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20229~20130131]예전에 썼던 공연 후기들

MiTomoYo 2013. 12. 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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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블로그를 연 것이 2013년 초였고 그 전에는 카페에 주로 후기를 올렸는데 아무래도 옛날에 썼던 공연 후기들이 아까워서 (그리고 공부하기 싫어서.....) 그 글을 토대로 당시의 기억들을 떠올려서 작성하기로 했다.


[2012년 2월 29일-서울시향 러시아 시리즈1(지휘 :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

<프로그램>

1부

무소르그스키 : 민둥산의 밤(림스키-코르사코프 편곡)

글라주노프 :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바이올린 : 사샤 로제스트벤스키)

2부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 8번 c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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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쇼스타코비치를 안좋아하면서도 굳이 이 공연을 갔던 이유는 로제스트벤스키라는 거장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온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처음에는 표도 매진이었고 레퍼토리가 영 안맞을 것 같아서 그냥 있었는데 공연 2주 전부터 조금씩 취소표들이 나와서 고민 끝에 가게 되었다.  슬프게도 2부는 거의 뭘 들었는지 모를만큼 멍하게 있었다. 나름대로 ㄱㅋ에서 음원도 받고 몇 번 들어봤는데도 말이다. 


올해 내한 예정이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오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비록 1부만이 기억에 남은 공연이었지만, 지휘자에 따라서 오케스트라의 음색마저 바뀔 수 있다는 엄청난 경험을 한 공연이었다. 다만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은 실망스러웠다.


로제스트벤스키의 특이한 지휘, 포디움이 아닌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같이 호흡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관객들의 환호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악보를 들어서 응답해준 모습도 기억에 난다. 꼭 건강해져서 내후년에 다시 한 번 서울시향을 지휘해주시길.......


<올해 건강상의 문제로 공연을 못한 로제옹 ㅠㅠ 부디 건강 조심하십시오! ㅠㅠ>


[2012년 6월 9일-서울시향 비르투오조 시리즈 3 (지휘 : 한누 린투)]

<프로그램>

1부

닐센 : 헬리오스 서곡

코플랜드 : 클라리넷 협주곡 (클라리넷 : 채재일)

2부

시벨리우스 : 교향곡 2번 D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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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13년 최고의 공연이 정명훈 지휘의 말러 9번 교향곡이었다면 2012년 나의 최고의 공연은 주저없이 이 공연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닐센의 곡은 교향곡 4, 5번만 들어본 상태였는데, 헬리오스 서곡은 이 두곡보다 훨씬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곡이다. 처음 도입부가 저음부에서 워낙 조용히 시작해서 웅성거림과 핸드폰 테러가 있었지만, 이 외에는 딱히 사고가 나진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이 곡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현재도 닐센의 헬리오스 서곡 만큼은 종종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 줄만큼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지금은 서울시향을 나갔지만 채재일하면 안정감 있는 연주와 특유의 큰 모션이 생각이 난다. 이 곡에서도 채재일은 연주 중에 특유의 큰 모션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처음 접하는 곡이었지만 이 연주도 나에게 대단히 인상깊었다. 그 동안 미국 작곡가의 곡은 항상 나에게 어렵게 다가왔는데 이를 어느 정도 깨뜨린 곡이기도 하다. 1악장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야릇하다! 라는 인상을 받았다. 3악장의 경우엔 재즈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미국스러운 냄새도 강하게 나는(재즈가 미국스러운 것 아닌가??? 뭐 하여간) 곡이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은 3악장에서 현의 재잘거림이 뭉툭하게 들리는 듯한 아쉬움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1악장, 2악장, 4악장이 너무 멋있었고 덕분에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었다.


<사진 속 지휘자는 한누 린투가 아니라 스테판 드네브, 한누 린투는 이와 반대 이미지다.>


[2012년 9월 21일-마스터피스 시리즈 3 (지휘 : 안토니 비트)]

<프로그램>

1부

바그너 - 로엔그린 1,3막 전주곡

바그너-베젠동크 가곡 (메조소프라노 :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2부

R.슈트라우스-영웅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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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소스 음반을 좀 구매하면 이 사람이 지휘한 음반이 없을 가능성은 적다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 음반에서만 접하던 분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예매를 하게 되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안토니 비트는 머리가 좀 벗겨지고 마른데다가, 지휘동작도 굉장히 다이나믹한 편이었다.


바그너나 R.슈트라우스 모두 당시에 나는 거의 접해보지 않는 작곡가들이었고(사실 바그너는 지금도 전주곡 정도만 듣는 편이다.) 이 공연도 나름대로 걱정깨나 한 공연이었다. 로엔그린 전주곡이야 그래도 곡빨이 있어서 좋았지만 베젠동크 가곡은 그냥 멍하게 들었던 것 같다. 애초에 성악곡은 가사가 잘 와닫지 않으면 멍하게 들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2부의 영웅의 생애는 정말 오케스트라의 화려함, 개개인의 기량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는가를 보는 듯 했다. 트럼펫 주자가 나갔다 들어오고, 타악기의 강력한 사운드, 처음 보는 테너 튜바와 약음기등 음악을 듣는 것도 듣는 것이었지만 바쁘게 준비하는 오케스트라 주자들의 모습도 볼 만 했다. 이 날 악장은 웨인 린이 맡았는데 기나긴 바이올린 솔로를 잘 연주했었다. 엄청난 수의 관에 비해서는 현의 숫자가 조금 적었던 것 같았는데 역시 현의 소리가 조금 작게 들린 것은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2014년 동일한 곡을 정명훈의 지휘로 듣게 되었으니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낙소스의 간판 안토니 비트! 사인회라도 해주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ㅠㅠ>


[2012년 10월 12일-서울시향 보컬시리즈 4 (지휘 : 성시연)]

<프로그램>

1부

말러 -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바리톤 : 위르겐 린)

2부

베를리오즈 - 환상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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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공연은 별로였다. 이미 베젠동크 가곡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성악곡에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고 이날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공연을 3층에서 관람하기 때문에) 위치상으로도 독창자의 소리가 잘 들리는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성시연은 한창 말러의 교향곡 7번을 통해 처음 접했고, 당시의 공연에서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이 날 공연도 기대를 많이 했다만 결론은 영 아니었다. 일단 이 날 단원들의 질 자체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수석들 대부분이 자리에 없었고, 이는 역으로 수석의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 날 공연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뒤에서 쿵쾅쿵쾅으로 적당히 괜찮은 것 처럼 마무리 한 공연'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종소리가 조금씩 늦고 여음도 길고 Dies Irae모티브는 너무 부드러웠고.... 뭐 그랬다. 그동안 접했던 서울시향 공연 중에서는 가장 별로였던 공연


이 곡 역시 내년에 미셸 플라숑이 지휘한다. 여건이 되면 또 가볼 생각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공연이었다..........>


[2012년 12월 9일 - 서울시향 보컬시리즈 V (지휘 : 정명훈)]

<프로그램>

1부

모차르트-교향곡 41번 C장조 "주피터"

2부

모차르트-레퀴엠 (쥐스마이어 판본,

소프라노 :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 양송미, 테너 : 강요셉, 베이스바리톤 : 사무엘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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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취소표를 발견해서 바로 예매해서 간 공연이다. 전날에  특별 연주회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뭐 딱히 취소표를 예매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특별공연 후기를 보면 관객 매너가 X판이라는(핸드폰 테러는 뭐 매번 출쳌하는 수준이니......) 것을 봐와서 특별 연주회는 잘 안가는 편이다.


이날 공연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음악도 스포일러 당하면 안된다는 것! 이다.

일단 주피터는 내 관심 밖의 프로그램 곡이었지만 1악장이 좀 지루한 것을 빼면 좋게 들은 편이다. 금관악기군은 상대적으로 작게 들렸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전날 ㅋㄱ에서 해석을 봐버리는 바람에 김이 새버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정명훈의 해석이 매우 독특했다. Dies Irae에서의 달리는 템포는.... 만약 알지 못하고 들었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날 독창자들은 뭐 흠잡을 곳이 없었다. 특히 임선혜씨의 노래는....진짜 좋았다. 딕션이 잘 전달이 안 된것이나 합창이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 합창자들이 앉는데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곡 사이에 멈추는 시간이 조금 길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 클라리넷 대신 바셋 호른을 쓴 것도 독특한 부분이었다.

<작년 SPO소식지다. 벌써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구나........>


[2013년 1월 31일-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184회 정기연주회

(지휘:최희준)]

<프로그램>

말러 -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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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덕분에 서울시향의 동곡 연주회는 가지 못했고(하필 목요일에 공연을 하는 바람에,,,, 덕분에 말러 8번도 같이 안녕 ㅠㅠ) 언제 이 곡을 연주회에 올리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코리안 심포니에서 바로 올려서 예매를 해서 갔다.


리뷰들을 보면 대부분의 공연이 서울시향으로만 채워져 있을 정도로 서울시향 공연만 다니는 편이고, 덕분에 다른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얼만큼 되는지는 잘 알지는 못한다. 최희준씨가 상임을 하면서 어려운 곡들을 많이 올리는 편으로 보이는 것과 안희찬씨가 수석 트럼페터를 역임하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부다.


일단 이 날의 공연은 안단테-스케르초 순서로 진행이 되었고 덕분에 나는 아쉬웠다.(개인적으로는 말러가 최종 노선을 안단테-스케르초로 잡았어도 곡의 진행이라던가 구성등을 고려했을 때 스케르초-안단테가 맞다고 본다. 만약 말러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이 곡을 한 차례 개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1악장의 첫 행진 소리에서 '아 좋은 공연이 예상된다!'라고 느껴졌다가 트럼펫이 도드라지는 부분에서 바로 삑사라가 나서 김이 좀 샜다. 도돌이 부분에서는 잘 넘어갔지만 말이다. (유튜브 댓글에도 이 실수가 치명적이다! 라는 식의 댓글이 달려있다.) 알마 주제는 아름답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성급하게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중간부분의 소방울 소리는 거의 들리질 않았다. 자연스러운 소리를 지시했는데 아예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묻혀버리다니.... 이 부분도 아쉬웠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모두 버릴만큼 짜증이 났던 것은 내 앞에서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애XX였다!!! 곡이 시작하자마자부터 말그대로 발광을 하면서 공연 감상에 엄청난 방해를 주었고, 2악장이 끝나고 나서야 엄마가 애를 데리고 나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인데 공연장에 굳이 애를 데리고 올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상관이 없지만,(실제로 브루크너 9번 공연을 하는데 어떤 초등학생이 정말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감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옆의 친구가 떠들려고 하자 손가락을 입에 갔다댔다.->매우 예외적인 케이스)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고, 결국 주위에 있는 사람까지 심한 피해를 주지 않나!


안단테 2악장은 역시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연주도 딱히 인상 깊지는 않았다.


스케르초 3악장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최희준씨는 상대적으로 느린 악장보다는 빠른 악장에서 더 좋은 해석을 보이는 것 같다. 다만 팀파니의 다이나믹이 크게만 들렸던 것 같아서 아쉬웠다.


4악장은 Allegro Energico로 들어가는 부분 전까지는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았다. 내가 기대했던 뜨헉! 하는 긴장감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물론 바비롤리 같은 질식이 느껴지는 것도 조금 그렇지만.)  Allegro Energico부분은 괜찮았지만, 다시 첫 도입부의 일렁이는 부분으로 이어지는 것이 꽤나 어색했다. 그래도 해머의 강렬함은 인상적이었다. 해머는 총 2번만 나왔다.(마지막 3번째를 치지 않았음) 마지막 트롬본 코랄은 솔직히 정말 별로였다. 음정도 조금씩 빗나가는 부분이 있었고 장엄한 분위기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산만함(?)이 느껴졌다. 내가 알던 말러 교향곡 6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공연이었다.


음악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이 보였는데 현악기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 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심벌즈를 말레로 친 뒤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아서 "크르륵"소리가 나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다.


말러 교향곡 6번이 연주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날 전체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크게 봤을 때는 나쁘지는 않은 공연이었지만, 세부적인 부분들은 영 부족했던 공연이었다.

<역시 좋은 말러 공연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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