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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이야기(David A. Price 저 / 이경식 역 / 흐름출판)

MiTomoYo 2014. 5. 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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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입수해서 모든 시리즈를 하루에 몰아서 본 뒤, 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다가 픽사의 역사에 관한 책이 있다고 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인데 책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가 가독성도 괜찮게 편집을 한 덕에 매우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앞의 두 권의 책들과는 다르게 항목을 나눠가면서 쓰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1. 스티브 잡스

픽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다싶이 자신이 창업한 애플이란 회사에서 쫓겨난 후 픽사와 NeXT라는 회사를 크게 성공시킨 후 다시 애플로 돌아오게 된다.

스 티브 잡스에 대한 커윈이라는 사람의 표현이 꽤 인상적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을 듣다보면 지금까지 불가능할 것으로만 여겨졌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 것이라 믿을 수 밖에 없게 될 정도 였다. 그 동안 우리가 노력을 덜 했거나 생각이 짧았거나 본질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 말은 그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언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인한 현실을 왜곡해서 보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픽사에서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스티브 잡스는 픽사가 3D 이미지 컴퓨터와 고성능 그래픽 프린터 등을 통해서 대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투자를 했다.[각주:1] 또한 스티브 잡스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에 엄청난 반대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틴 토이(Tin Toy)>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대호평을 받고 나서야 이에 대한 지원을 해준 것 뿐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이 책에서 잡스의 모습은 뛰어난 경영가의 모습으로써 더 많이 비춰지게 된다.


2. 신기술에 대한 기존 회사의 모습

픽사가 거쳐간 제작사는 크게 두 곳으로 대학 연구소에서 벗어난 직후 손을 잡았던 루카스 필름과 이 곳을 벗어난 뒤 대주주였던 스티브 잡스를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된 디즈니가 있다.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이라 할 것 같으면 당시에도 꽤 괜찮은 기술력을(아래 동영상을 참고) 보유했던 이들을 썩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카스 필름에서 이들은 컴퓨터 사업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면 조지 루카스는 이들을 썩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며 <앙드레와 월리 비와의 아침 식사(My Breakfast with Andre and Wally B.)>라는 작품을 보고는 이들을 이용해서 절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각주:2] 디즈니 역시 그림을 그려서 작업하는 셀 방식을 고집했으며 컴퓨터로는 좋은 품질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없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픽사 멤버들은 디즈니와 수많은 접촉을 시도하면서 어떻게든 이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싶어했지만[각주:3] 디즈니는 이를 번번히 거절했다.

기존 회사들이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표하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다.[각주:4] 이는 신기술을 도입하면 기존에 있었던 인력을 갈아치우고 신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을 새로 뽑아야 하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토이스토리의 대성공 이후 2D 방식으로 작업하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해고를 당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그다지 경제적이지 못한 기술이기도 했다. 수입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기술에 그다지 자비로운 손길을 줄 수 없기도 하다.


3. 기술? 인재? 가장 중요한 것은......
픽사가 현재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까지 엄청난 금액과 시간이 들어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은 스티브 잡스 외에도 가장 초창기에 그들에게 자본을 대주었던 알렉산더 슈어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스티브 잡스 때와는 다르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구현할 수 없을만큼 고급 기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어는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장비와 자본을 계속해서 대주었다. 그 끝은 (슈어에게는 안됐지만) 캣멀이 그들이 이루고자 했었던 곳에 다가가기 위해 결국 루카스 필름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만 보면 슈어는 헛돈을 쓰고서 얻은 것 없는 호구가 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슈어 역시 얻는 것이 많았다. 당시 슈어는 뉴욕 공과대학을 설립한 상태였는데 당시만 해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싶지 않은 청년들을 받아주는 썩 좋은 학교는 아니었다고 한다. 캣멀이 이 학교에서 몸담은 5년 동안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는 꽤 좋은 학교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일단 현재 그것을 구현할 기술 자체가 없는 경우도 존재하며 그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품화로써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면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과감한 투자와 그 것을 기다려줄 인내심이 세상을 바꿀 기술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각주:5]


4. 픽사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들

책을 읽는 동안에 픽사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유튜브를 통해서 찾아봤다.

그 중에서 일부를 올려본다.


1. <앙드레와 월리 비와의 아침 식사(My Breakfast with Andre and Wally B.)>

1984년 작

영상 :  http://youtu.be/Taq9LFbcvxE


2. <룩소 주니어(Luxo Jr.)>

1986년 작품

 영상 : http://youtu.be/wYfYtV_2ezs


3. <레드의 꿈(Red's dream)>

1987년 작품

영상 : http://youtu.be/YDXM3KPk9co


4. <틴 토이(Tin Toy)>

1988년 작품

영상 : http://youtu.be/wtFYP4t9TG0


(번외) 트로피카나 광고 영상

영상 : http://youtu.be/Aowm0j5Flx8


5. <장식품(Knick Knack)>

1989년 작품

영상 : http://youtu.be/ctMYgRzQxPc


6.<게리의 게임(Gery's Game)>

1998년 작품

영상 : http://youtu.be/9IYRC7g2ICg


'시대를 뒤흔든 창조산업의 산실, 칙사의 끝없는 도전과 성공', 이 책 표지에 적힌 문구다. 최근 "창조"라는 키워드를 통한 경제 성장을 국가적으로 장려를 하고 있는 편이다. 픽사의 사례는 분명히 정책을 정하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1. 결과론적으로 잡스는 허공에 돈을 뿌린 셈이었다. [본문으로]
  2. 그리고 얼마 뒤 컴퓨터 사업부는 스티브 잡스에게 1000만 달러에 인수된다. [본문으로]
  3.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픽사의 멤버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보고서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키운 사람들이다. [본문으로]
  4. 대표적인 예로는 필름 카메라의 선두 주자격인 코닥이 있다. [본문으로]
  5. 사족을 붙이자면 "신기술"이라 하면서 무조건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한 투자는 오히려 그 쪽 분야을 몰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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