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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브래드 글로서먼 저/김성훈 역/김영사)

MiTomoYo 2021. 2. 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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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독후감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었는데 빠르게 읽어나갈 수 없는 그 방대한 양과 아직은 생소한 문체 때문에 다른 책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최근 그 1부인 '스완의 사랑'을 겨우 한 번 읽었고, 조금은 숨도 고를 겸 이전에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을 읽기로 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분명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는 10년이란 간격을 가지고 일본이 가는 방향을 한국이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여전히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이 존재한다. 내 견해와 유사하게 저자는 이 책을 '한국인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로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 이유를 '한국의 가장 큰 실패는 일본의 실패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능력이 없다.'라고 들고 있다. 외교에 대해 함부로 평가할 역량이 없는 나지만, 한-일-중의 관계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앙금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이 책은 아베가 재집권한 시기가 일본의 국력이 가장 강할 때일 것이며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그 이유를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일본이 겪어온 일들을 토대로 분석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각각의 파트를 나누어서 서술을 하고 있지만, 이를 읽다 보면 경제-정치-외교란 세 개의 요소가 서로 얼기설기 엮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장기 침체를 가져온 버블 경제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를 정치권에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정체한 일본은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으로 인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잃을 것을 걱정했고 이는 둘 간의 잦은 마찰을 불러왔다. 이런 마찰은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한국과의 충돌을 일으킨다. 와 같은 식이다.

1997년 IMF를 보면 알 수 있듯, 위기는 국가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된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나마 2009년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가 되었지만 민주당의 능력부족과 일본 정치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정치적 혼란만 가져왔다. 거기에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는 개혁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도쿄 올림픽은 여러 시설 인프라는 발전시키겠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는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도쿄 올림픽은 정점을 찍은 일본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행사가 될 것이란 예측을 저자는 하고 있는데, 이 행사는 아직까지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이 책이 2019년에 출간되어서 그렇다.)

 

우리가 보는 일본의 정치인의 평가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일본에 한 차례 활력을 불어넣은 정치가였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도게자를 했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재앙 그 자체, 아베 신조는 성과가 들쑥날쑥함에도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만큼 이를 노련하게 이용하는 영악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한 명 있는데 바로 고이즈미 신지로다. 펀쿨섹좌로 조롱을 받는 그지만 이 책이 발간된 시점에는 일본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인물로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단 버블 경제가 불러온 막대한 부채와 인구는 일본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외교력은 함부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우리 주위의 국가는 다들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에 험난하다. 일본의 경우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몰락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세계에서의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변수는 정치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일본과는 다르게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변수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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