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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이수정, 김경옥 저 / 중앙M&B)

MiTomoYo 2019. 6.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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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다. 사실 반년 전에 다 읽은 책이긴 한데 이걸 독후감으로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솔직히 고민이 되었다. 책의 내용은 당연히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해당 내용이 반영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글을 써나갈 예정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일어난 범죄를 취조한 내용 중 심리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분류별로 소개하고 있다.

 

1.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범죄의 키워드가 '조현병'이라면 몇 년 전에는 '사이코패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죄책감, 양심의 가책 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선천적 기질에 문제가 있기에 감각기능의 각성 수준이 낮아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외부 자극을 더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소시오패스의 경우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에 가까우며 어린 시절 무관심, 학대 등에 노출되어서 발생한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사례를 통해서만 추측하기에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사이코패스건 소시오패스건 어렸을 때부터 무분별한 폭행에 노출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2. 성범죄

성범죄자의 경우 대상의 아동이냐 성인이냐에 따라 범죄자의 성향도 다른 것으로 보인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우 대체로 자존감이 낮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 일반화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에 대한 반감이나 왜곡된 인식,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부재 등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 학계에서는 강간범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분류를 하고 있는데 대체로 부가적인 강력 범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3. 정신질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강력범죄의 유행 키워드는 '조현병'인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의 경우 통계적으로 범죄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그 범주가 너무나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아직 본격적인 수사/재판이 진행도 안된 상태인데 무조건적으로 '조현병'으로 인한 사건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이 썩 적절하기 느껴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조현병(예전 명칭은 정신분열증)의 경우 환각, 망상 등의 증상에 여러 상황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이들의 폭력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가정에서 보호하거나 방치하지 말고(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문제가 가정 내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한다.)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며, 관련 기관의 체계적인 협조도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고 있다.

 

4. 성격장애

성격은 유전적 소양을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 교육 등을 토대로 완성이 되는데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성격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격장애 자체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기능적 문제가 있진 않기에 본인도 인식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하며, 마찬가지로 이와 관련된 연구도 많지 않다고 한다.

 

5. 충동조절장애

충동조절장애의 키워드는 '중독'이다. (최근 WHO에 질병코드로 등록되어 한창 시끄러운 게임중독 역시 이 책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 있다.)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 시작했다가 쾌감을 느끼면서 어느 순간 '중독'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개인의 욕구를 바람직하게 해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적절한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하는 범죄가 많아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논란이 많은 게임중독이지만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다. 자존감, 자기 통제력이 낮을수록 게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가족관계에 유대감이 깊을수록 게임 중독 성향은 줄어들기에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여가활동을 유도하거나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6. 한국형 범죄(묻지마 / 가정폭력 / 주취폭력)

한국형 범죄라고 책에서 표현을 했지만 엄밀히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범죄유형이어서 다음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묻지마 범죄의 경우 범죄의 발생 동기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점이다. 프로파일러들은 그 중에서 가장 큰 요인을 '절망'과 '분노'로 압축해서 보고 있다고 한다. 장기간의 좌절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며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그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계기로든 폭발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묻지마 범죄란 것이다.

가정폭력의 경우 낮은 자존감, 우울증, 무력감, 만성 불안, 수면장애 등 수많은 정신적 후유증 뿐만 아니라 뇌 손상으로 인한 의사결정 능력에도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가족간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가정폭력을 키우는데 일조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주 후 발생하는 범죄는 좀 더 가벼운 형량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국민들에게 많은 분노를 안겨주기도 했었다. 강력 범죄 중 35~40%가 음주 후에 발생한 범죄란 통계도 있는 것을 보면, 음주가 분명히 사회적 문제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술을 마시고 일으킨 범죄는 범죄자로 하여금 술을 범죄의 원인이라고 합리화해서 재범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문장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사회로 돌아올 것이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고 감시하는 수준에서 끝나면 안되고 교육, 훈련, 치료 등을 통한 재사회화까지 필요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 뿐만 아니라 범죄자들이 사회에 적응 할 수 있도록하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가능할지 정말 의문이긴 하지만....

 

각색은 되었다고는 하지만 범죄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묘사가 적혀있고 그 때문에 내용 자체는 쉬웠음에도 몇 페이지 읽고 쉬고를 반복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조금은 버거웠던 책이었던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누구라도 범죄의 피해자(혹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왜 범죄를 일으켰는지, 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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