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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국립 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MiTomoYo 2023. 7. 2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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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갔었던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회(링크: https://electromito.tistory.com/812)가 꽤나 싶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까?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을 전시한다는 이번 '거장의 시전-사람을 향하다'란 전시회도 관람을 하게 되었다. 이 전시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특정일에 관람을 원한다면 일찌감치 예매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 야간 근무를 마치고 여유 있게 갈 수 있도록 13시 입장권을 예매했었다. 종종 돌발변수가 생기면 다소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단 점을 고려해서 잡은 시간이었는데, 국립 중앙박물관에 도착하니 10시 40분. 뭘 하기도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까도 했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 잠시 국립 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을 가보기로 했다. 마침 11시부터 전시 해설이 시작이 되어서 해설사님을 따라서 느긋하게 관람을 했다. 막 학교 방학이 시작된 모양인지 어린이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해설사님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쉽고 재미있게 해설을 해주셔서 끝까지 따라가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릴 생각으로 찍은 몇 장의 전시품들

예전에 한국사를 헛공부한 것은 아닌지 아는 내용들도 많았지만 무덤을 일컫는 '능'과 '총'의 차이라던가 신라에서 자주 발견되는 금관은 마립간 시대(대략 6세기 초)까지만 제작이 되었다는 점은 새로 알게 되었다. 지식이 늘었다!

대략 3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남아있어서 3층에 있는 도자기 관을 둘러봤다. 원래는 세계문화관을 가려고 했던 건데 이곳이 눈에 띄어서 대신 들르게 되었다. 시간이 다소 촉박한 탓에 여유 있는 감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고려~조선까지 이어지는 도자기의 빛깔과 모양이 퍽 인상적이었다. 전시실 중간에 새겨진 시구가 왠지 마음에 와닿았다.

 

슬슬 시간이 되어서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이었던 '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 전시회의 티켓을 발권하고 전시회장에서 대기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대기순번까지 지정하면서 입장 인원을 통제하였는데, 1~20번, 21~40번처럼 한 번에 묶어서, 그것도 제대로 된 안내 없이 관객들에게 그냥 줄을 서게 시킬 것 같으면 입장 시간을 좀 더 세분화해서 예매를 받던지 아니면 합스부르크 때처럼 그냥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을 하던지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 인원을 나름 분배하고자 한 조치로 보이는데,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줄을 보면 그다지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쪽부터 먼저 관람을 해도 된다는 안내는 나름 고심해서 미술품을 배치했을 기획자의 의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음성 안내기를 대여해서 관람을 해봤는데 일장일단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내가 놓쳤던 부분을 짚어주거나 하는 점은 괜찮긴 했지만, 오늘 전시된 53종의 작품 전체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설명을 듣다 보니 정작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주관적인 감성을 느끼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물론 이는 사람의 성향의 문제겠지만 다음부터는 음성 안내기는 재관람을 할 때나 사용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합스부르크전 때도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종교화나 풍경화보단 인물화에서 더 큰 감명을 받고는 한다. 오늘 봤던 작품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여기에 업로드한 사진은 모두 영국 내셔널 갤러리(링크: https://www.nationalgallery.org.uk/)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이미지 파일임을 밝혀둔다.

 

Portrait of a Lady, Giovanni Battista Moroni(About 1556-60), NG1023

그림을 볼 때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보곤 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 멀리서 보면 고급스러운 옷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섬세하게 그려진 옷의 장식들을 볼 수가 있었다. 당시의 초상화는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이기에 인물의 외모보다도 옷이나 장신구 쪽에 더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곤 한다.

Self Portrait at age of 63, Rembrandt van Rijn(1669), NG 221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렘브란트가 만년에 남긴 자화상으로 한 때는 유명한 화가였지만 이제는 모든 것(돈, 가족, 건강 등)을 잃고, 곧 자신의 삶마저 잃어버리게 될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보니 그의 모습으로부터 인생에 대한 회한, 아쉬움, 슬픔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계속해서 전달이 되는 듯했다. 오늘 봤던 작품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Venice: Entrance to the Cannaregio(About 1734-42), Giovanni Antonio Canal, NG 1058
Venice: San Pietro in Castello(About 1730), Giovanni Antonio Canal, NG 1059

인물화는 아니지만, 2019년에 갔었던 베네치아의 모습이 담겨 왠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300년 전에도 베네치아는 비슷한 도시였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당시에는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여행을 오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는데 베네치아의 모습을 잘 그려낸 이 사람의 그림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Portrait of Charles William Lambton 'The RedBoy'(1825), Sir Thomas Lawrence, NG 6629

이번 전시회의 메인 그림이기도 한, 레드 보이란 별칭을 가진 작품으로, 소년의 외모가 너무 곱상하여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다 '너무 예쁘다!'를 연발하고 지나간 그림이기도 하다. 6~7세 무렵의 소년을 그린 작품인데, 슬프게도 이 소년은 결핵에 걸려 13세의 나이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다시 보게 되면 결국 모든 사람은 죽음이란 결말을 맞이하지만 그것이 언제 올지 모른 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이렇게 아직 어린아이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말이다.(일전의 합스부르크 전시회에서 봤던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어린 시절을 그린 그림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다.)

A Young Woman kneeling at Prayer Desk(1813), David Wilkie, NG 6650

오늘 소개할 마지막 그림. 추정이긴 하지만 이 그림의 설명을 보면 죽은 딸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을 의뢰한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그림 반대편에 전시가 된 그림인데 작품의 분위기 크기(실제로 보면 무척 작다) 등 많은 것이 대조가 되는 듯하는데다, 소녀의 표정에서 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져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 작품이기도 했다.

 

작품 외적으로 2~3분 가량의 짧은 시청각 자료들도 여럿 준비 되어 있는데, 물감의 재료가 화풍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영상, 화려하지만 결코 작품의 존재감까지 가려서는 안 되는 액자의 복원 과정 등을 보여주는 영상 등 소소하지만 여러 지식을 알려주는 내용들이니 급하지 않다면 잠깐 영상을 보고 다음 작품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관련 물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지난 번과는 다르게 딱히 끌리는 것은 없어서 도록만 사고 나왔다.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전시회에서 봤었던 작품들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연관된 작품들,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대한 소개 자료도 있어서 약간 비싼 가격(39,000원)만 감내할 수 있다면 구입해도 괜찮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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