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30325]서울시향-리사 바티아슈빌리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②

MiTomoYo 2023. 3.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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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각기 다른 스타일의 세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보게 되었고,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예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던 연주자였고 연주가 마음에 들어서 최근 'City Light'와 'Secret Love Letter'란 타이틀을 단 음반도 샀는데 마침 서울시향과 협연을 한단 것을 알게 되어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더불어 정명훈 이후 공식적인 상임 직책을 맡은 오스모 밴스케의 지휘를 처음으로 들어보게 된 연주이기도 하다. 하필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한 2020년부터 3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격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연을 보러 다닐 입장은 아니었던지라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다.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음반도 좋게 들었었고 말러의 교향곡 음반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 무언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로 끝나버린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다. 거기에다 최근에 크게 다치고 아직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지라 거동이 불편한 것을 보니 다소 안타깝기도 했다.

 

오늘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고, 지휘는 앞서 말한 대로 오스모 벤스케가 맡았다.

===========================<1부>==================================

Jean Sibelius-'카렐리아' 모음곡 op.11

Jean Sibelius-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개정판)

<앙코르>

핀란드 민요-저녁 노래(Arr.Jarkko Riihimaki)

Alexi Machavariani-돌루리

(Vn. 리사 바티아슈빌리)

===========================<2부>==================================

Jean Sibelius-교향곡 6번 D단조 o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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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리아 모음곡은 전형적인 낭만시대 스타일의 곡으로 꽤나 대중적인 요소들(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흥겨운 리듬 등)을 가지고 있는 곡이고, 무난히 괜찮은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서곡에서 번뜩이는 무언가를 순간을 찾는 것도, 그렇다고 서울시향 정도 되는 오케스트라가 이런 곡에 개판을 칠 일도 잘 없으니 딱히 적을 말이 없는 것 같다.

다만 롯데 콘서트홀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1.5층 중앙에서 관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음향적 특성이 지금껏 들었던 소리들과는 확연이 달라서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2층에 비해서는 악기의 소리가 훨씬 직접적으로 들리긴 했는데 총주에서는 소리가 뒤섞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저음역도 다소 흐릿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관객석에서의 소음이 상상 이상으로 크게 들려서 종종 집중력을 잃게 만들었다. 다음번에는 이 쪽 좌석을 예매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지 않을까 싶다.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바이올린은,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선이 굵으면서도, 테크닉적으로 뛰어난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줬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다소 싸늘한 분위기의 시벨리우스보다는 브람스나 차이코프스키의 것을 연주했다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오늘의 연주가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확실히, 이 곡은 만만한 곡은 아니라는 것이 공연 내내 느껴졌다. 1,3악장에 종종 등장하는 괴악하기 그지없는 음정 도약이나 서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음악적 표현을 할 여유를 결코 주지 않는 2악장을 보면서 이를 실수 없이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주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다행히 수습이 되기는 했지만 1악장에서 독주자와 합이 확실하게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고 표현할 여지가 많은 2악장도 다소 밋밋하게 느껴져, 협연자의 연주를 돋보이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은 느낌도 들었다.

 

바티아슈빌리의 기량이 부족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것이, 앙코르로 연주한 2개의 곡 모두 앞서 언급한 바티아슈빌리의 연주 스타일이 한껏 드러난 연주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들은 것이 맞다면 헬싱키에 바친다고 말한 '저녁 노래'에서는 음악적 표현력을, 빠른 음표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돌루리'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내는 연주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특히 후자에서는 협주곡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카리스마도 느낄 수 있었다.

 

2부 곡으로 연주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은 시벨리우스 교향곡들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시벨리우스는 이 곡을 가리켜 '첫눈의 내음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했다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로라의 신비로운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현악기 군을 다시 잘게 쪼개서 섬세한 화성을 구성하는 것을 통해 이런 효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곡을 두고 이해를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봤는데, 청중의 관심을 확 사로잡을 포인트가 딱히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중심 멜로디라고 부를만한 것도, 강렬한 총주도 거의 나오지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가면 이 곡을 잘 연주해 내기란 극도로 어렵단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의 연주는 다소 아쉬운 편이었다. 1악장 중반까지는 특유의 신비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있었지만 서서히 집중력이 저하되는 느낌이 들었고, 몇 안 되는 강렬한 다이나믹이 나오는 부분(레터 L 4마디)에서 벤스케는 강렬하게 템포를 끌어당기려고 한 것 같지만, 결과물은 왠지 어수선한 우당탕으로 내게는 들렸다. 오늘 공연에서 가장 안 좋았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곡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주축이 되어 곡이 진행되고 금관악기는 화성을 채우는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는 점인데(앞서 언급한 강렬한 총주가 없다는 것이 바로 여기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연주 전반에 걸쳐서 목관악기가 밋밋하게만 연주를 하면서 가뜩이나 피상적인 이 곡을 더욱 흐물거리게 만드는 데는 목관악기의 책임이 컸다고 생각한다. 2주 전 연주회에서는 이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더욱 의아한 대목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를 연다고 해서 오랜만에 음반을 챙겨 들고 가서 이렇게 사인을 받았다.

 

사인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 오랜 시간 기다려서 받았다. 여러 장 받는 것이 가능했다면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도 하나 더 들고 가는 건데, 그건 좀 아쉽긴 하다.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연주는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서울시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아쉬운 연주를 들려준 것 같아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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