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Eric Siblin 저 / 정지현 역 / 21세기북스)

MiTomoYo 2019. 3. 6. 22:57
728x90

최근 출퇴근을 하면서 종종 책을 읽는데 나름대로 그 시간이 꽤 유용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읽은 책들도 꽤 되는 것 같은데, 시간 날 때 하나씩 독후감 포스팅을 적극적으로 해볼까 한다.

여튼 요즘 패드로 e-book을 구매해서 읽는 편인데, 공간도 덜 차지하고 들고 다니는 것도 나름 편해서 꽤 괜찮단 생각이 든다. 북마크 기능도 잘 활용 중이고. 더 많은 책이 e-book으로 좀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 쓰는 독후감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란 책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흐가 남긴 걸작이면서도, 한동안 반쯤 잊혀졌다가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드라마틱한 스토리 등으로 유명한 곡이다.


이 책의 목차는 책 제목답게 6개로 구성된 모음곡을 타이틀 삼아 총 36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있다. 곡의 음악적인 분석을 다룰 것 같지만, 실제로는 1장부터 5장까지는 작가-바흐-카잘스라는 세 명의 인물을 이 곡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6장은 두 음악가의 마지막 순간과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원보에 대한 행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얘기부터. 저자인 에릭 시블린은 공연을 찾아서 듣고. 유명 첼리스트를 인터뷰하고, 현장 답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첼로를 배워보기도 하고 바흐의 칸타타 공연에 합창단원으로 참여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서술했다.
개인적으로 비전공자가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그 곡을 직접 연주해보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노력이 이 책을 저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유명 첼리스트의 인터뷰 내용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안너 빌스마는 이 곡은 '최대한 배제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청중은 완전한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기에 재미있는 곡'이라고 평했고, 마이스키는 '특정 시대나 장소에 제한을 받지 않기에 바흐의 음악이 위대하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바흐의 인생은 꽤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초상화나 그의 곡에서 느낄 수 있는 뭔가 엄숙한 느낌과는 달리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자기 연봉의 20%를 와인 값으로 쓴다거나 자신의 대우에 불만족해서 여기저기 이직을 하면서 다니기도 했고, 바순 연주자와 결투를 벌이기도 했다고 했다.
다만,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원본 악보도, 작곡 경위에 대한 내용도 현재로서는 알지 못하기에 바흐의 전반적인 인생을 조망하는 형식으로 바흐를 다루고 있다.


카잘스의 경우는 반면, 이 곡이 그의 또 다른 상징이 된 만큼 그의 이야기 곳곳에서 이와 연관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남긴 녹음은 1930년대, 그러니깐 스페인이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 (그리고 카잘스는 프랑코 독재 정부의 안티테제의 상징 인물 중 하나였었다고 한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직전에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 그의 연주를 다시 들어보면 분명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또 한 가지. 카잘스는 히틀러로부터 나치 독일을 위해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냐는 제의도 받았다고 한다. 만약 그가 제의에 수락했었다면 그의 평가도, 이 곡의 가치도 폄훼되지 않았겠느냔 느낌도 들었다.


바흐의 삶이라던가 카잘스에 대한 얘기는 사실 다른 책을 통해서 더 많은 내용을 접할 수 있다고 본다. 카잘스의 경우엔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이란 대담 형식의 자서전을 읽었던 적도 있었고, 해당 책이 좀 더 그의 인생을 알아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파르티타의 원보를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가 유산으로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마 이 곡의 원보 역시 그에게 있지 않았을까? 란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흐의 원보는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당시 잉크의 성분 문제로 서서히 손상되고 있기에 바흐가 남긴 원본이 세상의 빛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의 자료 발견으로 더 많은 해석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남겨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음악적인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음악가와 한 명의 일반인(작가)의 삶과 경험을 통해서 하나의 곡이 이토록 많은 스토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읽을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