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230308]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무반주 리사이틀(예술의 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MiTomoYo 2023. 3. 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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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니지만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에 대해서 '이름 정도는 들어봤다' 수준으로만 알고 있는 연주자였는데,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음반 지름 포스팅을 보고 외국에서 유학 중인 친한 누나가 테츨라프에 대해서 굉장히 좋게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기회가 되면 실연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오늘 공연을 예매하게 되었다.

예매를 하고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무반주'곡들로만 구성된,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기에 '가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Eugene Ysaye-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op.27-1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C장조 BWV.1005

===========================<2부>==================================

Gyorgy Kurtag-사인, 게임, 그리고 메시지 중 발췌(총 6곡)

Bela Bartok-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Sz.117

<앙코르>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단조 중 Andante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E장조 중 Gavotte

Johann Sebastian Bach-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중 Sarab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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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에서 들은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연주 스타일은 다이나믹과 음색의 폭은 크고 비브라토는 절제하여 구사하는 편이어서 곡이 다채로우면서도 깔끔하게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무반주'라고 하는, 연주자 한 명이 오롯이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공연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2부의 첫 프로그램으로 연주된 쿠르탁의 모음곡이 이를 압축적인 형태로 보여준 것 같다.

특히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다이나믹인데 정말 작은 음량에서, 심지어는 나의 날숨마저도 연주를 듣는데 큰 방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이는 지금까지의 공연에서는 쉽사리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기도 했다. 다소 규모가 작은 IBK홀에서 열린 것이 어쩌면 오늘 공연을 좋게 들을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이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이러한 섬세함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리사이틀을 더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바흐를 제외한 다른 곡들은 오늘 처음 들어본 것이기에 세부적인 부분이 어떻고 이런 것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만, 오늘 공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바흐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익숙한 곡인지라 귀에 더 잘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겠지만, 앞서서 말한 테츨라프의 연주 스타일이 바흐와 가장 잘 어울리는 듯했고, 그 때문인지 앙코르 3곡 모두 바흐의 곡들로만 연주를 해주었다.

 

이자이와 바르톡의 곡은, 역시 한 번 들어서는 쉽게 들어오는 곡은 아니었다. 이자이의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을 팜플랫을 통해 읽게 되었는데, 확실히 곡 어딘가에서 '아 그렇구나'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바르톡의 곡은 첫 두 악장은 '역시 난해한 바르톡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섬세한 3악장과 약음기를 꼈다 뺐다 하는 것까지 하나의 기교로 포함시킨 4악장이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이르다고 느껴지는 7시 반에 공연이 시작돼서 그런지 늦게 도착한 관객들도 있었는데, 이자이의 곡 2악장을 연주한 뒤 입장하는 관객들을 기다려주는 센스도 기억에 남았고, 본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이후에 앙코르 곡을 연주하려고 할 때 '띠링~'하는 동영상 촬영 소리가 세 번 정도 울렸는데, 첫 두 번은 장난스럽게 따라 연주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연주 직전에 다시 한번 더 울리니 다소 신경질적으로 '기긱!'이라 소리를 낸 뒤에 앙코르 곡을 연주했다.

 

음반과 영상으로만 접하면서 막연히 '좋은 연주자'구나 싶었던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에 대해서 오늘 공연을 통해 그 진가를 알게 되었던 것 같고, 한동안 다소 시큰둥했던 공연을 들으러 가는 것에도 다시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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