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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Azar Gat 저 / 오숙은,이재만 역 / 교유서가)

MiTomoYo 2020. 7. 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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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책의 양이 방대할수록 이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노력이 훨씬 힘들다. 이번에 쓰는 독후감은 1년 전에 읽고 쓰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새로운 책을 읽으려고 보니 마침 이 책의 후속작인 것을 보고 기억을 되살릴 겸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기간을 셋으로 쪼개서 인간과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단 각 파트를 소개하기 전에 전쟁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토머스 홉스의 의견으로 전쟁은 생존과 권력을 위한 투쟁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와 같은 강력한 권력 집단이 생겨난 것이란 주장이다. 두 번째는 장-자크 루소의 견해로 인간은 대체로 평화롭게 살았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한 국가, 재산, 계급과 같은 여러 사회적인 요소들로 인해 전쟁이 나타났고, 이것이 문명의 부정적인 부분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은 사회적 분위기, 연구결과에 따라서 서로 우위를 점하곤 했다.

 

1부는 고대에 있었던 전쟁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의 축적을 통해서 당시의 전쟁은 한정된 자원, 종족 번식을 위한 경쟁으로 인한 다툼이 주 원인이었단 점이 밝혀지고 있다. 과거에 읽었던 '공격성, 인간의 재능'(https://electromito.tistory.com/553)에서 봤었던 주장과는 달리, 현재는 종내 살해는 흔한 일이며, 동물이 사망하는 주 원인 중 하나란 이론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 근거 중 다른 동물의 종족 간 살해 비율과 전쟁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비슷하단 점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전쟁이 앞서 언급했던 생존본능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란 점도 생각할 필요는 있다. 풍족한 집단은 더 많은 소유를 갈망했고 그 때문에 일어난 전쟁도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다. 풍요로움을 통해 사회적 격차, 즉 계급사회와 전쟁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두 원인 모두 간단히 말하자면 '무엇을 얻기 위해서' 싸웠다는 점이며, 홉스의 의견이 맞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2부는 농업 사회 이후의 전쟁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농경은 생산력의 강화 뿐만 아니라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이는 인간사회에서 분쟁을 촉발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특히 수렵민과 농경민과의 싸움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수렵민의 경우 비효율적인 식량 조달의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풍요롭지만 방어력이 약한 농경민을 자주 습격하는 양상이 많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러한 싸움에서 수렵 사회는 일단 세력이 축소되면서 농경 사회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수렵 사회는 목축의 형태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목축 사회는 농경사회를 서서히 잠식해나갔다고 한다.

부족 내의 폭력은 족장을 통한 중재가 가능했지만, 부족 간의 다툼은 이런 억제책이 없었으며, 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그 규모도 커지면서 기습보단 전면전의 형태로 발전했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중앙권력의 강화를 가져왔고, 전사 중심의 전투가 강제적 동원명령을 통한 형태의 전쟁으로 변형이 되었다고 이해를 했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은 주변의 약한 권력자들을 흡수하는 식으로 세력을 키워나갔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국가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도시국가로 나타났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제국으로, 이어 봉건제의 형태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가체계의 발전은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쳤다. . 국가는 개인을 지켜주는 대신 강제적 징발(세금/인력 동원)을 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개인으로 따지면 과거와는 달리 다툼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계급 사회에서는 국가, 혹은 권력자로 인한 강제적 징발은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불평등한 분배가 이뤄졌다는 문제는 존재했지만 적어도 국가의 존재는 인간 사회에 있어서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 노출되는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은 향상되었다.

 

 

3부는 근대화 이후 전쟁이 끼친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생산성의 향상은 국력의 향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력이 강한 국가는 내부적으로는 체계적인 사회구조,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외부적으로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어느 정도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생산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불러왔다. 점진적으로 발달하던 기술과 함께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첫 번째로 경제력의 향상은 군사력과 경제력 간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 이는 항해술과 화약의 등장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효과였다. 항해술의 발달은 시장의 의미했고, 화약은 새로운 시장을 '정복'하는데 유용한 무기가 되었다. (여기에는 전염병의 역할도 큰 역할을 했지만, 이 책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무역을 통한 막대한 부의 창출은 금융시장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응용해서 국채 등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로 전쟁을 위한 자원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에 사용했던 무거운 과세보다도 쉬운 형태의 조달법이었고,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를 활용해서 더 큰 규모의 군대를 가져왔다. 물론 이런 손쉬운 방법은 미래의 자본을 미리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한 나라 (이를테면 에스파냐, 프랑스)의 몰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인쇄술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국가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인쇄 매체를 통한 정보와 문화의 공유는 국가 규모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크게 강화했다. 이는 과거의 전제적 권력을 약화시키고 권력의 분산을 불러왔다. 국가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서 굳이 무력을 쓸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국가 체제의 안정화를 가져왔다. 내부의 분열이 자주 발생한 아시아 제국이 총포를 도입하고 유럽식 군사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유럽에 굴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18세기에 등장한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불러왔고, 이는 인간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앞서 언급한 생산력의 증가는 인구의 증가에 기댄 측면이 컸기에, 1인당 생산력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1인당 생산력은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력의 증가는 군사력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일단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군사비의 절대량이 증가했다. 필요시에는 다른 분야의 예산을 끌어다 쓸 수 있을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더 이상 전쟁은 부의 획득에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해서 발발했다. 조금은 부정확한 요약일 수 있지만, 이념적 요소가 이제는 전쟁의 주요 원인이 되기 시작했다. 민족주의를 시작으로 제국주의,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충돌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독립전쟁을 필두로 열강들간의 충돌, 양차 세계 대전이 이런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발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대다수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전반적으로 덜 호전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20세기에 (비록 양차 세계 대전이란 큰 전쟁이 있었지만) 대체로 전쟁의 빈도와 치열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국가 간의 상호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전쟁을 통해서 서로 손해만 본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게 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경우 부유할수록 자유주의/민주주의가 더 공고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호전성의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풍요로움은 전쟁과 군복무에 대한 선호도를 낮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핵무기의 등장도 전쟁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전쟁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 아닌 모두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란 인식이 생긴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 2001년 있었던 9.11테러(참고로 이 책의 출판 시점은 2006년이다.) 가 가져온 새로운 전쟁의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의 전쟁은 사회의 특성과 상호확증파괴 논리로 억제가 되고 있는데, 대랑살상무기가 단체/개인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하나의 축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몇 차례의 위기상황은 있었지만 아직까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초반에 언급했던 홉스와 루소의 의견을 통해 나름의 결론을 내보자면, 전쟁에 대한 관점은 홉스의 의견이 맞다. 과거의 전쟁은 한정된 자원을 더 얻거나, 지키기 위한 성격이 컸다. 산업혁명 이후엔 자원이 '집단의 신념'으로 바뀌었다. 문화, 민족성,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루소의 의견은 인과관계가 거꾸로 되었기에 정확하지 않은 명제가 되어버렸다. 전쟁으로 인해 계급, 재산, 국가와 같은 사회적 요소들이 생겨났으며 특히 국가의 존재는 오히려 무질서한 상황에서의 투쟁을 억제하고 문명을 발전시켜나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전쟁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 집단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그 규모도 커진 것뿐인 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역사학, 인문학, 생물학, 경제학 등 수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책인만큼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다시 한 번 읽었음에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계속해서 든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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