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40403]울림과 퍼짐 고음악 시리즈 2024 베네치아-나폴리

MiTomoYo 2024. 4. 4. 00:52
728x90

 

오랜만에 공연,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 작년 가나자와 여행은 4일 차를 아직도 쓰고 있는 중이고 그새 전시 2개를 다녀왔지만 도무지 블로그에 뭔가를 쓸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허나 오랫동안 운영해 온 블로그인지라 쉽사리 그만두기도 힘들다.

음악회의 경우에는 공연 당일 바로 글을 쓰지 않으면 공연장에서 가졌던 생각들을 죄다 까먹을 것이기에 늦은 시간에 PC를 켜고 방치해 둔 블로그에 글을 끄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 공연은 크리스토프 코앵이라는 프랑스의 첼리스트의 첫 내한 공연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 가게 되었다. 사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연주자이긴 한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찾아보니 비발디 협주곡집을 발매하고 있는 Naive 레이블에서 몇 장의 첼로 협주곡 음반을 작업하기도 한 분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바로크 앙상블 '페르미어의 친구들'에서 지도를 해주고 계시는 두 선생님께서 이번 연주회에 전부 참여를 하셔서 살짝 놀랬다.

 

오늘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Antonio Vivaldi-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F장조 '프로메테우스, 혹은 뒤집힌 세상' RV.544

Antonio Vivaldi-첼로 협주곡 b단조 RV.424

Giuseppe Maria Dall'abaco-무반주 첼로 카프리스 8번 G장조

Giuseppe Maria Dall'abaco-무반주 첼로 카프리스 6번 e단조

Evaristo Felice Dall'abaco-여러 악기를 위한 협주곡 D장조 op.5-6
=====<2부>=====
Francesco Paolo Supriani-독주 첼로를 위한 카프리스 f단조

Nicola Fiorenza-첼로 협주곡 F장조

Nicola Porposa-첼로 협주곡 G장조
=====<앙코르>=====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d단조 BWV.1008 중 Sarabande

====================

'공식적'이란 얘기를 쓴 이유는 실제 공연에서는 카프리스 6번이 2부로, Supriani의 카프리스는 제외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두 곡 모두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닌지라 집으로 가면서 뭔가 프로그램 북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해당 곡들을 찾아 들어보고, 그때 들었던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추측한 것이기에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여나 나중에라도 제대로 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수정할 생각이다.

 

우선, 오늘 공연에서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바로크 악기의 음량이 정말 작다는 것. 작년 같은 곳에서 진행했던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의 공연에서는 소리가 충분히 크게 들렸는데 당시에는 연주 인원이 많아서 그랬던 것이고, 오늘처럼 15명 남짓 되는 규모로는 IBK홀을 꽉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추가적으로, 바로크 첼로를 연주할 때 필요 이상으로 소리를 크게 내려고 시도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을 오늘 코앵의 연주를 들으면서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곡이 크리스토프 코앵의 리드로 시작했는데, 보통은 소규모 앙상블의 리드는 바이올린이 맡기에 이런 모습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바로크 앙상블에서 첼로는 콘티누오, 그러니깐 반주를 맡기에 저음역대에서 연주를 하는 편인데 크리스토프 코앵은 종종 이런 반주 부분에서 음역을 높여서 연주를 한 것 같은데(확실히 달라바코의 협주곡에서는 그랬었다.) 꽤나 재미있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코앵의 연주에서 인상 깊었던 또 한 가지는 바로 트릴이었는데, 두 음이 교차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어떤 공연이던지 아쉬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공연 초반부에는 앙상블이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느낌도 있었다. 물론 공연이 이어질수록 확실히 괜찮아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긴 한데 테오르보의 소리가 조금 더 잘 들릴 수 있게 배치를 앞에다 두거나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오늘 공연에서 테오르보의 존재감이 너무 옅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관객 매너에 대한 부분인데, 크리스토프 코앵이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의 사라방드가 참 멋있었는데(연주 끝나고 인사드린 선생님께서도 바흐 연주가 정말 좋았다면서 다음번에는 무조건 독주회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연주 시작 때 여기저기서 동영상 촬영 소리가 들리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또 띠롱띠롱 거리는 소리가 들리니 뭐랄까,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빼앗기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공연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을지도.

 

그래도 전반적으로 오늘 공연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오늘 연주회는 향후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을 다시금 배워갔을 뿐만 아니라 녹음이 아니라 현장에서 듣는 음악이 훨씬 높은 몰입감과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