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21215]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하모닉

MiTomoYo 2022. 12. 1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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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듣는 마지막 공연일 듯

지난 9월에 갔던 파보 예르비&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이 괜찮았단 얘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한 분이 12월에도 내한하니 관심 있음 보러 가라는 정보를 주셨다. 지난 일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오늘까지 총 3번의 공연이 있었는데, 앞의 두 프로그램은 2부 곡이 베토벤 교향곡 8번, 오늘은 하이든 교향곡 104번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사실 하이든 교향곡보다는 베토벤 교향곡을 더 듣고 싶었지만,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오늘 공연을 가게 된 것인데, 하이든 교향곡의 매력을 조금은 알게 된 계기가 된 듯하여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Franz Joseph Haydn-교향곡 96번 D장조 Hob.I:96 '기적'

Ludwig van Beethoven-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Vn: 클라라 주미 강)

<앙코르>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장조 BWV.1005 중 Largo

===========================<2부>==================================

Franz Joseph Haydn-교향곡 104번 D장조 Hob.I:104 '런던'

<앙코르>

Leo Weiner-디베르티멘토 1번 op.20 중 1악장

Jean Sibelius-안단테 페스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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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순서와 상관없이 일단 협주곡부터 써볼까 한다. 파보 예르비와 오케스트라가 비브라토를 최대한 억제한 스타일로 반주를 했다면 클라라 주미 강은 일반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했는데, 딱히 어색하게 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소편성 오케스트라라는 특성 덕분에 오케스트라와 독주자 간에 음량 밸런스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껏 들었던 실연에서의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나오면 독주자의 소리는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어느 부분에서든 독주 바이올린 소리가 잘 들렸다. 어쩌면 그동안 봐왔던 협주곡들은 오케스트라(특히 현악기군) 편성을 비대하게 구성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연주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독주자의 카리스마로 곡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곡이 만들어지는 식으로 연주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클라라 주미 강의 음색은 전반적으로 카랑카랑한 편이었는데, 3층 중앙에서는 선명하게 들려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종종 등장하는 독주 바이올린의 고음이나, 2악장에서 숨이 멎을듯한 작은 소리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 기억에 남는데, 기교적으로 화려한 부분보다 섬세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멋지게 연주해내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연들은 본 공연보다 앙코르에서 더 멋진 연주를 듣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반대로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던 바흐는 좀 아쉬웠다.

 

하이든 교향곡들은,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둘 다 처음 들어본 곡이었다. 하이든 교향곡 음반들을 꽤 여럿 구입했었기에 '듣기는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대충 들었나 보다.'란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1부 곡으로 연주한 교향곡 96번에서 비브라토가 싹 가신 1악장의 첫 두 음부터 독특하단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목관, 그중에서도 퍼스트 오보에 주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다만 하이든 교향곡 특성상 아무리 잘 연주해도 관객들을 확실하게 휘어잡는 '포인트'가 없고, 그렇다고 연주 난이도가 쉬운 것도 아니니 공연에서 쉽게 듣지 못할 수밖에 없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이 곡을 집중해서 듣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추가적으로 작은 편성의 아쉬움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내추럴 트럼펫의 음량이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총주 부분에서 현악기 소리가 확실히 묻혀버리는 것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2부 곡으로 연주한 교향곡 104번이, 위에서 말한 하이든 교향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악장은 3악장. 집에서 찾아보니 역시 '미뉴에트'로 적힌 악장이었는데, 오늘의 해석은 분명 '스케르초'에 훨씬 부합한 해석이었고, 곳곳에 춤을 꼬이게 만들법한 박자들이 등장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 예르비의 접근법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3악장이 끝나고 몇몇 사람이 박수를 쳤는데, 충분히 나올법한 박수였다.

그 외에도 1악장에서는 오스트리아 왕궁의 당당함이, 2악장에서는 짐짓 우아한 느낌이 드는 귀족들의 모습, 4악장에서는 유쾌한 시골 음악이 장대한 음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곡 중간마다 등장하는 박자에서 벗어나는 강박, 갑자기 등장하는 긴 쉼표, 예상치 못한 화성 변화 등은 하이든에서 '유머'와 '위트'를 느낄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연히 이를 음악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것은 예르비와 오케스트라의 공도 크지만 말이다.

 

앙코르로 연주한 두 곡은 전부 현악기만으로 연주되었던 곡인데 베이네르의 곡은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고, 시벨리우스의 안단테 페스티보는 겨울 느낌이 물씬 드는 곡이니 둘 다 괜찮은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벨리우스의 안단테 페스티보는 지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 때도 들었던 것이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악단의 규모 차이가 가져다주는 다이나믹 폭의 차이로 인해 조금은 밋밋한 느낌도 들어서 아쉬웠다.

 

여하간 어쩌다 보니 올해 파보 예르비의 공연을 두 번이나 듣게 되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다음에도 스케줄이 맞으면 꼭 들으러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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