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8회 정기 연주회. 이번이 세 번째 보는 정기연주회 공연이다. 매 정기 연주회마다 하나의 테마를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특징인데, 이번에는 나폴리를 선정했다.
나폴리... 2019년에 갔었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나폴리는 아주 잠깐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버스에서 바라본 나폴리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미안하긴 하지만 낙후된 지역이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당한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자주 사용하던 독특한 화성에 '나폴리 6화음'이란 이름을 붙였을 정도니깐.
사실, 하마터면 오늘 공연을 못 보러 갈 뻔했다. 요새 이런저런 일로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는데, 그 여파로 인해 오늘 늦게 퇴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출근하고서 들었기 때문이다. 당일 취소는 불가능하며, 주위에 티켓 양도를 할 사람도 마땅히 생각나질 않아서 망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 일이 하루 뒤로 미뤄지면서 오늘은 무사히 퇴근하고 공연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Francesco Durante-협주곡 제1번 f단조
Alessandro Scarlatti-합주 협주곡 제7번 g단조
Alessandro Scarlatti-오라토리오 '유딧' 中 '잠들어라, 전쟁의 번개여'
(C.Ten: 장정권)
=====<2부>=====
Geovanni Battista Pergolesi-스타바트 마테르 P.77
(Sop. 김제니, C.Ten: 장정권)
=====<앙코르>=====
(곡이름을 알게 되면 수정할 예정) (Sop. 김제니, C.Ten: 장정권)
Johann Sebastian Bach-관현악 모음곡 3번 C장조 BWV.1068 中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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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프란체스코 듀란테의 협주곡 1번은 총 5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며 딱히 독주악기가 지정되지 않은, 바로크 시대에 많이 사용되던 합주 협주곡 형식의 곡이었다. 첫 번째 악장에서부터, 바로크 시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화성들이 등장하는 것이라던가, 다른 악장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던 콘체르티노(독주악기 그룹) 파트와 리피에노(합주 그룹) 간의 대조가 4악장에서 나타나는 점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곡이었다.
다만, 지난 공연(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메시아: https://electromito.tistory.com/900) 때도 지적했던 적이 있었던, 한 파트에서 왠지 소리가 제각기 들리는 아쉬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이것이 단점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2악장이었는데, 대위법이 등장하는 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기 연주회나 b단조 미사 공연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현상이다보니 아쉬움도 컸지만, 한 편으로는 혹시 단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들었다.
두 번째 곡으로 연주한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합주 협주곡 7번은 바이올린 2대와 리코더, 비올라, 첼로와 쳄발로란 단촐한 구성으로 연주가 되었다. 인원이 더 줄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첫 번째 곡에 비해서 훨씬 안정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2악장에서 등장하는 대위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악구들은 확실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들렸던 것 같았다.
그 외에도, 평소 바로크 앙상블에서는 다른 악기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던 리코더의 소리가 확실히 잘 들려서 특유의 묘한 음색이 잘 들렸다는 점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크게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운 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우리가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알게 모르게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연주한 곡은 오라토리오 '유딧'에 등장하는 '잠들어라, 전쟁의 번개여'라는 곡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반주 위에 카운터 테너의 감성적인 노래가 무척 인상적인 곡이었다. 여기서는 쳄발로의 스톱을 변경해서 마치 류트를 연주하는 듯한 음색도 구현했는데, 덕분에 곡의 분위기가 한층 멋지게 들렸던 것 같았다.
연주를 위해서, 때로는 공연을 통해서 다양한 바로크 음악을 접하고 있는 최근인데, 확실히 바로크 음악은 성악이 등장할 때 더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오늘 연주한 이 곡처럼 멜로디도 반주도 단순한(물론 연주하기 쉽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곡일수록 감동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2부에서 연주된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봐야겠다고 벼르기만 했던 곡이었는데, 이번 연주회를 통해서 드디어 접하게 되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보고 비탄에 잠긴 성모에게 바치는 찬송가이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프고 비장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 곡에서는 콘티누오 반주를 쳄발로가 아닌 오르간이 담당하여, 한층 비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두 명의 독창자의 노래는 상당히 좋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여담으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바이올린-비올라-콘티누오-바이올린의 형태의 오케스트라와, 중앙에 두 명의 독창자가 노래하는 형태로 무대를 배치했는데,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다만 바이올린이 양 옆에서 화음으로 연주할 때 느껴지는 소리를 무척 좋아하고, 오늘도 그걸 자주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이런 곡을 들으면 성악이 들어간 다양한 바로크 곡들을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들기는 하지만, 그럴 기회가 언제쯤에나 생길지 잘 모르겠다...
앙코르의 첫 번째 곡으로는 두 명의 독창자와 첼로와 오르간의 반주로만 이루어진 노래를 하나 들려주었는데, 정확히 어떤 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들었다. 최소한의 편성으로 이뤄진 반주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크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곡으로는 바흐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3번 중에서 'Air'를 연주해 주었다. 오른쪽의 2바이올린 주자 세 분이 서로 모여서 연주를 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화기애애하게 느껴져서 보기 좋았을 뿐만 아니라 파트의 소리가 훨씬 단단하게 들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다음 번 연주에는 모든 파트의 소리가 서로 응집력있게 들리는 연주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TMI)공연이 끝나고 선생님 두 분을 잠깐 만나뵈었는데 백승록 선생님께서 나폴리 작곡가들이 쓴 곡 중에 첼로가 대단히 어려운 곡들이 많다고 귀띔을 해주셨다. 어떤 작곡가인지, 또 어떤 작품들인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어렵다고 하니 내가 연주할 엄두를 못낼 곡들이겠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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