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1103]서울시향-아르스 노바 III - 관현악 콘서트(모든 것은 말러에서 시작되었다.)

MiTomoYo 2017. 11. 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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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처음으로 아르스노바 시리즈를 다녀왔다. 어제 야간 작업을 하고 좀 피곤해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A.Berg - 세 개의 관현악곡 op.6

G.Mahler-장송곡

===========================<2부>==================================

H.Abrahamsen - 관현악을 위한 네 개의 소품

A.Hilborg - 바이올린 협주곡 제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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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는 티에리 피셔, 바이올린은 비비아네 하그너가 연주를 했다.


알반 베르크의 곡은 신빈악파의 곡들 중에서 좋아하는 몇 안되는 곡이다. 그렇기에 이 복잡난해한 곡을 실연으로 듣는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의 경우엔 세 곡에 대해 각각의 부제가 붙어있지만(전주곡, 춤곡, 행진곡) 이러한 부제가 붙어야할 이유가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오늘 공연을 통해서 나름대로 그 미스터리가 풀린 것 같다. 2, 3곡에서 앞 부분에 희미하게 쿵짝짝하는 리듬과, 행진곡에 쓰일만한 규칙적인 리듬이 곳곳에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장송곡은 그의 교향곡 2번의 1악장으로 개작되기 전에 완성시킨 곡으로, 사실 들어보면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한 편이지만 편성이 더 작고 극적인 요소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피셔의 해석 자체는 나름대로 괜찮은 요소들이 있었고 특히 클라이막스의 금관악기의 불협화음은 원곡과 비슷한 정도의 포스를 내뿜어서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앙상블이 흐트러진 부분과 금관의 실력부족은 상당히 아쉬웠다. 특히 막판에 같이 등장해야할 트럼펫군이 시간차로 계속해서 나오는 부분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평범했던 1부에 비해서 2부의 연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실황으로 몇 번의 현대음악을 들었지만 이건 뭐지? 싶은 경험이 상당히 많았는데 오늘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쉽게 곡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브라함센의 곡은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인데 거대한 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악기들에게 적절한 음향을 부여해주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곡이 어떻다! 라고 하기가 좀 곤란한데, 그냥 듣다보니 어느새 곡이 끝나있었다. 몇 번 현대음악을 들으면서 음색과 음향이 다채로운 곡들이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오늘 공연의 백미는 힐보리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앞선 곡이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색의 변화가 주를 이뤘다면, 이 곡은 화성적인 변화와 몇 가지 특이한 주법들을 통해서 곡을 이끌어 나가는 편이었다.

처음부터 뭔가 새가 지저귀는듯한 소리가 나서 '뭐지?'싶었는데 현악기의 다채로운 글리산도를 통해서 내는 소리였다. 크게 두 가지 재료를 가지고 곡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하나는 느린 템포에서 화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콜 레뇨, 바르토크 피치카토, 그리고 현란한 독주자의 연주를 통해서 격렬함 표현했는데, 25분 가량의 곡의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나 게임에 삽입되어도 나름 괜찮은 효과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곡들이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여전히 불안한 서울시향의 연주력과 뭔가 음향이 이상한 롯데홀(1바이올린군의 현악기 소리가 초점이 왔다갔다하면서 들려서 참 이상했다...)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꽤나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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