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80429]박규희 기타 리사이틀 - Harmonia

MiTomoYo 2018. 4. 3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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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쯤에 최근 일본에서 새 음반을 발매한단 소식을 페이스북엔가 봐서 별 생각 없이 아마존에서 구입을 했었는데, 한국에서도 새 음반을 발매하면서, 동시에 리사이틀도 연다는 얘기를 보고서 오픈일에 바로 예매를 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그게 벌써 1달도 더 된 얘기...


생각해보면 지금껏 기타와는 접점이 없이 살았었다. 기타는 첼로와도, 오케스트라와도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악기이고, 그렇다고 내가 락음악처럼 기타(여기서 말하는 기타는 일렉기타를 얘기하는 거겠지만.. 일단은...)를 사용하는 음악을 그다지 좋아했던 편도 아니었다.


몇 년 전에(블로그를 뒤져보니 2013년 11월에 구입했었더라) 호기심에 구입했던 음반이 이렇게까지 접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해당 음반은 2012년 알함브라 국제 가티 콩쿠르 우승 기념 음반으로 Naxos에서 발매된 박규희의 음반이다. (음반을 왕창 사서 조금씩 듣고 있는 현재, 과거에 샀던 음반은 사실 잘 듣지는 않는 편인데, 이 음반만큼은 종종 들을 정도로 상당히 좋아하는 음반이다.)


여튼 몇 년 전에는 상황이 안되서 리사이틀에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적절하게 시간도 잘 맞아서 갈 수 있었다.


팜플렛부터 줄을 서서 구입하고 심지어는 잔돈이 떨어져 카드로 결제를 한,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도 했었다. 팜플렛은 꽤나 신경을 쓴 느낌으로 곡 설명, 인터뷰, 꽤 많은 사진들, 약력 등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는데, 곡 순서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1부에서 적혀진 프로그램과 다르게 연주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줬기 떄문이다.


===========================<1부>==================================

Ferdando Sor - 에튀드 op.6-11

Miguel Llobet - 페르난도 소르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15

Augustin Barrios Mangore - 왈츠 3, 4번, 최후의 트레몰로, 훌리아 플로리다

Issac Albeniz - 카탈루니아 기상곡, 코르도바, 세비아

===========================<2부>==================================

Alberto Ginastera - 소나타 op.47 (팜플랫 상으로는 2, 4악장만 연주)

Sergio Assad - 발세아나, 작별

Kevin Callahan - 리버 베드

Roland Dyens - 천사의 왈츠, 왈츠 앤 스카이, 열정


(Encore)

Francisco Tarrega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 ? (사골처럼 우려먹는 곡이라고는 했는데, 기타 곡을 많이 아는 것은 또 아니다보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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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주한 곡들이, 그래도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그나마 2부의 Ginastera의 소나타가 좀 어렵게 들리긴 했지만) 곡들이어서 나도 나름대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첫 곡을 연주하고 난 뒤에 마이크를 통해서 곡 소개와 감상 포인트를 설명해주고, 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독주회를 자주 다니지 않다보니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오늘 공연을 좀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Sor의 연습곡이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느낌의 기타 곡이었다면 Miguel Llobet의 변주곡은 바로크의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일의 곡이었다. 비발디의 'La Folia'를 떠올릴만한 부분도 있었다.


Mangore의 곡과 Albeniz의 곡이 원래 프로그램 북과는 다르게 진행된 부분인데, 한꺼번에 곡을 설명해서, 저 곡 순서가 정확한지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설명에 따르면 Mangore는 쇼팽의 영향을 받아 기타의 낭만성을 최대한 살렸다고 하며, Albeniz는 인상주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고 하고 나 역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음악을 들었다. Albeniz의 곡은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Mangore의 곡은 확실히 낭만적으로 들리긴 했다.


인터미션 후에 2부 곡을 연주하기 전에, 기타의 주법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해주었는데, 기타란 악기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던 시간 중 하나였다.

주법을 설명해주면서 '스네어 드럼'도 직접 연주를 보여줬는데, 예상했던 대로 'Gran Jota'의 일부분을 연주해주었다. 얼마 전에 구입한 '스페인 여행'음반에서 해당 부분을 듣고 '오 신박하다!' 했었는데, 실연으로 들어보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전체 곡은 들을 수 없었지만...


2부의 첫 곡으로 연주된 Ginaster의 곡은 '악기 흠집을 낸 주 원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격렬한 곡이란 설명을 해주었고, 설명에 걸맞게 상당히 다양한 테크닉을 사용한 연주를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조율하는 부분을 쓱 흟는 것이었는데, 기타는 정말 악기 전체를 이용해서 무한한 표현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Assad, Callahan, Dyen의 곡은 이번에 새로 발매된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었고, 이미 몇 번 들어봤기 때문에 그래도 친숙하게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Harmonia'가 연주되지 않은 것은 약간 아쉽긴 했지만(앙코르로 연주해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앙코르를 연주하기 전에 '빠른 곡 하나 느린 곡 하나 준비를 했는데 어느걸 할까요? 손?'이라고 물어보긴 했는데, 반응이 처음에는 좀 없었다가, 어떤 분이 "둘 다요!"를 말씀하시면서 결국 느린 곡 하나, 빠른 곡 하나를 메들리처럼 연주를 해주었다.

'사골처럼 우려먹는 두 곡'이라고 말은 해주었는데, 한 곡은 워낙 유명하다보니 알 수 있었지만, 다른 한 곡은 모르는 곡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다고 해서 그런지 관객들이 두 번에 걸쳐서 우르르 나갔는데, 일요일이 막차시간이 빠르고, 다들 사인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아쉽게는 느껴지긴 했다. 좀 더 많은 박수를 받아도 좋았을만한 공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었으면 비슷하게 일찍 일어났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여튼 막차 시간에서는 조금은 여유로운 입장이다보니 느긋하게 나갔고, 뒤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가다 사인을 받았다. 사인회를 연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어떤 걸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좀 했지만, 그래도 이번 리사이틀의 타이틀이 Harmonia니 새로 발매된 음반에 받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챙겨서 나왔고, 아래 사진과 같이 내지에 받을 수 있었다. 사인을 받으면서 사진도 같이 찍길래 나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직원분께 부탁을 드려서 사진도 같이 얻을 수 있었다. (그 사진은 블로그에는 안올릴 생각이다... 헣헣;;;)



기타도 배워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있는 첼로, 리코더에 베이스기타까지, 아무것도 연습을 안하는 마당에 또 하나의 장식품이 될 것 같아서 당분간은 그냥 열심히 레퍼토리나 더 찾아서 듣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


여튼 오늘은 무한하게 느껴지는 클래식 기타의 매력뿐만 아니라 여러 지식들도 곁다리로 얻어갈 수 있었던,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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