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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계란 무엇인가(前島賢 저 / 김현아,주재명 역 / 워크라이프)

MiTomoYo 2017. 7.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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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은 라이트노벨을 기반으로 한 책이었다. 라노벨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결국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읽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이 책이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인분께 감사를 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세카이계.  애초에 개별적인 작품은 각자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를 다루고 있는 장르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세카이계란 단어 자체는 그다지 깔끔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한 모양인 것 같다. 푸루니에란 웹사이트 운영자가 처음으로 쓴 이 단어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그 중에서도 TV판 마지막 2화와 같은) 느낌의 작품들에 대해 약간의 비아냥을 섞은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든 신조어가 그렇듯 차차 본래의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을 이 책은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2000년 대의 오타쿠 문화를 전반적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의미가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 등을 알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시간대별로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1995~1999), 세카이계란 단어의 등장(2000~2003), 본래의 뜻이 변화하는 과정(2004~2006), 그리고 오타쿠 문화를 넘어서 문화계 전반으로의 확장까지를(2007~2009)를 다루고 있으며 나 역시 시간대 별로 글을 진행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에반게리온과 그 이후(1995~1999)
그다지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인생작을 꼽아보세요'라고 하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반드시 포함될 작품 중 하나이다. 에반게리온이 일본 애니메이션 계를 바꾼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내용을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마지막 2화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캐릭터의 자의식에 대한 표현,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게된 것이 아마 이러한 현상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튼 이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에반게리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초창기 에반게리온이 지향했던 기존 오타쿠 취향의 작품들(카우보이 비밥, THE Big-O 등), 실험적인 영상 표현을 사용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작품(Serial Experiments Lain 등), 그리고 인물의 심리를 더욱 중점적으로 표현한 작품(뒤에서 소개할 세카이계 작품들)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한동안 나왔다고 한다. 

  1. 세카이계란 단어의 등장(2000-2003)
2000년대 초반 세카이계란 단어를 대표하는 작품을 '최종병기 그녀', '별의 목소리',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를 꼽았다. 슬프게도 세 작품 다 본 적이 없기에 (저자는  친절하게도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긴 했으나, 역시 직접 본 것과 요약된 줄거리만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세 작품의 공통점은 두루뭉술한 세계관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한 내용 전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원래는 에반게리온을에 대해 약간의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세카이계'란 단어는 하나의 장르로써 확립이 되어갔다.

  1.  세카이계의 변화(2004-2006)
2003년 이후로 세카이계란 단어는 대부분의 신조어가 짧은 생명력을 가지듯 서서히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부터 라이트노벨의 붐이 일어났으며, 평론가들이 여기에 세카이계란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자의식'보단 이야기의 구조적인 측면이 세카이계를 규정짓는 요소로 바뀌어가게 되었다.(앞서 언급한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이 가장 전형적인 세카이계를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2006년이 되어가면서 또다시 세카이계란 단어는 서서히 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스즈미야 하루히' 애니메이션이 2006년 대히트를 치면서 라이트노벨 중심이었던 오타쿠 문화는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또한 이는 이야기도 인물의 자의식과는 또다른 소비화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바로 커뮤니케이션화로 니코동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을 통해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1.  문화계 전반으로의 확장(2007-2009)
저자는 오타쿠 문화에서 세카이계는 애초에 한계점을 지닐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의식을 다룬 에반게리온은 무척이나 신선했지만 이러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식상해졌으며 이야기의 특성상 장르가 한정작일 수 밖에 없다는 점 있다. 무엇보다 세부적인 설정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니 속편이나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힘들다는 점도 있다. 
하나의 메인 장르로의 세카이계는 지나간 유행이 되어버렸지만 루프나 평행세계처럼 하나의 장치로써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잠깐이지만 한 시대의 유행이었던 세카이계란 단어는 오타쿠 문화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외부에서는 작은 세계에 집작하고 있을 뿐인데, 내부에 있는 사람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세카이계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라고 하며 이를 일본사회 전반을 분석하고 있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게임, 라이트노벨과 같이 전반적인 오타쿠 문화를 가지고서 내용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아쉽게도 그 쪽에는 문외한이다보니 읽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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