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80222]서울시향-율리아 레즈네바의 바로크 음악

MiTomoYo 2018. 2. 23. 00:34
728x90


처음으로 바로크 음악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되어있는 공연을 갔다. 2018년 서울시향 공연일정을 보고 눈을 확 사로잡는 공연들이 몇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사실 공연 프로그램 자체는 전반부의 성악곡, 후반부의 기악곡이고, 전반부가 메인으로 잡혀있다보니 썩 끌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바로크 음악이 그렇게까지 자주 연주되는 편은 아니다보니(관심을 기울이고 찾아보면 또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흥미가 생겨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공연에 늦을 뻔 했는데, 겨우 시간 맞춰서 퇴근하고 부랴부랴 뛰어다니면서 이동한 덕에 다행히 제 시간 안에 도착하긴 했다. 지난 2월 1일에 공연이 있어서 팜플랫을 구입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공연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조차 모르고서 입장을 했다....


여튼 오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지휘는 폴 굿윈이 맡았다.


===========================<1부>==================================
G.F.Handel - 합주협주곡 F장조 op.3-4 HWV.315

G.F.Handel - 오페라 '알렉산드로' 중 '사랑스런 고독이여' & '대기여 샘물이여' & '영혼에 빛나는'

A.Vivaldi -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W.A.Mozart -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서곡 K.588

W.A.Mozart -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중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W.A.Mozart - 오페라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 K.505


(Encore)

N.A.Porpora - 할렐루야

W.A.Mozart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G.F.Handel - 오페라 '시간과 진리의 승리' 중 '울게하소서'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피아노: 미하일 안토네코)

===========================<2부>==================================
H.Purcell - 아더 왕 모음곡 Z.628 중 44, 1, 2, 3, 11, 36, 34, 31a, 40a, 30, 32곡

G.F.Telemann - 수상음악 '함부르크의 썰물과 밀물'


(Encore)

G.F.Telemann - 수상음악 '함부르크의 썰물과 밀물' 中 마지막곡 (feat. 관객들)

==================================================================


앙코르 곡은 인터미션 때 잠깐 안내를 했었는데 카메라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찍어두질 못했다.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공지가 나오면 수정할 예정이다.


시대악기 스타일로 연주할지 아니면 일반적인 스타일로 연주할지부터가 궁금했는데, 오늘의 연주는 시대악기 스타일로 비브라토를 싹 제거한 연주인데다가, 음색적인 측면도 이에 맞게 연주를 해줌으로써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을 했다.


1부의 구성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모양새인데, 먼저 서곡 하나를 연주하고 바로크 시대 아리아를 부르고, 모차르트의 서곡과 아리아를 또 넣어둠으로써 음악사적 측면(바로크->고전시대), 독창자에 대한 배려(서곡을 연주하는 동안 쉴 수 있도록), 관객에 대한 배려(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의미 전달이 안되는 언어로 노래를 계속 부르면 지루해지지 않을까...나???)를 동시에 노린 효과가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헨델의 합주협주곡은 그냥그냥 괜찮았지만, 처음 부분에 앙상블이 잘 맞지 않고 약간 '우다다다'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어서 율리아 레즈네바의 독창으로 바로크 아리아 4곡을 불렀는데, 작곡가들이 무슨 생각으로 곡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악가에게 마치 바이올린이 연주해야 어울릴법한 패시지(특히 비발디의 곡이!)를 무지막지하게 넣어둔 것에 놀랐고, 그걸 또 제대로 소화하는 레즈네바의 가창에 또 놀랐다.


이어서 모차르트의 'Cosi Fan tutte' 서곡을 연주했는데, 아마 오늘 공연들 중에서는 가장 아쉬운 연주력을 보인 곡이 이 곡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모차르트의 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밋밋한 연주에 연주력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레즈네바의 독창으로 모차르트의 아리아 2곡을 더 불렀다. 앞선 바로크 아리아가 살벌할 정도의 기교를 들려줬다면 이번 아리아들에서는 좀 더 감정이 실린 곡들을 위주로 선곡을 했다. 앞선 곡들에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들린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두 번째 곡에서는 미하일 안토네코의 피아노도 가세를 했는데, 피아노의 뚜껑을 살짝만 열어둠으로써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잡아먹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


앙코르는 총 세 곡을 들려주었는데, 세 곡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들려준 오페라 '시간과 진리의 승리'의 '울게하소서'만 아는 곡이었다. 두 번째 곡은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만 있었고..... '울게하소서'는 앞 부분의 독음도 살짝 알고 있었는데, 오늘 레즈네바의 노래는 내가 알던 가사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영어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으음..  (나중에 알게된 바로는 오페라 '리날도'가 아니라 '시간과 진실의 승리'라는 오페라에서 사용된 버전으로, 이 곡이 돌려막기 여러 곡에서 쓰여서 가사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튼 1부를 정리하는 분위기로써는 적절한 선곡들이었다고 생각한다.


2부는 퍼셀과 텔레만의 곡을 연주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바로크 음악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성부에 따라 다이나믹 조절을 하다보니 자칫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는 바로크 음악들이 생동감있게 들렸다. 특히 텔레만의 곡을 연주할 때는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곡에서 발을 구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뭐지?'싶었는데 단원들도 같이 발을 구르는 것을 보면서 텔레만의 유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앙코르곡은 아까 언급한 마지막 곡을 다시 한 번 연주했는데, 지휘자가 별 말 안하고 관객석을 보며 발 한 번 구르고 연주를 하니 관객들이 해당 부분에서 같이 발을 구르는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박수치다 미리 퇴장한 분들은...)


오늘 공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그램 짜임새뿐만 아니라 (몇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연주도 꽤 괜찮아서 상당히 만족스런 연주였다.


공연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1. 1부에서 피아노 뚜껑을 여는 걸 잊어버린건지는 몰라도, 뚜껑을 열기 위해 무대관계자 한 분이 잠깐 무대로 나오는데 관객들은 이 분을 연주자로 착각하고 박수를 보내주었다...

할 일을 마치고 시크하게 오른쪽 문으로 퇴장하는 것을 보고 관객들도 약간의 웃음과 함께 박수를 이어나간 장면이 있었다.


2. 음향으로 한창 언플을 했는데, 정작 롯콘의 음향이 꽤나 좋지 못한 평이 이어져서 그런지 얼마 전에 무대 위 반향판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봤었는데, 2층 왼쪽 사이드는 표현을 하자면 '잔향 제어가 상당히 까다로운 홀'이 된 것 같지만, 예전처럼 '못써먹을 목욕탕 홀'에서는 벗어나긴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음향적인 측면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잘 되려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