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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7~12.12]동생이랑 같이 시코쿠 여행(1일차): 출국~다카마쓰(①)

MiTomoYo 2024. 12. 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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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https://electromito.tistory.com/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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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다카마쓰 직항 편은 에어서울/진에어 두 항공편이 있으며, 에어서울은 오전 8시 45분 출발, 진에어는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한다. 당연히 나나 동생이나 일찍 도착해서 첫날부터 돌아다닐 생각이었기에 빠르게 출발하는 에어서울 비행기를 예약했다.

요새 수면 패턴이 박살이 난 상태여서 전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던 중 다음과 같은 카톡 알람을 받았다.

 

 

항공편 지연 안내는 이번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것이어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30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여행에서는 큰 변수를 만들어내기 충분한 시간이기에, 이러한 지연은 그리 반갑지가 않다. 그나마 첫날은 다카마쓰에서만 있을 예정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5시에 집에서 출발, 5시 10분에 공항 리무진에 탑승했다. 그동안 늘 첫 차만 타서 몰랐는데 그 뒤의 차편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서 놀랐다.

 

 

6시 40분 공항 도착. 와이파이 모듈을 찾고 탑승 및 출국 수속을 밟았다. 역시나 아침 출국 수속 대기줄은 무척 길게 들어서 있었는데, 정확히 시간을 체크하지는 못했지만 면세점 지역까지 도달하는데 대략 1시간은 걸렸던 것 같았다. 출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동생이 잠깐 라운지 사용을 하는 동안 나는 그냥 근처를 돌아다녔다. 뭔가 딱히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이 끌리지 않아서 그냥 근처를 배회하다가, 탑승 시간에 맞춰서 보딩 게이트로 이동했다.

 

 

이륙, 그리고 착륙. 1시간 40분이란 비행시간은 역시나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착륙 전, 시코쿠 지방의 풍경과 그 중간에 보이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기온을 보니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완연한 겨울 풍경을 볼 줄 알았는데, 아직 가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다카마쓰 공항은, 착륙했을 때부터 지금껏 봐왔던 공항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다는 생각이 드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는데, 찾아보니 활주로가 1개  있는 공항이었다. 공항 반대편 언덕에는 'さぬき'(사누키-우동 앞에 붙는 그 사누키가 맞다. 정확히는 과거 이곳의 이름이라고 한다.'라고 적혀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입국 심사를 받았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다카마쓰 역까지 이동하는 경로를 검색했는데, 아무래도 공항에서 1시간은 대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까 말했던 '30분'의 지연이 이런 식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았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 로비에 도착해, 이제는 무척 익숙한 일본어가 가득 적힌 간판을 마주했다. 우선 information 센터에 가서 다카마쓰 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역시 리무진 혹은 택시. 리무진 시간을 물어봤는데, 비행기 지연시간에 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 막 리무진이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으니 가보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1년 1개월 만에 일본어를 쓰려니 아직은 입에 잘 붙지가 않았다.

 

 

일단은 숙소 근처에 있는 다카마쓰 역까지 가는 것으로 티켓을 발권받고 바로 리무진 버스에 탑승. 첫 번째 목적지는 리쓰린 공원이었는데, 문제는 다카마쓰 역과 리쓰린 공원 간의 거리가 꽤 멀다는 점이었다. 구글 기준 2.3km니깐 걸어서는 대략 30분 거리. 대중교통으로도 15분 이상은 소요되는지라, 짐 때문에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쏟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 리무진이 리쓰린 공원에서 정차한다는 것은 티켓 발권을 할 때 확인했었기에,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코인 락커만 공원에 있다면 다카마쓰 역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버스에서 이동하는 동안 찾아보니, 정말 다행히도 코인 락커가 공원 입구에 있다는 것을 발견해, 다카마쓰 역까지 가는 대신 리쓰린 공원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캐리어가 들어가는 코인 락커는 400엔, 근데 남은 락커는 하나뿐이었다. 락커 옆 안내판에는 '만약 코인 락커가 다 찼을 때는 information 센터에 맡기면 된다.'라고 적혀있어, 하나는 락커에 하나는 인포센터에 맡겼다.(물론 400엔을 내야 한다.)

 

 

인포센터 카운터에 작은 바구니가 하나 있는데, 지역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종이접기 작품들이 봉투에 담겨 있었고, 편하게 가져가도 된다고 적혀 있었다. 원래는 나와 동생 각각 하나씩 가져갔었는데, 짐을 찾을 때 보니 피카츄가 들어있는 봉투가 하나 더 들어있어서 하나 더 들고 왔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의 많은 대형 공원이 그렇듯 과거 이 지역 영주가 정말 오랜 기간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하며(대략 100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꽤 큰 면적 안에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공원은 대로변에 인접한 동쪽 출입구를 기준으로 북쪽 산책로와 남쪽 산책로로 이뤄져 있는데 면적을 보면 남쪽이 더 큰 편이고 풍경도 남쪽이 훨씬 멋진 편이다. 우리는 먼저 북쪽 산책로를 걸은 뒤에 남쪽 산책로를 갔다.

 

 

북쪽의 경우 연꽃이 잔뜩 심어진 연못이 메인 포인트인 것 같은데, 겨울이기에 연꽃이 전부 시들어 딱히 예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신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정자 하나와, 호수를 유유자적 헤엄치는 많은 수의 오리들을 볼 수가 있다. 연꽃 철에 이곳에 온다면 훨씬 예쁜 리쓰린 공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쪽 산책로로 이동하던 중에 발견한 작은 사당. 전통주가 아니라 '氷結'(효게츠-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츄하이)와 캔맥주가 놓여있는 점이 뭔가 웃기게 느껴진다.

 

 

공원 중심부에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하나씩 심어져 있는데 이 나무가 물들기 시작하면, 시코쿠 지방에 가을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준목'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얼기설기 가지를 뻗은 다양한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일부러 소나무의 가지를 복잡한 모양으로 뻗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남쪽에도 호수가 있는데, 여기는 잉어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먹이를 달라고 뻐끔대는 것이 꽤 웃기다.

 

소나무가 가득 심어진 길을 지나면,

 

호수를 둘러싼 여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세 번째 사진처럼 나룻배를 타고 호수 경치를 즐길 수도 있는데 강풍이 불면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 날 바람이 상당히 거세게 불어서 저 배를 끝으로 더 이상 호수를 떠다니는 배를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차와 함께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바깥 풍경을 찍던 중 이곳을 담당하는 직원 분께서 전통복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이 꽤 잘 어울려 급하게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아주 잘 맞지는 않아서 아쉽지만 일본 느낌이 잘 살아난 사진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가나자와 여행 때는 다도의 예법을 준수해야 할 것만 같은 찻집에 들어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곳은 그런 것 없이 입장할 때 말차인지 잎차인지만 물어보고 테이블석, 혹은 다다미석에 앉으면 차와 곁들일 간식 하나를 가져다주시니 잠깐 들러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샛길을 통해서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를 걸어가던 중 한 건물에서 전통복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전통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일본 전통 종교의식인 것일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귀한 광경이었다.

 

 

리쓰린 공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원 뒤에 높이 200m 정도 되는 산(紫雲山-시운야마라고 읽는다 함)이 하나 자리 잡고 있어서, 멋진 경치를 더한단 점일 것이다. 그동안 방문했던 공원의 경우 탁 트인 지형에 있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공원은 차별화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거기에 아직 가을의 느낌을 한껏 머금고 있는 단풍도 이러한 멋진 모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만들어진 다리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멀리서 지켜봤을 때 훨씬 예쁘게 느껴지는, 즉 관상용으로의 목적이 더 큰 다리란 생각이 든다. 붉은 다리에서는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공원 산책길이 다소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왔던 길을 다시 오기도 하고,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길을 다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공원을 나서기 전 지도를 보니 산자락에 있는 폭포는 못 봤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곳만 다시 보러 가야만 했다. 나무와 건물 하나 사이에 작은 샛길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못 보고 지나친 것이었다.

폭포 자체는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지만, 주위 지형을 활용해서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멋있게 느껴졌다. 옆에 보이는 작은 건물은 다도법을 창시한 '千利休(센 리큐)'라고 하는 사람의 후손 중 한 명이 만든 다도실이라고 한다. 블로그를 쓰면서 찾아보니, 역사적 가치가 대단한 곳이라고 하며, '旧日暮亭(구히구라시테이)'라고 한다.

 

 

되돌아가는 길에 만난 공원의 남/북을 가르는 듯한 다리의 모습. 뒤에는 시들어버린 연꽃들이 보인다.

 

 

우리 주위를 배회하며 요란하게 울어댄 새 한 마리.

 

공원 내에 규모가 있는 건물 하나가 있었다. 리쓰린 공원과 관련된 박물관일 줄 알았는데, 카가와 지방의 전통 공예품을 소개하고 전시한 박물관이었다. 내부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계시는 장인 한 분이 계셨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느긋하게 둘러볼 수도 있었겠지만, 영업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지 7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다음 목적지인 다카마쓰 시 미술관에 가야 할 것 같아서 얼른 나오게 되었다.

 

 

기념품샵. 대부분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인지라 다양한 우동 관련 제품들이 있다는 것이 특징 적이었고, 야돈과 콜라보한 제품들도 많이 보였다. 찾아보니 우동과 야돈의 이름이 비슷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지역 마스코트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첫날이기에 벌써부터 물건을 사들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패스하기로 했다.

 

일단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작성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1일차 여행 얘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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