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30311]서울시향-코파친스카야의 쇼스타코비치②

MiTomoYo 2023. 3. 12. 01:56
728x90

올해 서울시향이나 KBS향 양측에서 경쟁이 붙었는지 괜찮은 연주자들을 섭외한 공연들이 자주 있는 편이라서 한동안 관심이 덜했던 오케스트라 공연에도 자주 가지 않을까 싶다.

 

오늘 공연은 1부와 2부 모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전날 공연의 평이 꽤 좋은 편이어서 어제저녁에 급하게 예매를 한 뒤 가게 되었다.

 

일단 오늘 공연 프로그램부터. 지휘는 잉고 메츠마허가 맡았다.

===========================<1부>==================================

Dmitri Shostakovich-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op.77

(Vn.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2부>==================================

Anton Bruckner-교향곡 5번 Bb장조(Nowak Edition)

=================================================================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정말 독특한 바이올리니스트다. 처음 알게 된 것은 쿠렌치스와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녹음을 유튜브를 통해서였는데, 평범하지 않은 것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의 좋은 예시란 생각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그 때문에 음반을 사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하간 들어보면 결코 잊기 어려운 연주인지라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연주자였다.

이후로도 유튜브에 올라온 몇 개의 영상을 봤었는데, 적어도 내 취향에 따르면, 바로크나 현대음악 쪽으로는 확실히 자신의 개성을 통해 곡을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반면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의 곡은 정말 호오가 갈릴(그리고 나는 확실히 불호 쪽에 가까운 편} 연주를 들려주곤 했다. 일단 오늘의 협연곡이 쇼스타코비치란 점에서 적어도 해석에 있어서 '경악'스러운 연주를 듣지는 않겠다 싶은 예상을 했었고, 예상대로 멋진 연주를 들었던 것 같다.

 

먼저 쇼스타코비치는, 비록 몇몇 곡을 좋아하긴 하지만 결코 좋아할 수는 없는 작곡가임은 분명하다. 특히 그의 느린 곡은 듣다 보면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하는데 그것을 견디기가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의 연주도 역시나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연주가 괜찮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파친스카야의 연주는 곡이 진행되는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스타일의 해석이었는데, 이것이 비단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온몸을 통해서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정적인 1,3악장에서는 움직임이 그리 크지 않았던 반면, 동적인 2,4악장에서는 '저렇게 움직이면서도 연주가 가능하구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날아다닐 정도였다. 추가적으로 본인이 조금 더 음량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발을 구르기도 하면서(2층 앞 중앙 쪽에 있었는데 쿵쿵하는 소리가 정말 잘 들렸다) 연주를 하였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본인이 생각하는 음악적 해석을 더 강조하는 형태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쇼맨십을 위한 것은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연주 스타일 역시 비슷했다. 1악장에서는 비브라토를 절제한 서늘한 음색을 들려주다가, 2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듯한 과격한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3악장의 카덴차에서 정적인 음악이 동적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였다.

또한 단순히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기만 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도 굉장히 잘 맞춰준다는 순간도 있었는데 1악장에서 피콜로의 연주를 독주자가 이어받는 부분에서 음색까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절묘하게 느껴져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서울시향의 반주도 딱히 흠잡을 곳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주 익숙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곡인지라 딱히 뭐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담이지만 코파친스카야는 일단 악보를 보고 연주를 했는데, 중간에 지휘자가 악보를 쓱하고 넘겨주는 스위트한 장면도 포착했다.

 

2부에 연주된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정말 좋아하는 곡이지만 연주가 잘 되는 편은 아닌 데다, 난이도가 극악에 가까운 곡이란 느낌이 있어서,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요구하는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오늘 공연을 통해서 나름 브루크너 곡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끝까지 집중해서 감상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는, 소위 정통적이라 불리는 장중한 느낌이 아닌 좀 더 변화무쌍한 스타일의 해석이었는데, 이것이 1~3악장까지는 괜찮았고 4악장의 첫 뜬금 클라리넷 테마까지도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이 곡의 정수라고도 볼 수 있는 푸가 부분에서 템포가 다소 빠른 탓인지는 몰라도 푸가가 등장하는 부분이 휙 하고 지나간 것 같단 아쉬움도 느껴졌다. 다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위적인 움직임을 대충 건드리고 넘어간 것은 아니라고 느껴진 것이 푸가의 주제가 되는 모티브들을 확실히 강조되는 순간들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워낙 이런저런 음반들을 많이 들으면서 오히려 곡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이 겪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이 곡의 특징 중 하나가 각각 1,4악장과 2,3악장이 동일한 모티브로 시작한다는 점인데, 1,4악장에서 첼로-베이스의 피치카토에 이은 현악기의 프레이즈를 두 번 모두 분절하여 연주를 하게끔했는데 그동안 이 부분을 이렇게 처리한 연주를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꽤 신선하게 느껴진 데다, 곡의 구조적 통일감을 주는 좋은 효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러한 효과가, 어쩌면 브루크너가 당시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의 곡을 어떻게든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구상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 외에도 메츠마허의 지휘폼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다이내믹해서, 지휘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느낌의 연주를 지시하고 있구나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소리를 작게 줄여야 하는 곳에서는 지휘대에 기어들어갈 정도로 몸을 숙이기도 하고, 주로 1 바이올린을 대상으로 더욱 표현을 살리라는 듯한 지시를 자주 내리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지휘자의 요구사항에 꽤 잘 따라주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브루크너의 곡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5번 교향곡 같은 경우에는 금관파트가 마지막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곡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그러한 점에서 오늘 서울시향의 금관은 굉장히 잘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공연은 꽤 만족스러웠다. 괴짜라고만 생각했던 코파친스카야의 진면목을 발견했고, 꽤 만족스런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실황으로 접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3월 24, 25일에도 개인적으로 들어보고 싶은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서울시향과 협연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별일 없으면 예매해서 가볼까 생각 중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