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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Azar Gat 저 / 이재만 역 / 교유서가)

MiTomoYo 2020. 8. 2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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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썼던 '문명과 전쟁'(https://electromito.tistory.com/644)의 후속작 격인 '전쟁과 평화'다.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전작이 문명, 즉 인간의 역사와 전쟁의 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라면 이 책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평화 시대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편이다.

 

1부는 전작에서 제시한 다양한 내용들의 핵심적인 주장들을 축약하여 전달한다. 전작의 방대한 양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서 중요한 부분만 캐치하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해당 부분은 링크를 걸어둔 포스팅을 통해 나름의 정리도 했기에 이번에는 생략하고자 한다.

 

2부는 인류학과 국제관계학에서의 전쟁을 다루는 이론에서 나타난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다. 두 학문에서 나온 성과물이 적진 않지만 왜곡된 부분도 적지 않기에 저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였다. 인류학과 국제관계학 모두 지금껏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분야여서 솔직히 내용이 이해가 잘 가진 않는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는 언급을 하였고, 특히 국제관계학과 관련된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냥 넘기고 말았다.

인류학의 경우엔 진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기반으로 담론을 전개한 탓에 오류가 생겼다고 한다. 문화적 진화는 인간의 진화, 즉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본능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인류학자는 이 둘을 별개로 구분 지은 탓에 명백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을 보완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져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진화론적 접근 자체를 거부하거나.

국제관계학의 경우엔 역자께서 다행히 정리를 해주어서 해당 부분을 인용을 하려 한다. 국제관계학의 경우 전제(권력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 전쟁은 무정부적 체제에서 기인하는 안보 딜레마로부터 발생한다.)를 정해놓고 정작 그 근본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3부에선 산업혁명 이후 전쟁은 정말로 감소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교전상태가 감소한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전작에서 다루었던 내용들도 많지만, 다시금 정리를 해보려 한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전작에서도 충분히 다루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의 경우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지만 이는 전쟁의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컸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가 컸기 때문이며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전쟁으로 사망한 국민의 비율 자체는 줄어들었다. 또한 전투로 인한 인명 손실보다도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량학살이 많이 일어난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럼 전쟁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혁명이 가져온 부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전쟁을 통해 부를 획득하는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또한 풍요로운 사회는 전쟁이 가져다주는 고난을 거부하게 되었다. 자유민주주의 확산으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가능해지면서 내전의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성적 자유화는 전쟁의 매력을 크게 감소시키는데 일조했으며 고령화와 여성의 참정권은 국가가 호전적인 선택을 하는데 제약을 거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 질문. 전쟁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여기서는 강대국간의 전투를 기준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강대국 간의 전투가 야기하는 파괴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1815~1854년(39년), 1871~1914년(43년), 1945~현재(75년+@)까지 세 번의 평화 기간이 있었으며 이는 길어야 10여 년 지속된 과거의 경우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으며, 기간도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으로 현재의 전쟁 억제력은 핵무기가 가져온 상호 확증 파괴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그럼 마지막으로 향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현재의 대세인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바뀔 가능성은 있는가? 중국이 성장하면서 자본주의-비민주주의 체제가 이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이르면 2030년에 이르면 미국과 중국의 권력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균형의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간 동맹이 무척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체제 간 경쟁이 양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전개와 다소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중국의 주요 무역국(유럽/미국/한국/일본/타이완)이 전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고 이 비율이 크기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도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저자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변수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실 브렉시트의 영향은 잘 모르겠지만,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아직까지 극단적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느껴진다.

저자의 걱정은 전작에서도 언급한 테러리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ABC무기의 생산기술과 비용의 장벽이 낮아지며, 이와 반비례해서 억제력도 떨어진단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후진국은 이런 테러리즘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현재의 체제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더라도-평화시대에 다소나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전쟁에 대한 지식,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내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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