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705]서울시향-카르미나 부라나 1

MiTomoYo 2017. 7. 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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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나 부라나는 아무래도 대편성의 곡이다보니 실연으로는 쉽게 듣기 힘든 곡이다보니 오늘 공연은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반드시 가야할 공연 중 하나였다. 현대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듣기 편할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요소들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가사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아 합창곡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내가 큰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었다. (최근에는 그다지 듣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이브 아벨은 처음 들어보는 지휘자인데, 서울시향과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도 무척 궁금했었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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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ff-카르미나 부라나

(Sop. 캐슬린 김, Ten.김강민, Bar.마르쿠스 브뤼크, 합창단: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가톨릭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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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아벨의 해석은 아무래도 곡의 특성상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 주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케스트라의 디테일은 살짝 아쉬웠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반부에는 타악기군과 금관악기군이 확실히 들릴 정도로 엇박으로 들렸던 것 같았고 6(Tanz)에서 플룻 독주와 팀파니는 서로 엇나가서 절뚝거리는 춤이 되어버린 점은 확실히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가사는 의외로 명확하게(발음의 좋고 나쁨은 잘 모르겠고) 들렸던 점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동안 합창이 들어간 공연을 몇 번 가봤지만 이 정도로 가사가 잘 들린 적은 처음이었다. 일례로 14(In taberna quando sumus)에서 세상 사람들이 술을 들이키는, 숨 넘어갈정도로 빠르게 가사를 읇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도 가사가 명확하게 들려서 무척 놀라웠다. 어린이 합창단 역시 그보다 결코 덜하지 못한 실력을 보여줬다.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성인 합창단에 비해서 훨씬 수는 적음에도 음량이 뒤지지 않았던 점도 놀랐었고...

 

독창자의 경우 소프라노였던 캐슬린 김은 놀라울 정도로 잘했다고 생각하고, 바리톤은 좋았던 부분도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테너는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 곡에서 소프라노의 역할은 사랑에 빠지는 젊은 여성을 맡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적절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특히 22(Dulcissime)에서의 고음부분은 절정에 걸맞는 대단한 가창을 들려줬다.

바리톤의 경우 곡 전반에 걸쳐서 활약하는 만큼 파트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바리톤이 처음 등장하는 4(Omnia sol temerat)에서는 부드러운 가창을 들려주었는데 한 편으로는 2(In Taberna)에서도 똑같은 느낌을 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11(Estuans interius)에서는 걱정했던 부분이 일어나서 무척 아쉬웠다. 술집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이 부르기에는 평온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뚫고 들리지 못한 탓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술취한 수도원장이 되어 노래를 부르는 13(Ego sum abbas)에서는 전혀 다른 노래를 들려줘서 깜짝 놀랐다. 정말로 맥주에 거나하게 취해서 아무렇게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앞선 곡에서 좀 더 분노를 표시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진한 아쉬움도 함께.... 후반부는 워낙 캐슬린 김의 독창이 인상적이어서 딱히 뭔가 생각이 나진 않았다. 적어도 '이건 뭔가 아닌데...' 싶은 느낌은 없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테너는 단 한 곡-12(Olim lacus colueram)을 위해서 등장하는데, 이 곡이 무지하게 가사가 슬프면서도 웃긴 곡이고[각주:1] 반주와 노래도 무척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내용 자체가 워낙 아이러니하다보니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가 어려운 곡인데 개인적으로 크게 감흥을 받기는 힘들었다. 카운터테너여서 팔세토 자체가 듣기 싫은 정도(대표적인 예로 Naxos에서 출반한 음반의 경우 거의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노래를 불러 듣기가 영 좋지 않다.)는 아니었지만 백조가 느끼는 공포, 혹은 곡 전체가 주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 그 어느 쪽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괜찮았던 공연이었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안무까지 곁들인 공연(원래 그런 용도로 작곡 되었고, 다만 작곡가가 무대 연출 자체는 연출가의 마음대로 구성하라고 했다고 하니)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다음 공연은 뭘 볼지 좀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연초에는 9/8에 있는 공연을 볼까 계획을 해두었는데, 그 전에 혹시 마음에 드는 공연이 있다면 그걸 들으러가야 할 것 같다.


  1. 백조가 사람에게 붙잡혀 화로에서 구워지고 사람에게 먹히는 순간까지를 '백조의 입장'에서 이야기 한 것이 이 곡의 가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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