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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인간의 재능(Anthony Storr저 / 이유진 역 / 심심)

MiTomoYo 2019. 3. 1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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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격성이란 단어를 들으면 폭력적, 야만성, 잔인함 등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문에서 '공격성'이란 단어부터 정의를 내린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들거나, 파고드는 등의 행위 역시 인간의 공격성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성이 인류의 역사의 수많은 비극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인간이 생존에 불리한 신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번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나갔을 것이라고도 한다.


이 책은 인간의 공격성에 대해서 사회구조적 측면, 심리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을 하며 꽤나 흥미를 끄는 대목들이 많았다.


어렸을 때 TV프로그램에서 동물들이 서열 정립을 위해 서로 싸우는 내용이 나오면'무리에서 힘이 없으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동물들 사이에서는 서로 싸우더라도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강한 부모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할 가능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각자의 맡은 역할들이 있기에 서열 정립을 위해 싸우는 통제된 수준의 공격성은 오히려 종족의 생존성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반면 인간은 같은 인간을 잔혹하게 다루는데 '극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지능이 발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력이 뛰어나기에 유아기 이후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상황에 반응을 하게 되며[각주:1], 현재 상황을 타인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편집성 성격이라 하여 자신의 적대감을 타인에게 돌려버리는 것을 말하게 되는데, 홀로코스트(유대인을 향한 뿌리깊은 편견들), 마녀사냥 등 악질적이며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준다.


인간도 영역 동물이기에 도시와 같이 과밀화된 곳에서는 개인과 집단 모두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생기는 공격성이 여기저기서 감지될 것이란 내용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편견일 수도 있으나 도시에 비해서 시골이 한적하며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영향도 강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유아는 어느 정도 자신의 신체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외부세계에 대한 파악을 하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이 좌절될 경우 공격성(예를 들면 악을 써서 운다거나 하는)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와도 연관시켜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의존성이 과할 경우 더 많은 공격성이 쌓이게 되는데 이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세력권 내에 있고, 이를 극복해야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오냐오냐'하면서 관대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후에 정서적으로 양극단을 오가는 사람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격성을 타인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는 곧 자기자신에 위해를 가하는 방식이나, 타인에게 과도한 공격성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성인의 공격성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경우 자신의 존재를 타인과 비교하며 경쟁하거나 싸우게 되는데, 이것이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규정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우울증이나 분열증 등의 정신질환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타인에게 공격성을 표출하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느끼기에 이를 표현하지 못함으로써 지나치게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타인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과정이 지속되면서 공격성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반면 분열증의 경우는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강한 존재라고 인식하면서, 동시에 적대적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적인 사람들도 내면의 적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분열증을 가진 사람들과 동일한 방어 기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공격성을 타인에게 돌리면서도 어떠한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내용은 예전에 읽어둔 책이 한 권 있어서 그 쪽에서 좀 더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맨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공격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부분에 대해서도 그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공격성의 표출은 사람 간의 적대감을 일으키고, 이는 자칫 인간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인간의 공격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 제도 등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해 가능한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책 요약 독후감이 되어버렸고, 아마 내용 중에서도 잘못 이해한 부분이 꽤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1968년에 쓰여진 책이기에 현재의 연구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현재의 사회적 모습(예를 들면 인터넷 상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공격성에 대한 얘기라던가...)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챕터 하나가 저작권자와의 협의로 인해 내용이 날아가버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

그러나 공격성의 새로운 정의부터, 동물의 서열구조에 대한 새로운 지식, 공격성이 인간에게 미친 긍정적/부정적 요소 등 많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것들을 던져줬다는 점과, 분량이 많지 않으며 문장이 대체로 읽기 쉬운 편이기에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1. (부연 설명을 하자면, 동물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있지만, 인간의 경우 유아기 때의 기억이 정확성은 담보하지 못하더라도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무의식의 영역도 이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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