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30830]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9번 후기

MiTomoYo 2013. 8. 3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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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주가 더 멋진 연주 때문에 빛을 잃어버렸다. 다음 번에 또 협연하러 와주십쇼!>


베르디 레퀴엠이 5월 초에 있었으니 거의 4달만에 보는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아마 작년에 한 티켓팅은 이 공연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고 아직 공연을 더 예매하거나 할 생각은 없어서 지금까지는 이 공연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예정이다.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1부에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그리고 2부에는 말러 교향곡 9번이다.

오늘 공연은 29일에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했고, 대충 후기를 봤을 때 1부에 터진 버스커버스커 노래만 빼면 매우 좋았다는 평이 계속해서 보였고, 덕분에 기대감 반 불안감 반으로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1부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인기도 많고 연주도 많이 하는 곡이지만 연주나 반주나 결코 쉬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3층에서 공연을 봤는데, 역시 3층은 협주곡을 감상하기에는 안좋은 좌석임에는 분명했다. 거리가 멀다보니 역시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연주는 카덴차 시작부분에서 삑사리가 난 것 빼고는 준수했다. 3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매우 잘 맞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굉장히 안정감있는 연주였고 굉장히 좋게 들은 편이다. 다만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묻혀버렸다. 아마 다른 연주 프로그램과 같이 연주를 했다면 더욱 빛을 낼 수준이었을텐데... 뭐 그래서 좀 아쉬었다. 전 날에는 앵콜로 2곡을 해줬다는데 오늘은 앵콜로 긴 곡 하나를 연주했다.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4번이었는데 그 연주도 멋졌다. 역시 프로그램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이제 그토록 기대하던 2부 공연 리뷰를 할 생각이다. 2011년 12월에 말러 사이클을 진행하면서 공연했던 말러 교향곡 9번 (그 때는 나름 군인 신분이었지만)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2년이나 지난 공연이니 이제는 기억이 조금 흐릿하지만, 남아있는 기억을 되짚어보면, 1악장은 괜찮았었고 2악장은 꽤나 아쉬운 편이었고 3악장은 충격적이었고, 4악장은 그럭저럭이었다. 시향의 DG 녹음에 말러 교향곡 9번이 포함된다는 이야기에 저 연주가 음반으로 녹음이 될 것이란 생각을 당시에 했었는데 이건 KBS Classic FM을 통해서 방송이되었고, DG녹음은 어제랑 오늘 연주가 아마 편집되서 발매가 될 것이다.


시향은 항상 실황 녹음을 음반으로 발매를 하던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녹음할 연주를 보러간 것이었다. 예전 공연들의 후기를 통해서 안내방송이 나온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깐 뭔가 재미있었다. 관객들도 그런 멘트가 나오니 웃었다. (시밤 웃음이 나오냐??? 핸드폰 꺼라 꺼 제발!!!) 안다 박수에 대한 주의도 미리 주었다. 끝나자마자 바로 치지 말고 충분한 여운을 즐긴 후 지휘자가 완전히 손을 내리면 박수를 쳐달라는 내용이었다.


1악장 시작의 몽롱한 음색부터 오늘 공연이 범상치 않음을 풍겼다. 하프는 기존 단원이 아니라 남성분이 맡았는데, 오케스트라를 뚫고 등장하는 음이 상당히 멋있었다. 1악장은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느것이 주 멜로디인지 어느것이 보조해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 간간히 멜로디가 들리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각 파트가 마치 자신의 노래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오늘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음반에서와는 달리 더 많은 악기들의 소리가 더 생생히 들리다보니 1악장의 복잡미묘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클라이막스의 탐탐의 울림과 트롬본의 으르렁거림도 멋있었지만, 현악기의 음이 들리는 것은 처음이었고 꽤나 인상이 깊었다. 재빠르게 1악장이 끝난 느낌이었고, 1악장이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숨은 쉬고 듣고 있는건지였다. 그만큼 1악장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사족으로 1악장 중간에 사다리를 타고 종을 치는 것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기했겠지만, 나는 이미 본 광경이니 패스(그 때는 신기했다.) 다만 그 때는 거리가 가까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렸는데 오늘은 좀 멍멍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2악장 앞서 말한 것 처럼 저번 연주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이 2악장이었는데, 오늘은 매우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3개의 춤곡(렌틀러, 왈츠, 왈츠)가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서로를 잡아먹고 마지막에는 뼈대만 남아버린다는 이 악장에서는 렌틀러와 왈츠를 어떻게 대비를 시켜나가느냐가 가장 큰 주안점이 아닐까 싶은데(개인적인 의견) 여기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목관이 주로 주도를 하는 렌틀러와 현이 주가 되는 왈츠간의 대비가 멋있었다. 사실 기억은 잘 안나고 끝나고나서 큰 숨을 여러차례 쉬면서 벌써 끝이야? 라는 생각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음... ㅠㅠ)


3악장은 저번 연주와 대동소이한 해석이었다. 템포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줘서 숨 쉴 틈없는 주부와 정말 여유로운 템포의 트리오 그리고 다시 원래 템포로의 회기. 나야 한 번은 경험 했으니 그 충격이 덜 하기는 했는데,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저 템포로 연주를 하면 와장창 무너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이었고, 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주부가 더 빠를 수는 없을 것 같고, 트리오는 조금 느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아마 총 러닝타임이 13분 정도로 기억을 하니 아마 음반이 나오면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그 때와 비교하면 트리오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트럼펫으로 연주되는 멜로디(4악장에서도 나오는)는 고음에 약음으로 연주해야 해서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하는데 바티는 이 부분을 환상적으로 연주했다. 더불어 말러가 말했던 것도 떠올랐다. 말러의 관현악법은 기형적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부러 어렵게 연주하게끔 하여 더욱 인상깊은 효과를 내게끔 의도적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에 아마 이런 내용의 글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이 부분에서 느낀 감정은 아름답게는 들리지만 그 안에서 숨겨진 애절함이었다. 다시 주부로 돌아와서는 다시 원래 템포의 격정적인 연주를 했고, 마지막 코다 부분은 거의 숨넘어가다 못해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종결 직전에 극단적으로 템포를 늘여버렸다가 원템포로 마지막 1마디를 연주하면서 끝냈다. 악보에는 없는 해석이지만 매우 멋있는 해석이라고 생각을 했다. 여기서는 눈물도 살짝 돌고 했다. 말러는 이 부분을 작곡할 때 정말 처절한 심정(자신의 건강, 알마의 외도, 9번 교향곡의 저주 등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개인적인 의견)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4악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텀을 좀 많이 가졌다. 아마 3악장에 이어 금방 4악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악장은 클라이막스를 제외하고는 현이 완벽하게 주도를 하며 간간히 목관악기나 호른 정도가 나오는 연주인데, 저번 연주보다 더 흡인력있는 연주였다. 저번에는 4악장의 슬픔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잘 느껴졌다. 특히 조용하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그런 감정이 더 잘 느껴졌다. 클라이막스 이후에 바이올린이 한음으로 계속 긋는 부분은 (소위 말하자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마지막에서의 첼로 솔로나 159마디 이후 185마디(끝)까지 진행되는 부분은 정말 숨을 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긴장감있게 진행이 되었다. 역시 끝은 매우 조용하게, 그리고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끝나고나서 정마에가 손을 내리기 전까지 누구도 잡음하나 내지 않았다. 나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한 15~20초 정도 후에 손을 내렸던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일찍 내려서 아쉬웠다. 좀 더 끌어줬으면 싶었는데.....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나왔고, 나도 같이 박수를 쳐줬다. 다만 박수가 도저히 막 나오지 안았고 천천히 쳤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끝나고 나와서도 마지막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았다. 동아리 후배 얼굴 잠깐 보고, 아는 형이랑 잠깐 통화를 하고 집으로 향했는데 지하철을 타는 순간까지도 너무 가슴이 먹먹했다. 이런 경험은 그 동안 여러차례 연주회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받은 경험이었다.


아마 이 녹음은 2014년에 출반할 예정이라고 한다. 뭐 저번 베토벤 5번과 같은 음질만 아니라면야 당연히 살 생각이다. 근데 그 음반 사고나서 언제쯤에나 들을 수 있을까 싶다...... 혹시라도 그 음반을 들으면서 이 연주회에 대한 기억이 오염이라도 될까 조금은 두렵다. (ㅋㅋㅋ 진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정말 오그리도그리한 문장이다 아오!)오늘의 연주회는 정말 감동이었고 이런 연주회를 또 언제 들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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