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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홍익희 저/행성 B)

MiTomoYo_P MiTomoYo 2021. 3. 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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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을 관람하면서 과연 인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 앞에 보이는 건축물과 예술품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종교 덕분이지만, 반대로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의 이름을 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인간에게 있어서 종교란 무엇을 의미하고, 나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책은 이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의 다양한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 생겨났고,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기독교, 불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힌두교와 같이 국내에서는 막연하게만 알려진 종교, 과거 존재했던 종교들에 대한 부분도 담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유목민과 정주민의 투쟁의 역사와 유사하게, 종교 역시 셈족의 종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와 아리아인의 종교(브라만교/불교/조로아스터교/힌두교)가 서로 간의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한 종교의 교리에 반발하여 독립한 다른 종교가 그 세력이 커져 현재와 같은 규모가 되었단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브라만교의 카스트에 반발하여 불교가 생겨나고, 과거 가톨릭의 부패에 반발하여 일어난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가 생겨나는 식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종교란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종교는 죽음 이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든 생물은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죽음의 공포를 다소나마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종교는 또한 해당 지역의 문화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모계 사회에서는 여신을 숭배하지만, 호전적인 민족의 경우엔 남신을 숭배하는 경우가 많고, 다신교의 경우 단순히 신의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유목민족이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을 숭배하고, 농경민족은 애니미즘을 믿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종교는 크게 두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유대교, 다른 하나는 브라만교다. 기독교, 이슬람교는 유대교를, 불교와 힌두교는 브라만교를 그 뿌리로 두고 있다.

유대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언가를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활용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의무를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교육을 상당히 강조한다고 한다. 매스컴에서 종종 '유대인은 머리가 좋다.'란 언급을 하기도 하는데 유전적 특징보단 종교를 통해 만들어진 이런 문화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유대인은 오랜 기간 핍박을 받은 민족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 종교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브라만교는 카스트제도를 두고 있다. 카스트제도의 키워드는 두 가지인데, 계급과 윤회란 것이다. 이는 아리아인이 인도 원주민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브라만교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제사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제사는 카스트 제도의 최상위 계층, 브라만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제사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에 불가사의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시켰다고 한다.

 

이 두 개의 축을 기준으로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거나, 교리에 반발해 신흥 종교가 만들어지는 식으로 변형이 되기 시작한다. 유대교는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아 변하기 시작했고(자세한 과정을 서술하자면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이는 카톨릭과 기독교의 성격을 결정짓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천사와 악마, 즉 이분법적 개념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불교는 카스트제도에 반발하여 생겨났다. 그리고 아소카왕의 포교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세계 각지에 불교를 전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기독교에 큰 영향력을 주었다고 한다. '깨달음'을 통한 구원의 개념이 그것이라고 한다. 불교 역시 확장하는 과정에서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가 융합되었다고 한다. 불교에는 대승불교(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변화한 불교)와 소승불교(초창기 형태를 가지고 있는 불교)란 종파가 있는데, 이 중 대승불교가 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국내에는 대승불교가 전파되었는데, 그 말은 국내의 수많은 불교 문화재엔 헬레니즘 문화가 은연중에 포함되어 있단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브라만교는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로 자신들의 세력이 축소되는 것을 느끼고, 브라만교를 기반으로 여러 신앙을 융화시킨 힌두교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특징에 맞게 힌두교는 상당히 유연하고, 또 포용적인 종교라고 언급되고 있다.

 

이제 가장 큰 세력의 두 종교,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괄하는 단어지만, 국내에서는 기독교가 개신교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를 해줬으면 한다. 기독교는 유대교와는 달리 '모든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교리를 가지고 탄생했다.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기독교는 상당히 오랜 시간 박해를 받은 종교였지만, 보편성을 무기로 지속적으로 확장을 할 수 있었고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공인으로 그 지위를 완벽히 인정받은 뒤 현재와 같이 체계적인 종교로써의 기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후의 유럽의 역사의 기틀이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좋지 못한 모습들도 많이 나타났다. 유대인은 다시금 박해를 받았고(책을 읽어보면 그 박해의 역사가 정말 길고, 또 악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십자군 전쟁이나 유럽 역사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중세시대가 등장했으며 두 번의 분열(동방정교회와 개신교)을 하게 된다.

 

이슬람교는 당시 혼란스러웠던 중동의 사회를 안정시키고자 무함마드가 만들어낸 종교였으며, 유대교와 기독교를 기반으로 공동체의 삶을 강조하는 방식을 추구했다고 한다. 특히 이런 공동체는 국가란 개념조차 미비했던 중동에서 제국을 탄생시킨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중동의 여러 나라들에서 종교의 색채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슬람에는 다른 종교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교리들이 많은 것 같이 느껴진다.

 

종교는 인류의 역사와 비슷하게 화합과 투쟁, 그리고 변화를 거듭해오며 발전을 했다. 인간이 그렇듯 서로 다른 듯한 종교가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동일하지만 그저 다가가는 길이 다를 뿐이며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 9.11테러, ISIS와 같이 종교란 이름으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 때문에 그런 적이 있는지 있었는지 의문스럽겠지만, 7세기를 전후해서 이베리아 반도에선 이슬람이 주도적으로 이끌면서도 기독교인과 유대인에 큰 탄압을 가하지 않으면서(의외로 느껴질 순 있겠지만, 이슬람은 생각보다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진 않은 편이었다.) 경제, 과학, 문화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당시 잊히고 있었던 고대 그리스 문화가 현재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각 종교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발전했는지를 알아가는 내용도 유익하지만 종교가 필요하단 것을 역설하고, 인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종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흐름에 맞춰 종교가 탄생하는 과정과 종교의 여러 특징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서술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생소할 수 밖에 없는 종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성이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인류의 역사를 성서의 내용을 문장 그대로 해석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종교에 대해서 막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기에는 상당히 괜찮은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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