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30502]서울시향 베르디 레퀴엠 후기

MiTomoYo 2013. 5. 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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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3년 5월 SPO 매거진이다. 사진 속 클라라 주미 강은 오늘 공연과는 관계가 없다 ^^;;>

일주일만에 예술의 전당에 출석을 찍었다. 오늘 들으러 간 공연은 서울시향의 베르디 레퀴엠이고, 지휘는 정명훈씨가 맡았다.

일단 베르디의 레퀴엠은 내가 즐겨듣는 곡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한다. 많이 듣고 익숙한 곡이라면 어떤 해석이 어떻고, 어떤 부분은 어떻다 이런식으로 나름대로 글을 쓸 수 있지만, 이번 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성악이 중심이 되는 곡을 안좋아한다.(가곡, 오페라, 종교곡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티켓오픈때 굳이 예매한 이유는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공연은 예매 오픈 당일이 아니면 구하는 것이 좀 어렵다는 것, 베르디의 레퀴엠이 국내에서 실황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 아니라는 것(아마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티가 지휘한 베르디의 레퀴엠 중(Sony-시카고 심포니) 마지막 트랙인 Libera Me에서 깊은 감명을 예매할 당시에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명훈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콘서트 지휘자이기도 하지만 그는 오페라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그가 지휘하는 실황연주(말러 교향곡 9번,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정말 독특한 해석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늘 공연도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갔다.

일단 오늘 공연의 독창진은 다음과 같았다.


소프라노 - 마리아 루이지 보르시

메조소프라노 - 미셸 드 영

테너 - 그레고리 쿤트

베이스바리톤 - 사무엘 윤


첫 시작부터 비극적인 분위기와 합창단의 나지막한 노래가 들리면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딕션도 괜찮았다. 하지만 역시 예당의 한계인지 조금이라도 합창단이 크게 나오는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소리가 뭉쳐져서 들렸다. 아쉬운 부분이다. 쿤트와 사무엘 윤의 독창은 흠잡을데가 없었다. 다만 드 영의 경우엔 목이 덜 풀려서였는지 조금은 피치가 높게 들리는 편이었다.

Dies Irae는 베르디 레퀴엠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큰 북의 타격이 상당히 강렬히 다가왔다. 합창이 사그라드는 부분에서의 가사도 명확하게 들려서 좋았다.

이어서 Tuba mirum에서의 트럼펫 팡파르가 울렸다. 왼쪽 트럼펫의 음정이 빗나갔다. 또 빗나갔다. 계속 빗나갔다. 처음에는 무대에 있는 트럼펫 주자의 실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합창석 쪽에서도 트럼펫 주자가 4명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 쪽에서 실수를 한 모양인 듯 했다.


그 뒤에서부터 Lacrymosa까지는 딱히 뭘 이야기하기 그렇다. 사실 어제 과제를 한다고 좀 무리도하고 해서 살짝 멍한 상태에서 듣기도 했고, (프로젝트에 집중을 안하는 나는) 가사를 알아먹질 못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들었다. 다만 독창자들의 가창이 상당히 좋았다. 쿤트는 중간중간 가성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원래 그렇게 부르는 건지 아님 종교적인 색채를 위해서 일부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Offertorio가 시작되기 전에 중간입장을 허용했는데 곡이 다 끝나기도 전에 와르르 들어왔다. 좋지 않은 모습이다. 사실 오늘 관객 매너는 좀 많이 안 좋았다. 3층 뒷자리에서 계속해서 비닐을 부시럭부시럭 거리질 않나, 내 옆의 옆자리에서는 곡을 연주하는데 속삭이질 않나, 내 뒷자리에서는 어르신 분들이 계속 뒤척이고 어딘지는 모르는데 벅벅 긁어대면서 소음을 만들어냈다. 차라리 dies irae처럼 콰과광하는 부분에서 그러면 모를까 한창 조용하게 곡이 진행되는데 그러니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Santus에서는 중간에 합창단이 서로 벽쪽을 비스듬히 바라보고 노래를 불렀는데 각 성부가 따로 부르는 곳에서는 벽쪽을 봤었다가(벽쪽으로 도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오케스트라를 보다가 합창단을 보니 그랬었다.) 합창을 하는 부분에서는 다시 정면을 본 것으로 보아(이 부분은 제대로 포착) 조금이라도 성부가 독립적으로 들리게 하도록 한 조치가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에 금관이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아쉬웠다.

Agnus Dei는 베르디의 레퀴엠 중에서 가장 종교적인 느낌이 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뒤에서 자꾸 소음을 만들어낸다.(특히 비닐봉투 소리) 나만 그런 것이 아닌게 내 앞에 옆에 사람들이 자꾸 뒤를 쳐다보더라... 솔직히 화가 났다. 

Lux aeterna에서 독창자들간의 화음이 조금은 어색하게 들렸다. 플룻의 소리도 좀 튀는 것 같았고...

Libera me는 나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처절함은 느껴졌지만 음정이 많이 아쉬웠다. 힘에 좀 부치는 듯 싶기도 했다. 소프라노의 독창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조금은 묻혀서 아쉬웠다. 근데, 합창단과 같이 부르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목소리가 들렸던 것으로 봐서는 정명훈이 독창 부분의 음량을 조금 줄이라고 지시를 했던 것 같다.


총평을 하자면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연주였다. 특히 합창단이나 남성 독주자가 크게 활약한 연주였다. 다만 두고두고 관객 매너는 아쉬울 뿐이다. 최근에 연주 자체 때문에 실망하는 일보다 주위 관객 매너가 말 그대로 개판인 것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더 많다. 제발 하지말라는 것 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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