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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음악은 말한다: 원제-Musik als Klangrede(Nikolaus Harnoncourt 저 / 강해근 역 / 음악세계)

MiTomoYo 2017. 1. 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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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지식을 알고 감상을 하면 여러 관점으로 감상을 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천천히 둘러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아르농쿠르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책은 1954년에 썼던 옛 음악의 해석에 대하여란 책을 기초로 약간의 편집과 추가적인 내용을 거친 후 1982년에 출간되었다. 아르농쿠르의 예술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구입을 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음악을 접근하는 방법들과 바로크 음악이 이후 음악에 끼친 영향과 바로크 음악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 주제 별로 약간의 내용 소개와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

 

그는 왜 바로크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를 언급한다. 반세기만 지나도 낡은 음악 취급을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은 작곡된 지 오래된 곡들만을 연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작곡가 애써 담으려고 했던 메시지를 청자에게 전달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기억 남는 문구는 이러한 충격이 수백 개나 들어있는 고전 교향곡을 들을 때 우리는 그 두 마디 전부터 벌써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연주자가 이것을 이제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주의를 집중한다.’ . 생각해보면 나부터가 공연에서 매번 보였던 모습이지 않았던가!

BBC에서 방영했던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의 비공개 초연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서 나는 당연하게 들었던 부분들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신선하게 (혹은 충격적으로) 들렸다는 점을 알고는 역으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시간나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법한 다양한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아르농쿠르는 작품에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옛음악을 가치 있게 연주하는 단 한가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시도는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1965년과 1975년에 카라얀이 베를린 필을 이끌고 연주한 모차르트의 곡에 대한 논평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사례가 있다.) 또한 그는 음악적인 지식만을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생명력이 결여된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경계한다. 자신을 정격연주 지휘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기보법과 관련한 개인적인 의문들은 정말 많다. 악기의 특성상 연주가 불가능한 경우[각주:1]작곡가가 실수할 수도, 인쇄의 실수[각주:2], 혹은 후대 사람들에 의한 편집[각주:3]등의 일화가 있는데 이것이 작곡가의 의도를 온전히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악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다. 특히 1800년대 이전의 음악의 경우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한다. 당시의 기보법은 통용되는 규칙에 대해서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는 어떠한 템포지시도, 셈여림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연주를 해보면서 분명히 춤곡이라고는 하는데 춤곡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도 떠올랐다. 만약 현재와 같은 기보법을 사용한다면 분명 프레이즈에 따른 이음줄, 셈여림, 악센트와 같이 음악을 연주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분명히 적혀있을 것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레치타티보에서 박자를 치는 행위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습관이고 (중략) 표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행위(1787, 튀르크)라던가 그 나머지 레치타티보는 (중략) 기보법상 박자로 나뉘지만, 그 박자를 무시하고 끝까지 노래한다(C.P.E. Bach)처럼 당시 사람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 최소한 바로크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악보대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선생님께서 음악은 원래 노래에서부터 출발을 했으니, 여러분도 악기를 가지고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으로 연주를 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아티큘레이션이 바로 여기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바로크 음악에서는 특히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음악시간에 4/4박자는 --중강-의 리듬을 가진다고 배웠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 3박은 고귀한 음(nobiles), 2, 4박은 비천한 음(viles)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협화음을 통해서 단조로울 수 있는 음악에 변화를 주게 된다. 모든 불협화음은 강조가 된다고 한다.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해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3월 연주회를 준비하는 연습 중에 지휘자 선생님께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이를 ‘messa di voce’라고 하셨으며 아르농쿠르의 베토벤 음반을 들어보면 이러한 점을 충실히 살리셨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화성적인 측면 외에도 리듬(긴 음표에 강세를 준다)이나 강세법(최고음에서 그 음을 더욱 강조한다)을 통해서도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게 된다.

부점리듬은 음악적 발음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주로 등장하는 점8분음표+16분음표의 경우 3:1비율로 정확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은 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르농쿠르는 사람의 천성이 엄밀한 분할을 꺼린다는 언급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활동하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이 바로 이 부점 리듬인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여담으로 처음에 언급했던 Nobiles Viles와 관련된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현악기에서 사용하는 다운보우[각주:4]와 업보우[각주:5]의 기호는 각각 П,V로 표기한다. 각각의 앞 글자를 따왔다는 점이 꽤 재미있게 다가왔다.

 

 

음악시간에 템포를 설명하는 용어 중 하나인 Allegro의 원래 의미는 유쾌하게. 유쾌한 기분을 표현하고자 자연스럽게 빠른 템포로 연주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빠르게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이 가져오는 차이점이 책에 나와있는데, Andante조금 느리게로 해석할 경우 piu andante더 느리게가 되어 템포가 느려지게 된다. 그러나 이를 원래 뜻인 걸어가면서로 해석할 경우 더 걸어가면서가 되어 템포가 빨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곡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음정은 평균율을 기반으로 되어있다. 12개의 음계가 균등한 간격으로 나뉘어진 음정이다. 그러나 바로크 시절에 사용되던 음정은 중간온음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화음으로 기반으로 한 음정이며 (특히 장3도 화음만큼은 정확해야 한다고 한다.) 12개의 음계가 균등하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음정과 관련된 내용만큼은 직접 들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에 있는 링크를 걸어두었다. 확실히 조금은 어색하게 들린다.



 

음색은 악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악기는 오랫동안 개량을 거쳐서(그리고 지금도 바뀌면서)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더 큰 음량이나 균질한 음색을 얻는 방향으로 갔는데 당연히 이로 인해 일부 특성은(바로크 플룻의 경우 각 음마다 고유한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없어지게 되었다.

다만 아르농쿠르에게 있어서 중요한 점은 악기의 여부는 결코 아니며 악기는 그저 음악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페달이 달린 쳄발로 같은 가짜 시대악기를 사용한 연주와 같이 청중들을 속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르농쿠르가 본인이 창설한 콘센투스 무지쿠스 빈뿐만 아니라 여러 현대 오케스트라와 많은 연주를 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음색은 부차적인 요소이며 작곡가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꽤나 중요한 문제로 느껴졌는지 상당히 많은 분량을 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현재와 같이 시대악기와 관련된 부분의 연구가 덜 진행된 상황에서 작성된 책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바로크 음악이 후세대에 영향을 준 첫 번째 요소는 전타음 이라고 한다. 전타음은 불협화음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음악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라고 한다. 보통은 꾸밈음처럼 작성이 되었는데 이것이 나중에는(대략 18c전후로 해서) 일반적인 음표와 같이 표시가 기보가 되었고 이음줄을 기보하는 경우도 적었다고 한다.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해결되는 만큼 이를 연결해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아르농쿠르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교향곡 40 1악장에서는 다른 지휘자와는 다른 아티큘레이션으로 연주를 하는 부분이 있다.(로열 콘서트헤보우와 콘센투스 무지쿠스 빈 모두 똑같은 아티큘레이션을 이용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책을 가지고 확인을 해봤는데 너무나 깔끔한 협화음이어서 내 추측이 틀린 것을 알았다. 이 부분의 경우에는 화성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K.550 1악장의 90마디와 94마디. 예상과 달리 불협화음이 아니지만 뭔가 버리기엔 아까워서..>


두 번째 요소는 음의 분리인데 하나의 음을 8분음표나 16분음표로 분절시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더 예전의 음악의 경우 이러한 음의 분리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고 하며, 격한 감정을 표현할 경우에만 가끔씩 사용했다고 한다. 바로크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러한 효과는 단순한 음의 반복이 아닌 긴장과 흥분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크 음악은 크게 이탈리아,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을 했다. 이탈리아는 주로 감정을 표출하는 방향을 발전하였으며 프랑스는 대조적으로 음악의 형식적인 측면을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두 음악 간의 간극이 무척이나 커서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두 양식이 섞였다고 한다. 이는 단순하게 시간적인 측면으로써 바로크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두 음악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통해서 융합, 발전이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엔 국고는 늘 부족했지만 궁정작곡가에게는 급료가 밀리지 않고 지급될 정도로 지원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 오스트리아는 정치적인 측면 때문에 이탈리아 음악을 먼저 받아들였지만, 경제적인 지원 아래 다양한 지역의 음악가들이 오스트리아로 모이면서 다양한 지역의 음악들이 섞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두 음악을 적극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한 사람은 게오르크 무팟, 요한 요셉 푹스, 하인리히 슈멜처와 같이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이었다.

독일은 텔레만, 헨델, J.S.바흐를 통해서 음악을 바꿔나갔다. 텔레만의 경우엔 악기의 음색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조합법을 통해 특이한 효과와 악기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공헌했다고 한다. 헨델은 선율의 큰 흐름을 중요시 했으며 트리오소나타와 합주협주곡을 통해서 고정된 형태의 음악적인 형식[각주:6]을 타파하는데 공헌했다. 바흐는 섬세하게 성부를 채워나감으로써 음악의 구조적인 측면을 발전시켜 나갔다.[각주:7]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한 바로크 음악에 대한 감상 포인트를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예전에는 고악기를 이용한 연주를 주로 찾아 듣다 보니 고악기가 주는 단편적인 음색 차이만 신경을 썼는데 세부적인 음색 차이나 불협화음을 협화음으로 처리하는 방식 등을 신경 써서 들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르농쿠르는 20세기 후의 음악을 거의 다루지 않아 조금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대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성도 분명히 느낀다. 아르농쿠르는 궁극적으로 과거의 음악을 이해하고 이를 매개체로 우리시대의 음악을 삶의 중요한 위치로 다시금 되돌리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1. 하프시코드로 2분음표 음가를 채우는 것이 가능할까? [본문으로]
  2.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2/2박자가 4/4로 잘못 인쇄되었다고 함 [본문으로]
  3. 브루크너-제자들의 무단개정으로 인한 문제 [본문으로]
  4. 활을 왼쪽에서 오른쪽을 긋는다. 처음에 힘이 더 실리기 때문에 강하게 음을 내기 편함 [본문으로]
  5. 활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긋는다. 처음에 힘이 덜 실리기 때문에 약한 음을 내기가 편함 [본문으로]
  6. 느림-빠름-느림-빠름의 교회 소나타, 빠름-느림-빠름의 이탈리아식 협주곡, 다양한 춤곡으로 구성된 프랑스식 모음곡 [본문으로]
  7. 바흐의 설명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인데, 책 서문에 따르면 몬테베르디, 바흐, 모차르트의 경우는 그의 주력 분야여서 다른 책에 이에 대한 내용을 쓸 것이라고 적어두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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