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80622]서울시향-트룰스 뫼르크의 엘가-II

MiTomoYo 2018. 6. 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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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4개월만에 듣는 서울시향의 공연이다. 그 동안 스케쥴이 맞지 않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 공연 자체에 흥미가 떨어진 상태여서 관심을 덜 가진 측면도 있었다.


원래는 23일 토요일에 있을 뫼르크+서울시향 단원의 실내악 공연을 가고 싶었으나, 하필 그날 야간 근무 크리를 먹어서 그냥 오늘 공연을 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고, 지휘는 오랜만에 마르쿠스 슈텐츠가 맡았다.


===========================<1부>==================================
R.Wagner - '로엔그린' 1막 전주곡
E.Elgar -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 (첼로: 트룰스 뫼르크)
(Encore: Catalan Folk Song-새의 노래 with 서울시향 첼로 단원)
===========================<2부>==================================
R.Schumann - 교향곡 4번 D단조 op.120 (1851 개정판)
==================================================================


바그너의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은 바그너의 관현악곡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곡으로 신비롭게 시작해서 천천히, 그러나 점진적으로 거대해진 뒤 다시 사그라드는 곡의 형태가 특히 인상적인 곡이란 느낌이다.


첫 부분에서 현악기간에 다소 안맞는 부분도 있었고, 해당 부분이 워낙 섬세하게 연주되는 부분이다보니 조금은 아쉬웠던 측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는 무난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곡인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사실 낭만시대의 첼로 협주곡 치고는 화려하거나 기교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곡이 아니다. 그 때문에 제대로 연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들었던 린 하렐의 연주가 이 곡의 섬세한 감성을 극대화시킨 연주였다면, 뫼르크의 연주는 예전 연주에서도 들었던 것과 같이 굵직하면서 단단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1, 2악장이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이었다면 3악장에서는 굵직함을 덜어내고 섬세한 느낌이 가미가 되었던 것 같았고(특히 최약음으로 연주하는 고음부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격정과 아쉬움의 대비가 잘 느껴져서 상당히 흡인력있는 연주를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슈텐츠의 반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보려고 하는데, 그는 오케스트라 파트를 단순히 반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들려주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종종 뫼르크와의 합이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좀 있었다고 생각도 들었다. 다만 오케스트라 파트만 나오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훨씬 강했다. 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역시 다이나믹의 표현이었는데 크레센도-데크레센도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격한 감정의 표현을 좀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3악장의 끝이 상당히 모호하게 끝나기에 바로 4악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벨소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쉬었다가 연주했다는 것이다.


앙코르는 카탈루니아 민요이자,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로 유명해진 '새의 노래'를 서울시향 첼로 단원들의 반주로 들을 수 있었다.


슈만의 교향곡 4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보의 표현 그대로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졸연으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1악장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지금껏 들었던 곡이 이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해석이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이 곡을 일부분씩 조각내서 파편화 시킨 뒤 템포를 잡고, 거기에 양념으로 다이나믹의 변화까지 주는 것 같았고, 그 탓에 어찌보면 음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아쉬움도 느껴지긴 했다.

2악장은 그나마 무난한 편이었고, 3악장은 무난하게 가다가 트리오 이후의 재현부에서 똑같이 연주하면 재미없으니 대조를 주기 위해서 크레센도를 아예 무시하고 작게 연주를 이어나간 부분은 신선한 해석을 좋아하는 나였음에도 조금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4악장은 1악장에 비해서는 조금은 덜하지만, 예상을 깨는 다이나믹을 들려주었다. 4악장을 듣다보면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갈수록 심심해지는 느낌도 있는 편인데, 오늘 연주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특이한 해석!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연주는 아니었던 것이, 1악장의 플룻이 지속음을 내는 부분에 크레센도를 지시한 부분 등 디테일한 변화도 몇몇 포착할 수 있었다.


오늘 공연에서의 이런 시도는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 곡의 총보를 보면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마 의도적이겠지만) 복붙을 심하게 한 것 같은 모양새다보니 연주하는 것이 은근히 까다롭고 단조로운 연주가 될 가능성이 많은 곡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시향의 연주력이 그다지 좋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냥 평범한 해석을 들려줬다면 솔직히 좋게 들었을 것 같지 않았을 것 같은 측면도 솔직히 있었다.



그리고 오늘 공연에는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핸드폰 테러가 많은 편이었다. 예전에는 감상에 방해하는 요소들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었는데 시간과 돈을 내서 스트레스 받아봐야 결국 나만 손해란 생각이 어느 순간 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좀 짜증이 났는데, 정말 절묘하게도 곡이 끝나는 순간마다 한 번씩 알람이 울렸다. 로엔그린 프렐류드 마치면서, 첼로 협주곡 3악장 끝나고 한 번, 그리고 앵콜 끝나고 또 한 번. 뭔가 금속으로 '끄르르륵' 긁는 것 같은 소리도 들었는데 이건 뭔지 모르겠고......


하도 타이밍이 절묘해서 그런지 좀 어이가 없었고, 앙코르 끝나고 알람이 울렸을 때는 뫼르크도 씩 웃는 것 같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 물론 1차적인 문제는 핸드폰을 안끄거나 매너모드조차(사실 이것도 근처 사람에게는 민폐지만...) 안하는 관람객에게 있지만,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공연장측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공연이 있었던 롯데 콘서트홀 같은 경우에는 핸드폰 안내방송이 사람들이 한창 입장하고 있는 어수선한 시간에 나가는데다가 롯데홀 특유의 잔향이 겹쳐서 유심히 듣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2차적으로 어텐던스가 공연 전에 사진을 찍는 행위 등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재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데 오늘만큼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당장에 내 주위에서도 단원이 입장하고 지휘자가 입장하는데 핸드폰을 대놓고 쓰고 있는 것을 꽤 목격했는데 말이다.


솔직히 누가 공연장에서 민폐를 끼치려고 할까. 클래식 공연장이 익숙하지 않아서, 급하게 오느라, 까먹어서, 그냥 습관적으로 두었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공연 전 안내방송, 어텐던스의 적극적인 안내 한 번이 오늘과 같은 일을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1부>==================================
J.Wagenaar-'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op.25
L.v.Beethoven - 피아노 협주곡 5번 Eb장조 op.73 '황제'(피아노: 예브게니 수드빈)
(Encore: D. Scarlatti, Keyboard Sonata in F minor, K.466)
===========================<2부>==================================
A.Bruckner - 교향곡 6번 A장조
==================================================================

출처: http://electromito.tistory.com/475?category=615397 [Mito the Music Lover]
 op.25
L.v.Beethoven - 피아노 협주곡 5번 Eb장조 op.73 '황제'(피아노: 예브게니 수드빈)
(Encore: D. Scarlatti, Keyboard Sonata in F minor, K.466)
===========================<2부>==================================
A.Bruckner - 교향곡 6번 A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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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electromito.tistory.com/475?category=615397 [Mito the Music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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