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30823]오벌린 음대 동문음악회 후기

MiTomoYo 2013. 8. 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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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주 전쯤엔가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가보지 않겠냐고 하길래 한동안 공연도 안보고 해서(어차피 다음주에 서울시향 말러 9번 공연을 가긴 하지만) 보러갔다.


오벌린(Oberlin)음대라는 곳은 처음 들어본 곳인데, 팜플렛을 보니 그래도 꽤나 유명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학교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번 음반 리뷰(http://electromito.tistory.com/43)의 주인공이기도 한 데이빗 진먼 역시 이 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음대 동문 연주회이기 때문에 역시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서로 팀을 짜서 연주하는 식으로 연주가 진행되었다. 연주자들도 한 곡만 연주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연주자들 간의 연주 스타일 (혹은 그 수준?)을 비교할 수도 있었다.


좌석은 1층 5번째 중앙쪽, 꽤나 괜찮은 자리였다. 일단 프로그램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1부>================================

R.Schumann - 3 Romances op.94 (flute ver.)

(Fl : 조성현, Pf : 이예진)

B.Bartok - 44 Duos for 2 violins

(Vn : 이수민, 이혜연)

W.A.Mozart - Sonata for 2 pianos in D major K.448 中 1,3악장

(Pf : 오누리, 이희승)

G.Bizet(Arr. by G.Anderson, E.J.Roe) - Carmen fantasy for 2 pianos

(Pf : 김민정, 김태용)

================================<2부>================================

C.Debussy -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g minor

(Vn : 권소영, Pf : 공나나)

R.Vaughn Williams -  Let Beauty Awake

R.Strauss - Cacilie

G.Verdi - Surta e la notte... Ernani, Ernani involami (from Opera Ernani)

(Sop : 권혜원, Pf : 김정원)

F.Kuhlau - Trio in F major op.119 for 2 flutes and piano
(Fl : 노현주, 조성현, Pf : 김선화)

=====================================================================


팜플렛에 (성의 없게도) 곡에 대한 해설은 하나도 없고 3페이지에 걸쳐서 학교에 대한 설명과 학위 과정, 교수진, 그리고 교수들로 이뤄진 트리오에 대한 설명이 써져 있었다. (첼로는 오늘 공연에 없는데 왜 첼로 교수님에 대한 소개를 쓴 것인지.......)뭐 학고 동문 음악회이니 이해는 한다만... 나 같은 (음악을 잘 모르는)사람을 위해서 간단히 곡에 대한 설명정도는 할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뭐 덕분에 인터넷 검색 살짝 해가면서 쓰는 중이다.


1부 첫 곡은 슈만의 3개의 로망스라는 곡이다. 원래는 오보에(혹은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을 위해 써진 곡이지만 오늘 연주회에서는 플룻이 독주를 맡았다. 개인적으로 플룻이 오케스트라에서는 굉장히 훌륭한 악기임은 인정하지만, 피아노와 같이 연주하는 플룻은 썩 인상깊게 들은 곡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곡이나 끝에 연주한 곡에서도 역시 비슷하게 느꼈다. 일단 피아노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활짝 열고 반주를 했다.) 플룻의 소리가 많이 묻혀버렸다. 마지막 곡에서는 뚜껑을 절반가량 덮어놓고서 연주를 했는데, 그 때는 플룻과 피아노간의 밸런스가 적절히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 아쉬웠다.


두번째 곡은 바르톡의 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44개의 듀오라는 곡이었다. 짤막한 곡들이 8~13개씩 총 4개 세트로 묶여서 연주되는 곡이다. 듣다보면 바르톡이 썼구나라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멜로디들이 곳곳에서 나오는데 특히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랩소디 1번이 연상되는 악구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곡이었다. 이 연주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보통 이런 스타일의 곡들은 2개의 악기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곡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 연주는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연주를 보였다.


세 번째 곡은 노다메에서도 나온 적이 있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48 중 1,3 악장이다. 연주회의 길이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인지, 피아노 듀오가 1곡 더 있어서 그런지 2악장을 생략했다. 연주는 괜찮았다. 한쪽 주자가 3~4번 정도 미스터치를 낸 것 같았지만 뭐 크게 감상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IBK홀의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소리가 너무 뭉쳐져서 들리는 감은 있었다. 모차르트치고는 왠지 무겁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모차르트곡을 몇 곡 들어본 적도 없고 ^^;;)


네 번째 곡은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를(물음표를 친 이유 : 비제가 오페라 '카르멘'을 작곡한 것은 맞지만 '카르멘 판타지'를 작곡한 것은 사라사테등의 작곡가들 아닌가? 뭐 하여간) G.Anderson과 E.J.Roe라는 사람이 2010년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곡이다. 꽤 최근에 편곡한 덕분인지 꽤나 비화성적인 진행들이 곳곳에 있었다. 오늘 연주 중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남았을 곡을 꼽자면 나는 주저없이 이 곡을 뽑을 생각인데, 곡의 대중적인 편곡도 있었지만 연주자들이 잘 연주를 했다. 앞서 모차르트의 무색무취의 해석에 비하자면 곳곳에서 다양한 물감들을 흩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같이 간 내 친구도 이 곡을 제일 마음에 들어 했다.

(곡 링크 : http://www.youtube.com/watch?v=A5b1tAyE640, THX 2 Jamespaul)


2부 첫 곡은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였다. 어제(22일)이 드뷔시의 151번째 생일이었는데 그에 따른 적절한 선곡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피아노의 반주도 살짝 몽환적인 것이 마음에 들었고 바이올린 연주도 괜찮았다. 중간에 하모닉스를 내다가 실수를 한 것 빼고는(하모닉스 실패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만 남기니...)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다.


두 번째부터 4번째 곡까지는 성악곡, 성악곡!.... 은 뭐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내 영역 밖의 장르(!)이다(내 친구가 음악 편식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ㅠㅠ) 뭐 평할 수는 없다만, 역시 성악가의 성량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마지막 곡은 두 대의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다. 뭐 이미 첫 곡에서 구구절절 설명을 해버리는 바람에 쓸 말이 적은 편이다. 딱히 인상적인 작품도 아니었고.


연주의 퀄리티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었고, 관객 매너는.... 이제는 반 포기 상태다... (만 만약 말러 9번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면 짜증이 솟구치겠지만... 제발 그러지 말기를...) 사실 이런 연주회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류의 연주회이기도 해서 꽤나 즐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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