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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연극 '쉬어 매드니스'를 보고 왔습니다.-20200917

MiTomoYo 2020. 9. 1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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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 시작 전후에 무대나 배우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냥 안찍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후기를 쓸 걸 생각하면 몇 장 찍어둘걸 하는 생각도 든다.

 

기회가 생겨서 난생 처음으로 연극을 보러갔다. 그러니깐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는 매우 상식적인 정의를 제외하면 그 모든 것이 내겐 생소하단 뜻이다. 공연장 위치는 혜화역 근처 대학로. 신입사원 시절에 교육 때문에 매일 같이 출근했던 곳이고, 어렴풋이 연극의 성지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뜻 보러 갈 생각은 해본 적은 없었다.

 

극에 대한 간단 소개부터. '쉬어 매드니스'는 1980년에 미국에서 초연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연극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2015년 이후로 오픈런, 그러니깐 공연을 끝내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장수 공연인 것이다. 거기에 극은 거의 매일 올라가는 것 같다. 그 때문에 배우들도 로테이션을 돌면서 무대에 오르는 것 같고. 요약하자면, 적어도 대중성은 확보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본격적인 감상문에 앞서 일단 연극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혹시라도 이 작품을 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왠만하면 글을 안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시작.

 

모든 연극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공연 10분 전부터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를 한다. 물론 본 공연만 보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지만, 극의 대략적인 느낌, 캐릭터의 성격, 관객들이 본 공연에 금방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워준다. 그리고 본 공연. 대략적인 줄거리는 매드니스 미용실(이었던가...)의 윗층에 살고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바이엘 하'가 살해를 당하고 그 범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객 참여형이란 점이다. 4명의 인물 중 한 명의 범인을 관객들이 직접 추리를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분기점(엔딩)이 결정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객 참여형 연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배우들의 순발력. 관객들이 범인을 추리하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들은 즉흥적일 수 밖에 없고, 적절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극의 흐름이 끊어져버리고 만다.  두 번째는 관객의 호응도. 저 날 공연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많았는데,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서 꽤 분위기가 괜찮았었다. 만약 나처럼 그냥 조용히 있었던 관객이 많았더라면, 공연은 그야말로 적막과도 같이 흘러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분기가 있는 엔딩. 이것은 사실 추리물로써는 좋은 구조는 아니다.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쓰여지는 수많은 요소들이 공연에 따라서 범인을 특정하는 증거가 되기도,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뀌게 된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극 종반부에 범인이 결정이 되는 부분은 상당히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뭐 가벼운(이라고 하기엔 살인사건 추리긴 한데...) 연극에 너무 진지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으며, 또 적어도 어처구니 없는 근거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니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앞서 가벼운 연극이라고 했으니 이 부분을 좀 더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공연에 '정치적 올바름(이하 PC)'을 생각하는 순간, 이 연극은 무척이나 불편한 무언가로 변할 것이다. 대사에 욕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관객 모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애초에 40년 전에 나온 공연에 지금과 같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며, 욕설은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여 극의 재미와 캐릭터의 성격을 한껏 부각시키는 요소로 쓰인다.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결론은

그냥 연극이잖아요

 

배우와 관련된 얘기도 해야할 것 같다. 이날 캐스팅은 아래 사진과 같았는데, 다들 연기를 잘한단 생각이 들었다.

 

출처: 쉬어 매드니스 공식 페이스북

다들 적절한(?) 광기를 보여주며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가지 않았나 싶었다. 이전 후기를 보니 발성이 작아 대사가 안들려 불만이었다.란 얘기도 있던데, 적어도 내가 본 공연에서는 그런 부분은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극 시작 전이나 극 초반부에, 피아노 곡이 아닌 음악을 틀면서도 연기를 했는데, 이게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운 부분.

 

여튼 인생 첫 연극 관람은 나름 재미있었다. 자주는 어렵겠지만 가끔씩은 괜찮은 작품이 있으면 찾아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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