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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장을 탈출한 고양이 띠띠를 찾기까지 116시간 - ②

MiTomoYo 2020. 5. 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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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2020 511일 월요일(4일차) – 저녁에 잠깐 비가 옴

<타임라인>

- 07:30 출근

- 10:00 고양이 탐정님과 동생이 수색 시작(지하실 위주로)

- 14:15 고양이 탐정님과 수색 종료(못 찾음),띠띠 목격 제보 받음(경비아저씨, 새벽 5시 정도)

- 19:30 퇴근, 동생과 같이 전단지를 붙이고 잠깐 돌아봄

- 22:00 옆라인 경비아저씨로부터 고양이 목격 제보 연락, 다른 고양이었음

- 22:10 집으로 복귀

 

출근 후에도 일이 손에 잘 안잡혔다. 주말 내내 쉬지도 못해 생긴 피로감도 엄청났고 수색 결과가 어찌 될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를 해달라고 말을 해두었다.

 

수색은 10시부터 시작해서 4시간 정도 진행된 모양이었다. 일단 아파트 지하실 위주로 돌아본 것 같고 이후 아파트 단지도 좀 돌아다녔던 것 같았다. 일단 지하실이 여러 동으로 연결이 되어있으며 쉽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기에 내부에서 굶어 죽거나 할 일은 적을 것 같단 진단을 내리셨다고 한다.

바깥도 수색을 한 것 같은데 아파트 단지가 넓다보니 큰 소득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중간에 우리 경비아저씨께서 새벽에 띠띠를 봤다는 목격제보를 하셨다고 한다. 아직까지 큰 일을 당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조금은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가시기 전에 몇 가지 조언도 해주셨다.

 

탐정님의 예측을 보며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니 마음을 굳게 먹고 있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녁에 옆 동 경비아저씨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내려가서 확인해보니 다른 녀석이었다. 한 편으론 아쉬웠지만 그래도 연락을 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2020 512일 화요일(5일차) – 비가 온 것 같진 않음

<타임라인>

- 07:30 출근

- 17:30 동생으로부터 목격 제보 2건 받음(1건은 불명, 1건은 다른 고양이였음)

- 19:15 퇴근, 제보 장소 근처 잠깐 수색 후 연습실 이동

- 22:20 엄마가 집 앞에서 띠띠 발견, 아파트 안으로 일단 유인, 지하실로 내려감

- 22:45 동생이 고양이 탐정님 호출, 0~1시 사이 도착 가능 회신

- 23:00 집 도착, 짐을 챙기고 지하실로 이동

 

마찬가지로 출근. 이 날은 가족들이 전부 낮에는 일이 있어서 수색을 하지는 못했었다. 다만 전단지의 효과가 있었는지 동생에게 목격 제보건이 들어왔었다. 위에 적은 것처럼 1건은 잘못된 제보였고, 다른 하나는 사진이 없어서, 혹여나 다음번에 또 마주치면 사진을 같이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목격했다는 장소는 우리 동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이었다. 연습실로 이동할 때 그 근방을 지나가면서 잠깐 수색을 했었다.

 

연습을 마치고 동생으로부터 놀라운 메시지를 받았다.

 

 

집 앞에서 띠띠 발견. 일단 사료를 가지고 잘 유인을 했어 집 앞까지 데려오는 것은 성공했는데, 최상의 시나리오였던 엘리베이터가 아닌, 지하실로 내려가버렸다. 다행히 어디 이상한 데로 도망가진 않았고 배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우리를 알아보는지 도망가거나 할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확실하게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동생은 김광진 탐정님을 부르셨고, 0~1시 사이에 오신다는 답을 주셨다.

 

 

그동안 띠띠가 환장을 하는 닭가슴살을 비롯해서 이동장, 얘가 좋아하는 패딩, 방석 등등을 집에서 들고 오며 유인할 준비를 마쳤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이 금방 풀릴 줄 알았다. 정말로.

 

 

2020 513일 수요일(6일차) – 날씨 적당히 맑음

<타임라인>

- 00:30 고양이 탐정님 도착. 주변 수색하며 도주로 등을 막아두심

- 02:20 띠띠를 잡기 위한 통덫 설치

- 03:30 출근 문제 때문에 집으로 돌아옴

- 07:00 아직 구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 출근

- 13:00 통덫으로는 구출이 어렵다고 판단

- 13:40 뜰채로 포획 성공, 집으로 데려옴. 상황 종료

 

띠띠와 우리 사이의 거리는 길게 잡아도 3미터. 우리가 부르면 대답도 하고 닭가슴살을 던져주면 먹기도 했다. 가끔씩 야옹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려올 생각은 없었다. 일단 0시 반에 김광진 탐정님께서 도착을 하셨고 도망갈 수 있는 루트를 확인하는 것으로 포획 준비를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도망갈 우려가 있는 곳을 막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곳도 몇 군데 있었고, 꽤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2 20분 경이되어서 통덫 설치를 했고, 이제 잡히기만 기다리면 되었는데... 이 녀석이 당최 덫에 걸리질 않았다. 딱 한 번 들어갈 뻔했는데 덫 입구를 비비적거리고 다시 돌아서는 바람에 실패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잤다. 깨어나면 구출에 성공할 것을 기다리면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서 출근할 때까지도 덫에 걸리질 않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뭔 일이 생기면 얘기를 해달라고 하고 출근을 했다.

 

 

오후 1시가 돼서 연락이 왔는데 아직까지도 잡히질 않았다고 했다. 14시간째 배관 위에서 농성 중. 탐정님도 슬슬 덫으로는 어렵다고 생각을 하셔서 뜰채를 준비한단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40분 뒤에 잡았단 연락을 받았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니 완전 꼬질한 띠띠가 베란다에서 애 옹 거리고 있었다. 무척 반가웠다. 다시 꼬질꼬질해졌고 살도 꽤 빠져있었다. 그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116시간의 힘들었던 순간이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띠띠를 찾는데 여러모로 여건이 괜찮은 편이었다.

ㅇ 탈출한 장소가 집 근처, 예전에 띠띠가 주로 살았던 곳

ㅇ 고양이가 살기 좋은 환경

           -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아파트 주민들

           - 녹지가 많은 환경

           - 친절하셨던 아파트 경비원들

ㅇ 평범했던 기온, 멀리 이동할 수 없게 만든 며칠 간의 비

ㅇ 적절했던 김광진 탐정님의 스케줄

 

느낀 점도 많았다.

ㅇ 고양이를 불가피하게 밖으로 보내야 할 때는 이동장을 철저히 체크하고, 왠만하면 차로 이동한다.

ㅇ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니, 집을 나가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 한다.

ㅇ 여건이 된다면 고양이 탐정을 쓰는 것도 좋다.

ㅇ 퇴근하고 마중을 나와주는 순간이 무척이나 내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띠띠도 다시 집에 완벽 적응을 했고 우리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녀석의 사진을 끝으로 이 포스팅을 마쳐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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