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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11.27]갑자기 결정! 가나자와 여행(3일차①)-가나자와①

MiTomoYo 2023. 12. 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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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나고야~가나자와: https://electromito.tistory.com/873
2일차-시라카와고: https://electromito.tistory.com/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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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가나자와 여행이 시작되었다. 가나자와 관광의 경우, 다행이라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주요 관광지가 한 곳에 몰려있다 보니, 이동하면서 낭비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었다. 덕분에 동선을 짜기도 쉬웠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도 가능했던 것 같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친구도 숙소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는 성격은 아닌 듯하여  7시 50분쯤 본격 관광을 시작했다.
 

 
전 날에는 비가 많이 내렸는데, 다행히 이 날 아침에는 비가 내리진 않았다. 그만큼 날씨가 춥긴 했지만 말이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오후의 홍차. 사실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버린 손을 녹여보고자 산 것이었다.
 

Model by SW LEE

 
첫 번째 목적지는 히가시차야마치로 설정했지만, 구글맵을 보니 '卯辰山山麓寺院群'라고 적힌 지역이 왠지 눈에 들어와서 가는 길에 잠깐 여길 들러보기로 했다. 별다른 한국어 번역명이 없긴 한데,  '우타츠산 산기슭 사원 지역'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는 길에 발견한 신사에서 찍은 용장식 우물(혹은 분수). 동네 사람 한 분께서 간단히 참배를 하고 가셨다.
 

 
주말 이른 아침이라 동네가 무척이나 고요했다.
 

 
그리고 도착. 여러 개의 사원이 있는 곳이었는데, 역시나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도 없었고, 본당도 문이 닫혀있었다. 아침 일찍 정리를 한 모양인지 낙엽을 쓸어둔 흔적은 있긴 했다. 올해 국내에선 유난히 단풍이 별로였단 얘기를 봤었는데, 여기서나마 가을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가 있었다.
이곳은 사원뿐만 아니라 공동묘지를 겸하고 있는 듯했다. 일본식 묘지가 굉장히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아 무덤이 있구나...'란 기계적인 반응을 보인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이것이 다소 으스스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다음 지역인 히가시차야가이로 이동했다. 가나자와에는 3개의 차야가이(찻집 거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있는데, 이미 다녀온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이곳이 비주얼적으로는 가장 '일본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락 이런 느낌의 거리이다. 사실 규모는 1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이고, 가나자와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관광지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저 사진들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지 않던 이른 오전 중이었기 때문에 건질 수 있었던 것이었고, 아마 10분만 늦었어도 관광객으로 가득 찬 거리 사진을 찍었을 것 같다.
 

 

그 외의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

 
작은 거리지만 곳곳에 기념품샵과 음식점들이 존재하는데, 시간 상 음식점을 가진 못했고 대신 기념품 샵을 돌아봤다. 거리 초입에 있는 상점에서는 금박을 이용한 다양한 화장품, 그리고 금박을 입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샘플로 핸드 에센스를 발라줬는데, 은은하게 퍼지는 유자향과 적은 양으로도 손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모품은 잘 구입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고민 끝에 포기하긴 했는데, 몇 개 샀어도 좋았을 텐데... 란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금박을 입힌 아이스크림은 가나자와에서 꽤나 주력으로 밀고 있는 관광 음식인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얇은 금박을 입힌, 꽤나 독특한 간식이다. 거리에서는 뭔가를 먹으며 돌아다닐 수 없으며 상점 내부에서만 먹어야 한다. 금박은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금속 특유의 비릿한 맛이 조금 느껴지는 편이다. 물론 맛알못인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다가, 친구의 얘기를 듣고서야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여느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도 있지만, 어떤 곳은 금을 활용한 다양한 장신구, 예술품,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탐이 나는 것도 있었지만, 줄 사람이 없거나 너무 비싸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결국 산 것은 헬로키티 인형과 키링과 같은 일반적인 기념품들이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여기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하나 구입할 수 있는 여유나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히가시차야가이 관광을 마쳤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봤으면 문득 '이곳은 금이 특산품인가?'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실제로 가나자와(金沢)의 '金'은 금을 의미하며 과거에는 금박 제조로 꽤나 유명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히가시차야가이를 나서기 전 발견한 귀여운 멧돼지 조각! 다음 목적지는 카즈에마치차야로 정했다.
 

 
또 다른 마치차야인 카즈에마치차야는 가나자와를 가로지르는 강(아사노 강)에 있으며 앞서 방문한 히가시차야가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거리라고 하지만, 현재는 관광지가 아닌, 실거주지역이라고 하며, 앞서서 히가시차야가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인 듯했다.

 
거주지역인 만큼 아까와는 다르게 기념품 가게 등은 없었고, 사람들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소 조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지역을 돌아보는 동안 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날씨도 쌀쌀해져서 어딜 갈까 하다가, 근처에 축음기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나와 내 친구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 마침 11시부터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축음기를 재생하고, 또 설명하는 짧은 강의가 진행된다고 해서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
 
강의 사진이나 영상을 별도로 남기진 않았지만, 에디슨이 발명했다는 기기부터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 축음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또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어 실력이 좋지는 않다 보니, 모든 설명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략
ㅇ 축음기를 발명한 에디슨과, 이를 상용화한 에밀 베를리너에 대한 설명
ㅇ 축음기하면 떠올리는 나팔의 역할: 소리의 증폭을 담당
ㅇ 생각보다 두꺼운 SP판의 두께
ㅇ 일부 기기에 달려있는 서랍 크기의 여닫이문은 음량 조절 기능을 수행
ㅇ HMV 로고의 마스코트 강아지 '니퍼'에 대한 에피소드.
대충 이 정도가 현시점에서 기억나는 것들이다. 강의 시간은 대략 20분 남짓. 다른 것보다도 축음기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대의 녹음 기술에 비할 수 없는 조악함(특히 노이즈)은 숨길 수 없었지만, 그 나름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다양한 축음기 모델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LP를 청음 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조금 늦게 도착한 관람객을 위해 강의 때 재생한 축음기 중 하나를 재생을 해주거나 하기도 했다.
1층에서는 역시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고민 끝에 친구에게 줄 바이올린 브로치, 니퍼가 그려진 코스터, 그리고 가나자와의 사계절을 담은 DVD를 하나 구입했다. 여담으로 직원 분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조금은 반가워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사실 여기는 이번 여행에서 방문할 계획이 없었던 곳인데 즉흥적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여담으로 강의는 11시, 14시, 16시 이렇게 하루 세 번 진행이 되니 혹시 이곳을 들를 계획이 있다면 저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면 훨씬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목적지는 겐로쿠엔이라 불리는 정원으로 정했는데, 마침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서 겐로쿠엔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명이 기억이 나질 않는데 고로케를 비롯한 몇 가지 토핑이 올라간 오므라이스였고, 관광지 근처 식당이 그렇듯 아주 평범한 정도의 맛이었다.
 

 
겐로쿠엔 도착. 구글링을 통해서 보니 1620년부터 1840년까지 이 근방을 지배했던 마에다 가문이 조성한 정원이라고 한다. 20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지다 보니, 규모도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곳곳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나의 부족한 필력은 이를 말로써 설명할 수 없으니 사진들을 대신 올려보고자 한다.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산책, 그리고 웨딩 촬영 등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만큼 이곳의 풍경이 멋지단 것을 의미하는 것일 듯하다.
사진으로는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남기질 않았는데,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개울 같은 것들도 여럿 존재하는데, 몇 년 전 교토 여행 때 은각사에서 봤던 미니어처 정원 같은 아기자기함도 느낄 수 있었다.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의 매력을 더욱 많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풍 덕분에 훨씬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겐로쿠엔 입구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가나자와 성을 관람할 수 있다.
 

 
가나자와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가도로를 통해서 가게 되어 있다.
 

 
출입이 불가능했던 천수각을 여기서는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슬프게도 가나자와 성에서도 천수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수각 내부를 구경하려면 역시 히메지 성뿐인가! 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사카 성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은 없는 것에 비해서는 차라리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가나자와 성의 한 쪽 성벽을 활용해서 박물관을 하나 조성했는데, 그 규모에 비해서 출토된 유물들이 많지는 않다 보니 다소 휑하단 느낌을 받았다.
 

 
박물관 내부에 소개된 가나자와 성의 역사. 읽다보면 이곳의 역사가 생각보다 기구하단 것을 알 수 있다. 500년 좀 안 되는 역사에서 불에 탄 것만 5번(그중 한 번은 거의 전소되었다는 듯), 그 외에도 전쟁으로 인해 여러 번 박살이 났다고 한다. 1949년에 가나자와 대학이 여기에 지어졌다고 하는 것을 보면 꽤 최근까지 문화재로써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발굴이 진행되는 지역이 있긴 했지만, 현재는 가나자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복원까지는 진행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 가나자 성의 조감도와 건물 외벽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성의 외골격.
 

 
성의 방어를 위해 사용되던 낙석 구멍과 이를 지탱하는 기둥.
 

 
이 그림은 성벽 박물관이 아니라, (구)창고 건물에서 보관 중인 것의 일부인데, 창고 건물은 이거 말고는 정말로 볼 것이 없다.

 
이렇게 보면 가나자와 성은 정말 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어제 친구가 버스에서 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저녁 6시부터 '라이트 업'행사를 하는데 이걸 보고 싶다고 했었다. 사실 실제 행사를 보기 전까지는 뭘 하는 것인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지만, 여행 계획을 짜는 동안 크게 뭘 하고 싶다는 의견을 말하지 않았기에 그럼 구경하자고 했다.
 
정보를 찾아보니 라이트업 행사를 위해서는 별도의 티켓을 구입했어야 했는데 '인터넷 예매', '가나자와 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 그리고 '현장 판매'란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간혹 매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앞의 두 개의 방법은 당시 시점에서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현장 판매'로 티켓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어디서 티켓을 구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나자와 성 입구의 안내소로 갔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어가 가능한 내가 주로 뭔가를 구입하거나, 물어보거나 했었는데 여기서는 친구가 영어로 직원 분께 물어봤었다. 현장 판매는 16시부터 가능하단 답을 들었다. 대략 1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여담으로 직원 분께서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셨는데,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서로 말을 내가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양 나는 일본어로, 친구는 영어로 각각 '캉코쿠카라 이키마시타', '코리아'라고 말했다.) 반가운 기색을 보이시며 유창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해주셨고 우리도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답을 해드렸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3일차는 두 번에 걸쳐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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