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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7~12.12]동생이랑 같이 시코쿠 여행(2일차): 나오시마@다카마쓰(①)

MiTomoYo 2024. 12. 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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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https://electromito.tistory.com/889
1일차: 출국~다카마쓰(①)-https://electromito.tistory.com/890
1일차: 출국~다카마쓰(②)-https://electromito.tistory.com/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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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다카마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때, 한 때는 서서히 쇠락해 가는 하나의 섬이었지만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설치하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 나오시마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이곳을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동생은 이번 여행에서 여기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으로 얘기를 해, 온전히 하루를 할애해서 가기로 결정을 했다.
 
나오시마에 입도했다 나오는 배 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왼쪽 화면은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로 가는 배 시간, 오른쪽은 나오시마에서 다카마쓰로 오는 배 시간이다.
배의 종류에 따라서 운행 스케줄이 다른데 フェリー(페리)는 운행 시간이 길며 高速旅客船(고속여객선)은 운행시간이 짧다. 다만 나오시마의 크기나 미술관의 운영시간 등(보통 10시부터 5시까지 운영을 한다.)을 고려했을 때 고속여객선은 그 시간이 애매한 편이라 우리는 다카마쓰에서 8시 12분에 출발하는 첫 페리를 타고 들어가서 나오시마에서 17시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아침 7시 35분쯤 숙소에 나와서 편의점에 들렀다. 간단하게라도 뭘 먹으려는 것도 있었지만, 전날 바람이 세게 불어 추위에 다소 고생을 해서, 장갑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날 숙소에 두고 왔는지, 아니면 바지 주머니 어딘가에 들어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여행기간 동안 요긴하게 사용했다.
 

 
다카마쓰 항구에 도착하니 매표소 건물처럼 보이는 곳에 直島(나오시마)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어서 일단 무작정 들어갔는데, 분명 티켓 판매를 개시했어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스가 열려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당황했었다가, 문득 페리와 고속여객선의 탑승 지역이 다르다는 것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나서, 일단 다른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건물이 맞는지까지는 모르겠어서 일단 1, 2번 선착장이라고 적힌 곳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혹시 지금 향하고 있는 곳도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급해졌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두 선착장간의 거리가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었기에, 또 다른 선착장을 향해 헤매다가, 혹시라도 배 시간을 놓칠 수도 있을 것 같단 불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해당 선착장이 맞아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편도/왕복 티켓 모두 구입이 가능한데, 보이는 것처럼 왕복 티켓은 990엔이고 발권 후 이틀간은 유효하다. 나오시마에서 하루 숙박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페리이기에 자동차를 싣고 가는 것도 가능한데 그럴 경우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추가적으로, 배의 정원은 500명으로 자리가 넉넉하니 혹시나 만원이 되어 배를 타지 못하게 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선박 안에서 바깥을 볼 수도 있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평소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날은 몸이 바람에 밀릴 정도로 강풍이 불어서 오랜 시간 바깥에 있지는 못했다.
 

 
그렇게 선박 내/외부를 돌아다니다가, 나오시마의 어디를 방문해야 할지를 찾아보던 중 '地中美術館(지중미술관)'이란 곳은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단 정보도 보게 되었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도 있다고 하는데... 또 언제 시코쿠에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전날 찾아봤었더라면... 란 후회를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그새 정책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당 시점에서 예약할 수 있었던 가장 빠른 시간은 오전 10시 45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시 입장 티켓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예약을 마치니, 선내에서 곧 나오시마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배에서 내린 뒤 본격적으로 나오시마 관광을 시작했다.
 

 
나오시마를 돌아다니는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다고 한다.
- 무료/혹은 100엔을 내고 탑승하는 버스
- 자전거 렌탈
- 자동차(페리 or 나오시마에서 렌트)
- 그냥 걸어 다니기
 
자전거의 경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동생이 원하지 않았고, 자동차도 선택지에 없었기에, 버스+걸어 다니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나오시마 섬의 버스 시스템이 글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미술관이 모여있는 지역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배차 시간 등을 따져봤을 때 버스를 타는 것이 시간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생의 의사를 물어본 뒤에 걸어서 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항구 바로 옆에는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작품인 '붉은 호박'이 있다.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로 동생을 몇 장 찍어봤다가 '아... 나는 인물 사진은 찍으면 안 되겠다.'는 사실만 확인하였다.
호박을 배경으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호박 안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니 잠깐 내부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항구에서 지추 미술관까지는 완만하지만 긴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힘들단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언덕에서 보는 나오시마의 경치는 꽤나 멋있었다. (근데 사진을 남기진 않은 것 같다,)
 

 
우리처럼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길가에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동하는 중간에 주요 시설에 대한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헤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른편에 '地中美術館(지중미술관)'이라고 적힌 간판을 발견했다. 눈에 확 띌 정도로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니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버스, 자동차, 혹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면 조금 더 이동해서 '지중미술관 주차장'이라고 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특히 자전거의 경우 미술관 앞에 주차를 하려고 하면 앞에서 티켓을 확인하는 직원 분이 '조금 더 가서 주차장으로 가셔야 합니다.'란 안내를 듣게 될 것이다.
주차장 앞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언제부터 입장을 하면 되는지 물어보니, 예약시간 5분 전에 지중미술관 입구에 가면 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략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이동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여러모로 애매한 시간이 남아있어서 다소 난감했던 중...
 

 
고양이 발견! 여기 계신 분들이 돌봐주는 고양이로 마침 직원 분께서 밥을 챙겨주고 계셨다. 이름은 'リリ(리리)'라고 알려주셨다. 사람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귀여운 고양이였다.
 

 
물론 이렇게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
10분 정도 리리와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에 'Valley Gallary'라고 불리는, 짧게 관람이 가능한 지역이 있다고 해서 잠깐 가보기로 했다. 'Valley Gallary'로 가는 길 중간부터는 차량이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없기에 지정된 구역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Valley Gallary'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현장은 1500엔이지만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 우리는 그냥 현장에서 구입했다.
추가적으로 이 티켓은 'Valley Gallary'뿐만 아니라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이라고 하는 곳의 입장 티켓도 겸하고 있으며 구입하고 이틀간 재입장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Valley Gallary'에서는 크게 세 가지(혹은 두 가지) 작품을 볼 수 있다. 우선 입구에 들어가면 이렇게 호수에 떠있는 수많은 철공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서로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옆에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금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불상들을 볼 수 있는데 책자를 읽어보니 테시마란 곳에서 배출된 산업폐기물을 이용해서 88개의 불상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아까 바깥에서 봤었던 수많은 철공이 올라간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자연이 생명체로 존재하고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끔 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Valley Gallary'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느긋하게 보더라도 20분 정도면 다 볼 수 있다.
 

 

 
지중미술관 입장 시간이 도래해서 리리 고양이가 있을 주차장에 다시 한번 가봤다. 아직 그 자리에 있어서 잠깐 놀아준 뒤 미술관 입구로 향했다. 미술관에서 나왔을 때는 산책을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혹시라도 나오시마에서 리리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면 귀여워해 주시길!!!
 

 
예약한 시간 5분 정도 전에 지중미술관 입구에 가면 티켓을 검표하는 분이 QR코드 확인을 한 뒤, 미술관 내부에서는 어떠한 촬영도 할 수 없다는 안내를 하고 입장을 시켜준다.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은 QR코드를 확인하는 단말기의 성능이 좋지 않은 것인지 다크모드를 켠 상태에서는 QR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캡처를 하실 때는 잠시 다크모드를 해제한 뒤 코드를 보여주시길... 그것 때문에 티켓 확인에만 몇 분이 걸렸다.
 

(이미지 출처: 지중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地中美術館(지중미술관)', 한자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땅 아래에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단순히 '땅 아래'에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위의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방된 공간을 통해서 자연광을 활용해서 작품을 전시/관람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관련해서 설계자인 '安藤忠雄(안도 다다오)'의 미술관 건립 의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작성을 해주신 것 같아서, 여기서는 따로 적지 않을 생각이다.
 
미술관 내 모든 지역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고 해서 우리는 그 규칙을 잘 따르긴 했는데, 사실 작품이 전시된 공간 외부로 나가면 감시를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핸드폰 정도로는 대놓고 찍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나나 동생이나 굳이 규정을 어기면서 사진을 남기고 싶지는 않아, 촬영이 허용된 공간인 카페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은 없기에 공식 사이트(링크: https://benesse-artsite.jp/en/art/chichu.html)에 업로드된 사진들을 인용해서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우선 미술관 내부에 들어가서 가장 당황했던 것은,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만나기 전에 기념품샵이 있었고, 출구로 보이는 장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분명 갈림길을 보거나 하지 못했기에 제대로 온 것이 맞나 싶었다. 혹시 몰라서 두꺼운 카탈로그(4620엔) 책을 하나 샀는데 이곳이 사실은 전시실 입구 겸 출구를 겸하는 곳인 데다가 절반 가격의 작은 핸드북도 판매하고 있어서 왠지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여하튼, 전시실 입구는 계산대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Tadao Ando-地中美術館 (출처: 지중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전시 장소는 지하 2층과 3층에 있는데, 지하 2층에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5점, 제임스 터렐의 작품 3개가 있고 지하 3층에는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하나가 있다. 전시실로 가는 길에 들었던 생각은 이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란 느낌이 들었단 것이다.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기에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까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쉽지만...

Claude Monet: Water-Lily Pond (출처: 지중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제일 먼저 만난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로, 2개의 작은 작품, 2개의 중간 크기 작품, 그리고 1개의 거대한 작품으로 일반적인 미술관이었다면 10개 이상의 그림이 걸렸을 정도로 큰 장소에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 위에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연광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뚫려 있어서 조명 시설이 없다는 것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들어올 때는 전시실 앞에 있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은 지금껏 책을 통해서나 봐왔고, 위의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풍경이나 사물에 대해서 사실적인 묘사를 하기보단 그 안에 담긴 분위기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여느 교양서적에서 인용될 법한 수준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날 봤었던 모네의 그림들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그저 붓으로 색을 채운 것처럼 보이던 것이, 작품에서 거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꽃, 수풀, 물결 등등 작품 안에 담긴 수많은 오브제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어스름한 새벽녘 물가에서 연못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볼 때 그림 속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다.
더욱 놀라운 경험은 이후에 벌어졌다. 보통 그림을 볼 때 정면에서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옆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림을 중심으로 조금씩 반원을 그려가며 걸어갔을 때 그림 속 식물들의 모습도 그 모습이 바뀌어 평면의 캔버스에 담긴 세상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에 무척 신기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 수많은 명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작품을 미술관에 가서 직접 봐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게 된 순간이랄까.
 

James Turrel- Open Field (출처: 지중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모네의 방에 들어가느라 신었던 슬리퍼를 신발로 갈아 신은 뒤 다음 전시실로 들어가면 제임스 터렐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맨 처음에 만나는 작품은 ' Afrum, Pale Blue '라고 하는 작품으로 꺾인 두 벽에 하나의 사각형을 비춘, 겉보기에는 단순한 작품이다. 처음에 이 작품을 마주하면 꺾인 벽의 형태로 인해 마치 육면체, 혹은 마름모꼴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까 모네의 방에서 봤었던 것처럼 작품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작품을 보게 되면 육면체의 형태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과감하게 벽에 바싹 붙어서 보면 육면체는 사라지고 하나의 온전한 사각형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인간의 착시를 이용한, 원리는 단순하지만 아이디어는 무척 재미있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다음 작품은, 상황에 따라서 'Open Field'를 먼저 볼 수도 'Open sky'를 먼저 볼 수도 있다. 'Open Field'의 경우 한 번에 입장 가능한 인원이 제한되어 있고, 앞선 그룹이 작품을 보는 동안 잠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앞 팀이 작품을 보던 와중에 도착해서 먼저 'Open sky'를 보고 와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Open Sky'는 나오시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안도 타다오 특유의 콘크리트 벽면으로 만들어진 큰 공간 위로 정사각형으로 뻥 뚫린 창이 하나 있어서(아마 위의 미술관 전경에서 보이는 사각형이 이 작품이 위치한 장소가 아닌가 싶다.)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흐려서 잿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적당한 맑은 날씨에 가면 시시각각 변하는 천장 위 멋진 캔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벽면에는 앉을 수 있게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서 편하게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Open Sky'를 다 보고 나오니 마침 이전 팀이 'Open Field'감상을 마치고 나오던 중이라 동생과 함께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Open Field'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계단 위를 올라가 LED 화면을 감상하는 작품인데... 처음 감상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설명은 적지 않으려고 한다.
 

Time/Timeless/No Time (출처: 지중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이어서 더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미술관의 최하층에 도달하게 된다. 자갈이 잔뜩 깔린 정원 같은 곳을 지나면 마지막 작가인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신전과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에 커다란 구 하나가 준재하는 작품이다. 당연하겠지만 사람의 시선은 구에 쏠릴 수밖에 없는데 매끈하게 다듬어진 돌을 통해서 주위에서 들어오는 빛이 선명하게 반사된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내리고, 또 걸어 다니는 위치를 바꿔갈 때마다 공에서 비치는 빛의 모양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어느 곳에서는 마치 사람의 얼굴을 연상케 하기도 했는데 그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거대한 공간이 가져다주는 위압감을 느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구에 가까이 가서 보니, 흐린 날씨라 빛이 들어오는 위치는 회색을 보였다. 날씨가 맑았다면 하늘색 무늬를 볼 수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던 중 우리가 보는 것은 하나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보는 시간과 위치(여기에는 감상자의 눈높이의 차이까지 포함이 되어서)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요소를 마주하더라도 개인별로 받아들이는 생각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무척이나 심오한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왠지 모르게 들었다.
 
 
 

 
작품을 다 보고난 뒤 위로 올라가다가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발견했다. 하도 오르내리느라 이 곳의 위치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편의점 음식 하나로 버틴데다, 찾아보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식당까지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겠단 생각이 들었고, 마침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길래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사류는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특산품으로 만든 다양한 세트 메뉴와, 오픈 샌드위치가 있는데 한정수량 세트는 품절이어서 오픈 샌드위치를 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연어 샌드위치, 동생은 새우 샌드위치를 골랐다.
메뉴를 살펴보던 중에 특이한 음료수가 눈에 보여서 추가 주문을 했다. 하나는 'Sora-Iro Cola'라고 하는, 새토내해[각주:1]의 해수를 담은 음료였고 다른 하나는 쇼도시마[각주:2]산 올리브 과즙을 담은 'オリーブサイダー(올리브 사이다)'였다.
 
오픈 샌드위치도 괜찮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올리브 사이다였다. 입에 머금은 순간 느껴지는 올리브의 풍미가 생각보다 잘 어울리기도 했고 음료 자체의 맛도 좋았다. 동생도 맛을 보더니 만족스러웠는지 결국 한 병을 더 주문했다. 'Sora-Iro Cola'는 해수를 담았다고 해서 단짠단짠한 음료를 기대했는데 그냥 평범한 탄산음료였다. 특히나, 쇼도시마 올리브 사이다는 지역 특산품인지, 국내에서 구입은 가능한데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니 혹시라도 지중미술관  Cafe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마셔보길 추천한다.
 

 
이 카페의 특징은, 앉아서 새토내해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 때문에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창가 쪽 자리는 꽤나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혹시 창가 자리를 쟁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바깥으로 나와서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분량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작성을 해야할 것 같다.

  1. 혼슈와 시코쿠 사이를 흐르는 작은 해협 [본문으로]
  2. 다카마쓰 근처에 있는 그리스를 연상케하는 예쁜 섬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선 가지 않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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