쓴, 연주자 입장에서는 실로 무시무시한 곡이었다. 물론 23개의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순간은 많지 않고 하나의 성부를 때론 1명이, 때론 여러 명이 연주를 하면서 성부 간의 균형을 맞추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독주곡, 실내악, 현악 오케스트라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굉장히 독특한 성격의 곡임은 확실한 것 같다.

 

카라얀이 지휘하는 음반으로 이 곡을 몇 번 들었을 때 침참하는 감정을 소리로 구현한 듯, 선율이나 화성의 진행보다는 거대한 음향 덩어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찾아보니 2차 세계 대전 때 폭격으로 슈트라우스가 활동하던 도시들(뮌헨, 드레스덴, 빈)이 박살이 난 모습을 보고 쓴 곡이라고 하니, 내가 느낀 감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23명의 단원이 먼저, 뒤이어 필리프 조르당이 무대에 등장한 뒤 곡이 시작되었다. 5대의 첼로와 1대의 베이스, 뒤이어 비올라와 바이올린도 차례로 합류하면서 진행된 연주는, 첫 시작은 미묘하게 불안한 느낌도 있었지만 금세 집중력을 찾고 응집력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서울시향의 수석급 단원들의 실력의 높은 수준을 다시금 체감하게 만든 멋진 연주였다. 아무래도 자리가 2층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소리가 멍하게 들리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건 홀의 문제라, 좋은 좌석에서는 훨씬 멋진 연주를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리프 조르당의 해석도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음반에서 들었던 이 곡이 '음악'보다는 '음향 덩어리'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면, 필리프 조르당과 서울시향의 연주는 훨씬 '음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화성과 선율에서 슈트라우스가 느꼈다는 회환과 절망과 같은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공연 직전에 이 곡의 주제 중 일부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리듬, 교향곡 3번 2악장의 장송행진곡에서 유래했단 것을 팜플랫을 통해서 알았는데 이 모티브들을 특히 강조하여 해석하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곡 중반부에 바이올린의 감정 섞인 멜로디 사이로 화성적으로 진행되는 비올라의 16분 음표들이 슬쩍 들리게 만드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그리고 2부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이전에 들었던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연주가, 그리고 1부의 메타모르포젠이 워낙 대단해서였을까, 교향곡은 실망스러웠다. 이게 서울시향의 연주력으로 인해 필리프 조르당이 원했던 음악이 제대로 구현이 안된 것인지, 아니면 필리프 조르당의 브루크너 해석이 서울시향의 케미와 맞지 않아 발생한 것인지 나중에는 헷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선 시향의 연주력부터. 최근 몇 년 간 들었던 서울시향의 공연들 중에서 앙상블의 밀도가 가장 떨어진 공연이 아니었나 싶었다. 해석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단단함이 느껴졌던 츠베덴의 현악기 사운드는 맥이 다소 빠진듯한 소리로 변해있었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목관 파트도 곡의 감상에 '견제'를 하는 듯한 느낌을 계속해서 주었다. 그나마 금관 파트는 나은 편이었지만 그마저도 음량이 부족해서, 심지어는 9번 교향곡이 가장 큰 편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브루크너 공연에서 느꼈던 압도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조르당의 해석도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어정쩡함을 연주를 듣는 내내 느낄 수가 있었다. 선율을 강조하는 것도,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곡이 내재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마구 분출하는 것도, 그렇다고 번뜩이는 재치로 다른 연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도 아닌, 그냥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가기만 하는 듯한 맹숭맹숭한 연주였다.

1악장의 강렬한 튜티들은 빠른 템포에 더해진 부족한 음량으로 인해 큰 임팩트를 안겨주지 못한 채 넘어간 느낌이었고, 현악기 군이 담당하는 미스터리 한 느낌의 멜로디들도 그냥 피상적으로 흘러갈 뿐이었다. 1악장은 듣는 내내 당황스러울 정도.

2악장은 스케르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의 분출이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밋밋하게 연주할 수도 있나? 란 생각도 들었다. 스케르초 중간에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다이내믹의 변화나, 오보에가 주선율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클라리넷에 조금 더 힘을 주는 등의 디테일을 포착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3악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G 현(G-Seite)를 이용해서 두터운 사운드를 내라는 지시어가 지켜진 것은 맞는지 싶은 힘없는 도입부부터 이미 김이 새 버렸고, (이미 기대가 반쯤 사라져 버렸지만...) 그렇게 흘러가버린 음악에 알맞게 곡 중간부에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불협화음 시그널도 그냥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나마 마지막에 거대한 불협화음과 거기까지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다시 음악이 시작되기까지 숨을 고르는 시간을 정말 길게 가져가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날려버릴 만큼 괜찮았지만, 슬프게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미 너무 많은 실점을 해버린 뒤였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미 너무 많은 실점을 해버린 뒤였다. Too Late...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연주를 명반을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선율이던, 화성이던, 음량으로 공연장을 뒤집어놓던, 정밀한 앙상블이던, 아니면 지휘자의 자의적 해석이 듬뿍 첨가되었던... 뭐라도 인상적이거나 재미있거나 한 포인트가 있었다면 2부가 이렇게까지 비판으로 점철된 후기가 되진 않았을 것 같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돈과 시간을 써서 공연을 갔다 온 만큼 좋았던 기억들을 더 많이 마음 속에 담고, 이를 부족하게나마 블로그에 쓰려고 노력을 하고자 하는데...

 

1부 공연이 정말 좋았기에, 그래서 2부 공연이 더 아쉽게 느껴진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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