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잡동사니

이동장을 탈출한 고양이 띠띠를 찾기까지 116시간 - ①

MiTomoYo 2020. 5. 2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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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몇 번 포스팅을 했었던 집냥이 띠띠. 갑작스런 탈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116시간.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래도 좋게 끝나서, 이 포스팅을 올릴 수 있게 되어서 다행스럽다.

 

 

사건 이전

<타임라인>

- 띠띠의 건강검진이 필요하니 동물병원에 데려가야한다고 이야기함

- 동생이 5/8()에 퇴근하고 데려가겠다고 함.

 

길냥 출신이기에 정확한 나이를 알긴 어렵지만 집에 데려오면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추측한 나이가 대략 6살이었다. 그러니깐 지금은 8살 정도 되었을 것이다. 아직은 노묘라고 하긴 어렵지만 슬슬 어딘가 조금씩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란 얘기를 곳곳에서 봤다.

집에 데려올 때 한 번 검진을 받은 이후 지금껏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검진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에게는 여러차례 얘기했으나 소용이 없어서 동생에게 부탁을 했고, 2020 5 8, 퇴근 후에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얘기를 했다.

 

2020 5 8일 금요일(1일차) – 저녁부터 비

<타임라인>

- 17:45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메시지를 받음

- 18:15 집 근처에서 도망갔다는 연락을 받음. 바로 회사에서 퇴근

- 19:15 집 도착 설명을 듣고 동생과 함께 수색을 시작, 고양이 탐정들에게 상담을 의뢰

- 20:00 아빠 도착, 세 명이서 수색

- 21:30 엄마 도착, 가족들 전부 수색

- 22:02 아파트 옆 동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견, 도망감

- 23:00(?) 비가 많이 와서 일단 철수

 

 

도망갔다는 사실에 심적인 스트레스도 컸고, 비까지 내려 수색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고양이 탐정들에게 조언을 받았던 동생이 말하길 비오는 날은 고양이들이 어디엔가 숨어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수색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다들 해줬다고 했다.

집 근처에서 한 번 발견된 것은 좋았는데 날이 어두워서 어디로 도망갔는지 나도 동생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지하실 혹은 공터. 지하실은 수색이 불가능한 시간이었고 공터는 돌아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았다. 잠깐 눈이 감기다가도 바로 또 눈이 떠지길 수 차례 반복했다. 아침에 동생 침대에서 자는 녀석을 보고 집 잘지키고 있으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우선 이 사건을 일으킨 결정적인 실책은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어 움직일 때에 대한 생각을 나도, 동생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혹은,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얘기만 했었어도 괜찮았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 동생의 말에 따르면 이동장에는 순순히 들어갔는데 밖을 나오면서부터 야옹거리면서 울고 몸부림을 치다가, 갑자기 지퍼를 열고 탈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 동물 병원에 데려갈 때도 비슷하게 행동했다고 나중에 얘기를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엄마와 동생 마음에 대못을 하나씩 박아버렸다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 띠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슬퍼하는 엄마의 모습도, 이 녀석이 이동장을 뛰쳐나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게 만든 동생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결국엔 이 모든 것이 동물병원에 데려가야한다고 말했던 내가 발단이 되었으니깐 말이다. 당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띠띠도 걱정이 되었다.

 

2020 59일 토요일(2일차) – 계속해서 비

<타임라인>

- 03:00(?) 집 근처 재수색

- 04:30 집으로 돌아옴

- 06:00 집 근처 재수색, 어제 못 본 지하실도 돌아봄

- 08:00 집으로 복귀

- 10:30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이동, 동생은 실종 전단지 제작/출력

- 15:10 아빠 병원 응급실 소식 받음

- 18:00 집 근처 둘러봄. 동네에서 비슷한 크기의 고양이를 발견

- 20:00 집 복귀, 휴식

 

 

모든 날이 스트레스였지만, 사실 토요일이 가장 힘든 날이었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계속해서 눈이 떠졌다. 가만히 있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어서 조금이라도 머리를 식혀볼 겸 일단 밖으로 나왔다. 비는 계속 내려서 꽤 날이 춥게 느껴졌다. 동네를 계속해서 돌아다녔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늘 보던 검정 고양이 한 마리와 몸집이 작은 턱시도 한 마리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그 때서야 살짝 잠이 들 수 있었다. 물론 또 금방 눈이 떠졌고, 먼저 일어난 동생과 같이 또 근처 수색을 했다. 전 날 수색하지 못한 옆 동 지하실도 둘러봤다. 잡동사니가 많아 고양이가 숨을 만할 곳이 많아보였다. 경비아저씨께서도 도와주셨지만 마찬가지로 소득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가족들 간의 의견이 좀 나뉘었었다. 아빠는 어차피 이 근처에 살던 녀석이니 적응할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데려오자고 했고, 나와 동생은 탐정을 통해서 빠르게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비가 오는 날씨인데다가 탐정에게도 조언을 구해보니 시간을 두고 요청을 하는 것이 낫겠단 의견을 주셔서 그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타임라인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주회 직전 오케스트라 연습이 잡혀있었다. 정말 쉬고는 싶었지만 집에서 쉬어봐야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서 연습은 참여했다. 갑작스럽게 연습을 못간다고 하기가 싫었다. 띠띠를 잃어버렸단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겹쳐서 연습에 통 집중을 못하고 있었을 때 동생에게서 아빠가 병원에 갔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비오는 날에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삐끗한 것 같다고 동생이 그랬는데, 검사 결과 골절.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신발을 고쳐신다가 미끄러져 다친 것을 동네 주민이 발견해서 응급차에 실려서 이동했다고 한다. 게다가 미열이 있어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선별 진료실까지 들어갔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격.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연습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정신적 고통을 덜어보려고 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중간에 비슷한 크기의 고양이를 발견해서 급하게 집에서 사료와 이동장을 들고 나오기도 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확인은 못했지만, 나중에 비슷한 크기의 고양이를 발견한 것을 봤을 때는 띠띠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해서 조금 일찍 눈을 붙인 것은 같은데, 정확히 언제쯤 잠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2020 510일 일요일(3일차) – 약간 비가 옴

<타임라인>

- 07:00 출근 전 마지막으로 발견된 장소에 캔사료 줌

- 08:00 동생으로부터 캔사료를 누가 먹었다고 제보 받음

- 19:00 동생과 같이 전단지 붙이고 잠깐 수색

- 19:30 동생이 고양이 탐정 김광진님에게 수색 요청(월요일 오전 11시 시작 예정)

- 20:50 아빠 격리실 해제

- 23:00 고양이 탐정님과 잠시 접선

- 00:00 집으로 돌아옴

 

 

고양이 수색을 하는데 있어서 비오는 날씨는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다. 일단, 비가 오면 녀석들이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숨어 있다고 한다. 빗소리 때문에 소리로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땅이 젖어 차 밑을 수색하는 것도 힘들다. 근데 3일 내내 비라니...

 

동생과 얘기한 끝에 일단 고양이 탐정을 부르기로 했다. 전날 오전에 조언을 주셨던 김광진 탐정님게 요청을 하게 되었다. 동생 말에 따르면 이 분이 여러 탐정들 중에서도 가장 괜찮으신 분이라는 것 같았다. 의견 번복을 여러 번 한 탓에 처음에는 조금 불만을 드러내셔서, 상황 설명을 해드리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며칠 뒤에 약속이 잡힐 줄 알았는데 내일 오전에 바로 도움을 주시겠다는 답을 주셨다. 나도 동생도 이 때는 찾는 것보다는 띠띠를 찾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알아보고 싶은 목적이 컸다. 만약 정말 가능성이 없거나 할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빠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일반 병실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엄마도 같이 격리 해제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11시에 뜬금없이 김광진 탐정님으로부터 집 앞에 있으니 잠깐 보자고 연락을 받았다. , 동생, 엄마 이렇게 셋이서 잠시 탐정님을 만났다. 수색 전 1시간 정도 상황 설명을 비롯해서 고양이 구출 사례 몇 가지 얘기를 들었다.

이 짧은 시간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발견되지 않는 띠띠 때문에 다들 힘들어 했었는데, 그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 갑작스런 재회 때도 나름 침착하게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수색에 필요한 주요 정보를 들은 탐정님께서는 고양이가 살기엔 나쁘지 않은 환경이며, 아빠가 처음에 제시했던 장기 플랜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이 괜찮은 전략이란 말씀을 해주셨다. 그 외에도 고양이를 찾는데 있어서 필요한 마음가짐(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조급함을 버리고 침착하고 신중하게.. 뭐 이런 느낌이었다.) 같은 것도 언급을 해주셨다. 잠깐 지하실도 돌아봤는데 고양이가 숨어있을만한 곳이 많기 때문에 바로 찾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셨다.

 

실제 수색은 약속했던 11일 오전 11시에 진행을 하기로 했고, 동생이 동행하기로 했다.

 

글이 길어져서 이후의 상황은 다음 포스팅에 더 작성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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