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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7~12.12]동생이랑 같이 시코쿠 여행(2일차): 나오시마@다카마쓰(②)

MiTomoYo 2025. 1.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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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https://electromito.tistory.com/889
1일차: 출국~다카마쓰(①)-https://electromito.tistory.com/890
1일차: 출국~다카마쓰(②)-https://electromito.tistory.com/891

2일차: 나오시마@다카마쓰(①)-https://electromito.tistory.com/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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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 곳은 이우환 미술관이었다. 마지막으로 리리 고양이를 만나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산책이라도 나갔는지 근처에서 보이질 않았다. 대신,

 

 

이렇게 귀여운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맨 앞에 있는 몸을 웅크린 털북숭이 친구는, 처음에는 새를 사냥해서 잡아먹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식겁했는데, 다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냥 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도 보고,

 

도보로만 이동 가능한 지역 근처에 잠시 들른 낯을 가리는 고양이도 한 마리 만났다. 우리는 무서워했지만, 안내소에 계신 할아버지는 상당히 잘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우환 미술관은 아침에 방문했던 ;Valley Gallary'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미술관 바깥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는데, 일단 본관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이우환 미술관의 입구는, 외관으로는 바로 보이지가 않아서 어떻게 들어가는지 헷갈릴 수가 있다. 자갈이 깔린 정원을 계속 들어가다 보면 콘크리트로 된 벽을 볼 수 있는데 그쪽에 이런 식으로 미로처럼 생긴 작은 길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따라서 걸어간 뒤 자동문을 열면, 티켓 부스를 만날 수 있다. 이곳도 사진 촬영이 불가하며, 지중미술관과는 다르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링크: https://benesse-artsite.jp/en/art/lee-ufan.html) 미술관 내 사진이 없어서 글로만 얘기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이우환 갤러리 실내에는 총 11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7개의 작품은 넓은 갤러리에, 나머지 작품들은 각각의 공간에 하나씩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넓은 전시관에는 중앙에 철판 위에 올라간 돌이 올라간 '관계향'이란 작품이 있었고, 각 벽면에는 1~2개의 그림 작품이 걸려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고서야 알았지만) 이우환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한 번의 붓질로 완성했을 것 같은 정사각형과 이를 응용하여 만든 작품들이었다.

나머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그림자'란 작품이었는데 하나의 돌과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도시 풍경, 파도, 해, 구름, 비가 내리는 모습 등 다양한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제게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뒤에 있던 외국 분들은 캔버스에 구현된 사각형을 통해서도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이우환 갤러리를 전부 둘러보고, 미술관 카탈로그도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5,000엔이 넘다 보니 비싸단 생각이 들어서 사지는 않았다.

 

 

이우환 갤러리 외부에 있는 다양한 조각 작품들을 보았다. 느긋하게 둘러보기엔 나오시마에 들러야 할 장소도 여럿 있었던 데다, 바람은 거세고 마치 비가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의 모습을 보고 얼른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챙겨 온 우산을 숙소에 두고 왔기에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베네세 하우스 갤러리로 가기 위해서는 언덕을 올라야 했는데, 그곳에서 보는 해안가의 풍경이 꽤나 멋있었다. 다만 바람이 상상 이상으로 거세게 불었다.

 

Pictured by HB LEE

 

어찌나 세던지 근처를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가 바람에 떠밀려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나와 동생 모두 크게 웃었다.

 

 

베네세 하우스는 안도 타다오가 기획한 나오시마 재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지역으로, 찾아보니 뮤지엄뿐만 아니라 호텔을 비롯한 여러 부대시설들까지 통칭하는 것 같다.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 나오시마 곳곳을 다니는 전용 버스에 탑승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앞서 방문한 Valley Gallary, 지중미술관, 그리고 이우환 미술관보다 훨씬 난해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의 작품들은 싱가포르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정말 어렸을 때 [각주:1] 엄마를 따라 광주 비엔날레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몇 개의 작품은 무척이나 기괴해서(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는 것들도 있을 정도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미술전시를 뜻하는 것이기에, 작품의 감상 난이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이긴 한데,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을 둘러보고, 비엔날레는 '현대 미술, 그중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이 전시된 전시'란 뜻으로 반쯤 굳혀지고 말았다. 이는 동생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지난 이틀 동안 봤던 모든 미술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만 본 것 같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물론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작품들이 몇 개 있긴 했다. 왼쪽은 '100 Live and Die'로 각각 50개의 OOO AND DIE, OOO AND LIVE란 글귀가 적힌 조명 중 무작위로 하나가 켜지는 작품인데, OOO안에 LOVE, LAUGH와 같은 정상적인 단어도 있는 반면 SH--, FU--과 같은 과격한 단어들도 있었다. 동생은 그중 마음에 드는 한 단어의 불이 켜질 때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은 'Amanda Heng'의 여러 작품들 중 하나인데,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을 같은 포즈로, 오랜 시간 차를 두고서 찍은 사진을 전시한 작품이었다. SNS에서 종종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기는 하지만, 서로 간에 따뜻한 용기와 위로, 공감을 전달하는 듯한 이 작품만큼 큰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힌 쪽 벽면에는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다. 다양한 국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국기 주변에 불규칙한 금이 있는 작품이었다. 마침 한국-일본-북한이 모여있는 부분이 있어서 찍어봤는데,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정치적인 의도는 없는 그냥 우연히 이렇게 모인 것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처음에는 이 작품을 보고 산업 현장에서 나온 불량 콘크리트를 활용해서 국기를 그린 것을 모아둔 줄 알았는데 사진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스크린을 통해서 본 작품 제작 과정을 확인해 보니, 금을 만든 존재는 바로 '개미'였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렇게 작품을 만들었단 점에서 예술가의 창의력은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지중미술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위가 뻥 뚫린 창과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배치한 큰 자연석을 배치한 작은 공간이 있었다. 꽤 많이 걸어서 여기 앉아서 잠깐 쉬어갔다.

 

 

갤러리 바깥에서는 이렇게 나오시마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바깥에도 전시된 작품이 여러 점 있었는데, 이 날은 강풍으로 인한 것인지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출입문을 잠갔다. 이 뒤로 본 작품들은, 너무 난해해서 딱히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특유의 콘크리트 벽으로 이뤄진 갤러리를 돌아다닌 뒤, 3층으로 올라가니 기념품을 판매하는 카페에 도착했다. 다른 두 곳과는 다르게 제법 아기자기한 굿즈들을 팔고 있어서 구경하다가 고양이 배지와, 나오시마 섬의 재건 과정을 담은 책을 하나 구입했다. 나오시마의 대표작 중 하나인 草間彌生(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노란 호박을 모티브로 한 굿즈도 여럿 있었는데 사실 호박 굿즈들은 내게는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과감히 패스했다. 동생도 소소한 굿즈를 구입했는데, 직원 분께서 동전지갑을 보고 무척 귀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층도 외부로 나갈 수 있게끔 되어 있었는데, 아직 작품이 설치 중이며 완성은 미정이란 안내판만 있었다. 현재는 나오시마의 해변가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강풍 속에서도 인증샷을 찍으시는 중년의 부부가 있었는데 한국인이었다. 의지의 한국인!

 

베네세 하우스 갤러리 감상을 마치고 나왔다. 이때가 오후 3시쯤 되었기에, 우리에게는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각주:2] 근처에 걸어서 15분 거리에 노란 호박이 있어서, 여기도 가보기로 했다.

동생이 사진에서 보이는 곶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1시간 반이란 시간이 마냥 길게 느껴지진 않아서 굳이 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사진의 모델은 동생

곶을 볼 수 있게 철제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거대한 바위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멋있었고,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오시마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노란 호박까지 가는 길은 하나뿐이었던 데다가 멀리서도 해당 작품과,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인파가 무척 잘 보여서 헤매지는 않았다.

 

노란 호박 바로 근처에는 기념품 가게와 함께 넓은 마당에 작품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들 중 제대로 본 것은 몇 개 되진 않았다. 노란 호박 때문이기도 했지만, 중년의 여성 분께서 내게 오셔서 다소 어눌한 일본어로 자신을 찍어줄 수 있냐고 내게 물어본 것도 있었다. 건네주는 폰이 플립이어서 왠지 한국인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역시 그 예상이 맞았다.

ㅇ 나: 아 저 한국인이어서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ㅇ 여: 아 그러시구나! 혹시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ㅇ 나: 아 네네, 근데 제가 인물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어서요...

ㅇ 여: 아 괜찮아요!

(사진 찍어 드림)

ㅇ 나: 혹시 결과물이 괜찮으신가요?

ㅇ 여: 아 네 괜찮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둘(동생과 나) 이서 나오는 사진도 찍어드릴게요. 저 나름 사람 나오는 사진은 잘 찍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동생과 같이 나오는 사진을 찍게 되었다.

 

열심히 위치까지 잡아주시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 뒤로도 한동안 그 분과 같이 다니면서 잠깐이지만 얘기를 했다. 그분께서는 나오시마 섬에 정말 오고 싶어서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이곳에 오셨다고 했다. 패션 감각도 좋으셔서 혹시 예술계에 종사하시냐고 동생이 물어보았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만 하셨다. 지중 미술관도 갔다 왔는지, 혹시 지금 가면 전부 둘러볼 수 있는지도 물어보셨는데, 정말 좋긴 했는데 시간이 애매한 데다가 현장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조금은 아쉬워하셨다...

 

 

노란 호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 앞에는 한 중국인 커플이 삼각대를 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힘들게 사진을 찍다가, 내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지도 부탁을 하기도 했다.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는 데다가, 앞 팀이 얼른 나와야 우리도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사진을 찍어주었다.

뒤이어 내가 먼저 아까 만난 그분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이런 식으로 나오게 해서 찍어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편하게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었고, 그분께서도 이렇게 우리 사진을 찍어드렸다. 역광이라서 워낙 우리가 어둡게 나와서 약간의 보정을 가했다. 우리 뒤로는 최소 15명은 되는 단체 관광객이 인증샷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얼른 자리를 비켜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해변을 배경으로도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 뒤로 우리는 동쪽에 있는 '家プロジェクト(집 프로젝트)'와 안도 뮤지엄이 있는 동쪽으로, 그분은 우리가 왔었던 방향으로 가신다고 해서 사진 찍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여행 되시라고 인사를 드린 뒤 헤어졌다.

 

이후 내용은 다음 포스팅으로 넘겨야할 것 같다.

 

  1.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본문으로]
  2. 배의 출발 시간은 오후 5시였지만, 길을 헤매거나 할 수도 있기에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지역에서는, 길을 헤매거나 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3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을 두고 이동을 하는 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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