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이 정말 바빴었는데, 이제는 꽤나 여유로워졌고, 갈지 말지 고민했던 연주회들을 하나씩 예매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이 연주하는 헨델의 메시아다.
'할렐루야!'로 유명하지만 전곡을 들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 아니라 당장 나조차도 전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 번쯤은 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뭐 2시간이 넘는 곡을 듣기 위해서는 일단 마음을 제대로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긴 하다만, 그것이 쉽지는 않으니깐.
공연 프로그램과 연주자는 다음과 같았다.
=====<1부>=====
Georg Frideric Handel-메시아 HWV.56 (Part I)
=====<2부>=====
Georg Frideric Handel-메시아 HWV.56 (Part II &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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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연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합창단) /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오케스트라)
ㅇ 지휘: 김선아
ㅇ 독창자: 김제니(Sop) / 정민호(C.Ten) / 김효종(Ten) / 박주성(Bass)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합동 연주는 작년 스즈키 마사아키의 지휘로 들었던 b단조 미사(후기: https://electromito.tistory.com/886)로 들었었는데, 당시에 무척 좋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공연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랬던 기대는 첫 시작인 Sinfonia부터 걱정으로 바뀌었는데, 오케스트라, 특히 바이올린의 소리가, 분명 같은 곡을 연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소리가 위치에 따라 제각기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Sinfonia 중간에 등장하는 푸가도 뭔가 확실하게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몇몇 부분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의 아쉬운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공연들에서는 단원들이 늘 밝고 즐거운 얼굴로 연주를 하곤 했는데 오늘 같은 경우엔 다들 표정이 굳어 있었고, 1부를 마치고 본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악장님의 얼굴에서는 애써 화를 억누르는 듯한 표정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2부는 훨씬 나은 연주를 들려줘서 다행이었다.
반면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경우 전반적으로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합창이 다 같이 등장하는 코러스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화음은 계속해서 감탄을 자아냈는데, 이러한 소리가 합창 음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또한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푸가도 주제와 대위 선율의 밸런스를 기막히게 맞춰서 푸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긴장과 환희를 한껏 느낄 수가 있어서, 이러한 형태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알토 파트가 주제를 노래할 때 약간 소리가 묻히는 것 같단 느낌도 들어서, 조금만 더 크게 노래를 했더라면 곡이 더 멋지게 들리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이 살짝 있기는 했다. 물론 알토가 중음역대를 맡고 있기에 외성부에 비해서 잘 들리기가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재미있게 들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는 할렐루야를 비롯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확실하게 집중시킬 수 있는 곡들이 곡의 뒷 부분에 많이 포진되어 있던 점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할렐루야' 같은 경우 기립해서 듣는 전통이 있다고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것의 찬반 여부와는 별개로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확실히 전율이 돋기는 했다. 여담으로 이 날 공연에서는 가사를 띄우는 프롬프트에 '착석해서 감상해 주세요'라는 안내를 넣었다.
할렐루야 말고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꼈던 곡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는 대체로 바로크 특유의 관현악법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았다. 제일 먼저 언급하고 싶은 곡은 'The trumpet shall sound'였다. 의외로 메시아에서 팀파니와 트럼펫이 등장하는 곡이 몇 개 없는데, 이 곡만큼은 가사에 맞게 트럼펫이 대활약을 하는 곡이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펫이 테마를 먼저 연주하면, 이를 다른 악기들이 마치 메아리처럼 받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Furiously Rage'란 가사가 등장하는 곡에서는 현악기의 격한 트레몰로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너무 많은 음악에 익숙해진(당연히 나를 포함한) 우리는 이런 표현들을 아무 생각 없이 넘기곤 하지만, 당대에는 이렇게 분절되는 음을 통해 곡의 긴장감을 높이거나 하면서 활용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전반부에서는 'Glory to god'에서만 트럼펫이 등장하는데 트럼펫을 군주(아마 여기서는 신)를 상징하는 악기란 것을 보여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이 때는 트럼펫 주자 두 분이 무대가 아니라 대기실과 무대 사이의 공간에서 연주를 했다. 그 덕분에 트럼펫이 가사 그대로 '높은 곳에서 신의 영광'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이 지휘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일까? 란 궁금함이 들어 악보를 찾아보니 'Da lontano e un poco piano'(멀리서 조금 부드럽게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듯)라고 적혀져 있었다.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도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음형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구나를 느낄 수가 있었다. 여하튼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음악을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솔리스트의 독창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이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마땅한 표현이 없는데,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처럼 감정을 한껏 실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가사가 거의 없는지라 그런 것 같다. 다만 유일하게 솔리스트 중창으로 연주하는 'O death, where is thy sting?'에서 두 솔리스트간에 음정이 다소 안 맞았던 것은 옥에 티였다. 다른 부분들은 다 좋았었는데...
보통은 연주회 마친 당일에 무조건 후기를 써서 포스팅을 올리곤 하는데, 공연 끝나고 집에 오니 밤 11시 반이 넘어 있어서 초안만 간단히 작성하고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관현악 파트가 조금 더 좋은 연주를 들려줬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합창만큼은 확실히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연주를 찾아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 찐 여담-)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페르미어의 친구들'에서 연주 레슨을 해주시는 선생님 두 분 모두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하셨다. 한 분은 콘티누오 독주를 담당하셔서 공연 내내 쉬는 것도 없이 연주를 계속 하셨었는데, 무척 고생하신단 생각이 들었다. 공연 끝나고 잠깐 뵐 수 있어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만나는데 실패... 다음 합주 때 뵈어야겠다. ㅠ
그리고, 7년 전에 탈단했던 단체에서 여전히 지휘를 맡고 계신 선생님을 공연 마치고 뵈었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는데 처음에는 내가 누군지 못알아보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OOOO에서 활동하던 OO에요!'라고 말씀드리니 오!!! 하시면서 엄청 반겨주셨다. 엄청 많이 바뀌어서 못 알아봤다고 하셨는데 자주 겪는 일이라서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정말로!!! 그 때보다 살도 많이 뺐고 머리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선생님 근황은 알고 있었는데, 한동안 지방에 계시다가 최근에 근무지를 수도권으로 옮기게 되면서 서울에 올 일이 자주 있을 것 같고 겸사겸사 공연도 종종 보러 오실 생각이라고 하셨다.
다음 번부터 복귀하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길래 '요새 첼로 다들 잘하는 사람만 있을 것 같은데'라고 너스레를 떨긴 했는데, 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여건이 괜찮을지가 정말 미지수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또 지휘자 선생님께서 직접 얘기를 하시니 또 마음이 흔들리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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