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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MiTomoYo 2022. 12. 1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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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 쯤엔가 이 전시회가 열린다는 광고를 지나가는 버스에서 보고 기회가 되면 가야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몇 차례 날짜를 놓친 뒤에 드디어 관람을 했다.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지만 세계사에 대해 그리 해박하지 못한 탓에 오늘에서야 합스부르크가 13세기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다수의 국가를 통치했던 가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사전 예약이 아니면 원하는 시간 대에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난주에는 티켓이 매진되어 갈 수가 없었고, 오늘은 티켓을 발권하려고 보니 현장 구입도 일부 매진되어 13시 입장권부터 판매가 가능하단 안내문이 있었다. 혹시라도 관람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미술 작품이 다수이긴 하나 전시 초반부에는 갑옷, 조각상, 공예품과 같은 것들도 다수 존재하며,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 자료들도 있는데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챙겨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특히 갑옷을 장착하는 방법과 갑옷을 입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시연하는 영상이 인기가 많았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는 터뜨리면 안 되며, 작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거나 전화 통화를 하거나 할 경우에는 스태프의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음성 가이드 스피커 대여도 가능하나 신청하지는 않았다. 다만 각 전시실과 작품 별로 해설이 달려 있어서 그것을 읽는 것으로도 이해를 하는데 부족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인상적인 포인트는 바로 '세밀함'이었다. 언뜻 보면 멋있는 작품 정도로만 느껴지는 것도 유심히 살펴보면 발견되는 디테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갑옷에 새겨진 문양들, 화려한 장식의 공예품, 누군가가 '그리다가 화났을 것 같다.'라는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화려하게 표현된 초상화의 의상들이 작품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초상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인물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의 초상화를 보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크기가 크고 화려한 의상이 인상적이었는데 해설에 따르면 이 사람은 패션에 민감하고 다소 허영심이 많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 사람의 특성을 추측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전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 만화 '아르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중 배경이 16세기 유럽(피렌체-베네치아-에스파냐)인데, 마침 이번 전시회와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화에서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인물뿐만 아니라 의상, 장신구 등에도 공을 들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작품을 유심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최 측에서 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으로 선정한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디에고 벨라스케스 작)' 작품을 보던 중에 어떤 분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정보가 꽤나 유익해서 여기에 적어볼까 한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 붓으로 대충 뭉개버린 것 같은데, 멀리서 보면 비단의 질감이 너무나 잘 묘사된 것을 볼 수 있고, 이것이 벨리스케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란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그림을 보니 그 말대로, 다소 밋밋하게 보였던 의상에 고급스러운 비단의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느긋하게 보고 나오는데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았고, 로비에서는 이번 전시회의 도록(드디어!)과 여러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엽서, 에코백, 코스터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 도록과 500피스 퍼즐을 하나씩 구입했다. 마음 같아서는 몇 개 더 사고 싶었는데 예산 초과라 더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포스팅을 쓰면서 도록을 훑어봤는데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39,000원) 내용이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 말고도 다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관련 작가의 작품들과 설명, 각각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궁정 초상화가 당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논고 두 편이 수록되어 있는 등 이번 전시회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높여주는 자료가 들어있다. 예술사에 관심이 있다면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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