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해외여행기

[2023.11.23~11.27]갑자기 결정! 가나자와 여행(3일차②)-가나자와②

MiTomoYo 2023. 12. 18. 23:04
728x90

=====<이전 포스팅 읽기>=====
1일차-나고야~가나자와: https://electromito.tistory.com/873
2일차-시라카와고: https://electromito.tistory.com/874
3일차①-가나자와① : https://electromito.tistory.com/875
========== 

오랜만에 여행 포스팅을 써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반드시 완결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라이트업 티켓 구입까지는 1시간가량의 시간이 남아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가나자와 성에서 아직 둘러보지 못한 정원(교쿠세닌마루)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잠깐 가보기로 했다.

 

 

굉장히 예쁘게 꾸며진 정원으로, 오직 감상을 위해서 조성된 지역이다 보니, 다리 위를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원 뒤에 보이는 건물은 찻집인데, 친구가 잠깐 쉴 겸 들어가 보자고 했다.

 

 

친구는 단순한 카페 정도로 제안을 한 것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굉장히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당황했다. 어찌나 당황했으면 찻집에서 제공한 차와 모찌를 찍는 것조차 둘 다 까먹었을 정도니...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다리의 모습만이 유일하게 남은 사진이다.

 

사실 엄격하게 다도에 대한 예를 갖추고 즐겨야만 하는 곳은 아니긴 한데, 다도실에 입장했을 때 다들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차를 즐기고 있었기에 이를 따라야만 하는 줄 알았다.

안내를 하시는 분께서 제가 일본어가 가능하단 사실을 알고 일본어로 어떻게 차를 즐기면 되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사실 앞서 다른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한 것을 엿들은 덕분에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다른 것보다도 모찌를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먼저 이 모찌는 가나자와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유키모찌'로 하얀색 떡과 단팥소가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이를 십자가 형태로 4등분을 먼저 한 뒤에 차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된다고 했다.

여행 기간 내내 많이 걸어 다닌 탓도 있지만, 애초에 무릎을 꿇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 탓에 직원들께서 괜찮냐고 계속해서 물어봤고, 결국 뒤쪽에 있는 앉을 수 있는 별도의 좌석으로 안내를 받은 뒤 남은 차와 모찌를 즐겼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다도 문화를 체험하게 된 것은 신기했다. 혼자 돌아다녔으면 결코 해볼 수 없을 경험일 것이다.

 

안내받은 지역에서 16시에 라이트업 티켓을 구입하였습니다. 라이트업 행사는 18시(18시 30분...이었나...) 진행이 되기에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고, 영업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었던 가나자와 국립공예관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나자와 시내의 모습입니다.

 

 

10.14~11.26까지 전시가 되었으니, 포스팅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다른 주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황실과 이시카와'란 주제로 도자기, 문방사우, 장식장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품의 안전을 위해서 락커에 가방을 보관한 뒤에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설명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기에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아쉽단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노란색 도자기, 당대 많은 공예품이 그렇듯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듯한 장식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중에는 닭을 묘사한 공예품도 하나 있었는데, 닭벼슬의 질감을 정교하게 만든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전시를 보는 중에 'まきえ(마키에)'란 단어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찾아보니 옻칠을 할 때 그림이나 문양을 그린 뒤, 이것이 마르기 전에 금가루 등을 뿌려서 장식을 만드는 전통 공예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사전에 알고 봤으면 조금 더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관람을 마치고 바깥에서 본 국립공예관의 모습입니다. 근대식 디자인의 건물이 여럿 있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꽤나 멋있습니다. 전시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근처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해가 진 뒤여서 그런지 건물에 다양한 조명을 이용해서 멋진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고, 근처에는 푸드트럭들이 하나 둘 영업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뭔가를 먹고 이동할까 하다가, 바로 가나자와 성 라이트업 행사를 보러 가기로 했다.

 

 

가나자와 라이트업 행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하나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는데, 오직 겐로쿠엔 근처에 있는 가장 큰 입구를 통해서만 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으며 나머지 출입구는 폐쇄된다는 것이다. 이를 전혀 몰랐던 우리는 다소 먼 거리를 돌아가야만 했다.

 

다시 만난 가나자와 성. 가나자와 라이트업은 가나자와 성의 건물 외벽에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보여주고, 이를 돌아다니면서 감상할 수 있는 행사다.

 

 

이렇게 성벽 외부에 다양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정말 다양한 영상들이 출력되는데 굉장히 추상적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가나자와 성의 성주와 역사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설명이 적혀 있었다.

 

 

 

영상의 길이가 길어서 그중 1분가량만 블로그 업로드를 위해서 촬영을 해봤다. 'すげえ!(대단해! 란 일본어)'라는 누군가의 외침이, 개인적으로는 참 기억에 남았다. 과거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적 역량은 현대를 가리키고 있는 곳이 바로 가나자와란 것을 체감할 수 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아까 들렀던 창고 근처 언덕에서 붉은 점 하나가 아무련 변화 없이 발광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나중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What is that light?'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나는 완벽히 이해한 셈이다. 대체 저 빛은 무엇인가!?

 

 

 

세 번째는 해자 양 옆의 벽을 이용해서 백귀야행을 형상화한 행렬이 지나가는 작품이었다. 사진으로는 정확히 그 모습이 표현되지 않았는데, 다행히 영상도 찍어둔 덕에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인파가 많은 탓에 오랜 시간 볼 수는 없었지만 꽤나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네 번째가 아마 이번 라이트업의 하이라이트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달걀모양의 조형물을 여러 색깔로 비추고, 이를 이용해서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스폿이었다.

 

 

이렇게 친구도 찍어주고,

 

나도 이렇게 한 번 포즈를 취해봤다. 오른쪽의 미묘한 포즈는... 뉴진스 하니의 시그니처 하트 포즈다. 힣!!!

그나저나 혼자였다면 이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었을 것을 생각하니, 이번 여행이 내게는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 준 사진들이 위의 4장의 사진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성 한 바퀴를 둘러보면, 금새 마지막 라이트업 작품이 등장한다.

 

 

 

수많은 꽃들이 모여 여러 동물들이 형상화되어 성벽을 산책하는 작품이었는데, 운좋게도 작품의 결말을 영상으로 담아갈 수 있었다. 꽃들이 해체되고, 서서히 사라지는 순간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여전히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라이트업 행사장 바깥에서는 (아마) 종이접기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형 행사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기반으로 한 가나자와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상영하고 있었다. 날이 너무 춥기도 하고 둘 다 체력도 많이 소진되어서 잠깐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가는 중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침 오미쵸 시장 초입에 '大友家'라고 하는 일본 가정식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구글 맵 기준 평점이 4.1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메인 메뉴로 삿포로 맥주와 일본식 카레, 그리고 반찬으로는 명란, 양배추 곱창 구이, 그리고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원래 생선구이도 하나 주문하려고 했는데 양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이 안되서 일단 보류를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과식을 불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켰어야 했었다... ㅠㅠ

우리 말고도 옆 테이블에 단골로 보이는 손님 두 분께서는, 주인 분과 같이 회사 생활이 별로다 어쩌구... 하면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 역시 뭔가 정감이 가는 분위기였다.

아저씨 한 분이 요리를 하기에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약간은 오래 걸리고,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이라 일본어를 모르면 주문하기 다소 어렵긴 할 것 같으나, 음식 하나하나 정말 맛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가나자와를 다시 들를 일이 있다면 이 곳은 꼭 다시 가고 싶을 정도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 나오는데, 아까 얘기를 나누던 손님 중 한 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지갑이 귀엽다며 말을 거셨다. 친구와는 (당연하겠지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에 뭔가 신기하셨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ㅇ 손님: 지갑이 엄청 귀엽네?

ㅇ 나: (처음에 제대로 못알아듣고) 네???

ㅇ 손님 : 아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ㅇ 나: (지갑을 보여주며) 아! 이거요? 네네 이스탄불이 그려진 거에요! 친구가 선물로 줬어요!

ㅇ 손님과 일행: 이스탄불이래! 신기하다!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누고 인사를 드린 뒤에 식당을 나섰다. 지난 홋카이도 여행 때도 그렇지만, 부족하게나마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행을 다니면서 참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가나자와 역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역 건물을 사진으로 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만큼 독특하면서도 멋진 디자인이 인상적인 곳이다. 잠깐 삼각대를 숙소에서 꺼내온 뒤 사진을 찍을까 했었는데 그러기엔 다소 지친 감이 있어서 포기하고 그냥 손으로 들고 찍은 것들이다. 보정작업도 해야하는데... 여행기도 겨우 올릴 정도로 멘탈이 좋지 못한 요즘, 언제쯤에나 완성된 사진을 공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

 

<3일차 기록>

ㅇ 걷기: 36,884걸음(27.6km-누적: 70.91k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