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내맘대로공연리뷰

[20170622]서울시향-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 II: 브루크너와 슈만

MiTomoYo 2017. 6. 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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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문득 생각나서 확인해보니 며칠 뒤에 공연일이란 것을 알고 부랴부랴 인터파크를 확인했다. 다행히 좌석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부>==================================
R.Schumann-첼로 협주곡 a단조 op.129
앙코르 - 
M.Rostropovich-모데라토
J.S.Bach-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랠류드
===========================<2부>==================================
A.Bruckner-교향곡 7번 E장조
=================================================================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이다. 슈만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만큼 곡을 잘 연주하기 어려우며 테크닉도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고등학교 때 실황을 통해서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땐 '대체 이게 무슨 곡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오늘 공연은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닐테지만.....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런 연주였다. 3악장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야 원체 어려운 부분이다 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게르하르트의 첼로의 느낌은 하렐이나 뫼르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굉장히 거침없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이는 서정성이 드러나는 2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렇다고 곡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느낌도 아니어서 이색적으로 들렸다. 이런 느낌이 극대화된 부분이 게르하르트와 오케스트라 첼로 솔로가 같이 연주하는 부분이었는데 서로 화음을 연주하면서도 다른 음색 덕분에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반주는 무난했는데 좀 더 극적인 느낌을 줬으면 괜찮았을 것 같단 아쉬움도 있었다.

앙코르로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모데라토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였는데, 로스트로포비치의 곡은 소련 특유의 느낌과 동시에 어려운 기교를 선보이는 재미있는 곡이었다. '슈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던 게르하르트의 설명도 있었는데 곡의 분위기는 그의 말대로 약간 다르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들렸지만. 바흐의 곡은 나도 가끔씩 연주를 하다보니 주의깊게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운궁법과 운지법이 내가 배운 것과는 꽤 상이했다. 지금 쓰는 운지가 개인적으로 잘 안맞는 부분도 있는데(예전에 원포인트 레슨으로 이 곡을 배워서 지금은 그 운지를 기반으로 연주하는 중)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단 생각도 들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데 이제서야 실황으로 처음 들어보게 된다. 브루크너야 워낙 판본 문제가 복잡하기에 판본에 따라서도 이 곡을 들으러 갈까 말까 싶을 때가 있는데 (만약 5번 교향곡을 샬크 판본 연주한다면 죽어도 들으러 갈 생각이 없다.) 7번의 경우엔 그런 요소가 덜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런 고민을 할 여지는 적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2악장의 타악기는 판본보단 지휘자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보니......) 오히려 걱정되는 점은 지난 4월에서도 느껴졌던 연주력 문제. 특히 금관의 비중이 높은 곡인데 계속해서 삑사리가 들리면 좋게 들릴리 만무하니.......
슈텐츠의 브루크너는 꽤 괜찮았다. 특히 놀란 부분은 현파트 쪽이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현은 죽도록 트레몰로만 하는 교향곡인데, 오늘의 연주에서는 현의 표현력이 무척 멋있게 들렸다. 
1악장 처음에는 약간 응집이 안되는 듯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1악장에선 전체적으로 큰 템포 변화는 없는 편이었고, 아무래도 그런 연주를 많이 들어온 내게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아쉬운 악장은 2악장이었는데, 이 악장에서 가장 크게 활약해야 할 바그너튜바(브루크너가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특별히 이 악기를 추가한 만큼, 음악적인 부분을 빼더라도 중요한 악기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가 특히 아쉬웠다. 약간 소리가 뚫고 나오지 못하고 무대에서 머문다는 느낌? 이었다.
여담으로 오늘 공연에서는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이 등장 했는데, 음반으로 들을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실연으로 들으니 없는 편이 개인적으로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니 추모하는 음악에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3악장은 트리오의 템포가 빠른 편이었는데 늘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회사 끝나고 바로 오다보니 서서히 체력적으로 부담도 느껴져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또한 가장 응집력이 높았던 악장도 3악장이었다.

4악장은 그 동안 들어왔던 음반과는 가장 이질적이었다. 브루크너 교향곡에서는 왠지 급격한 템포의 변화는 잘 어울리진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오늘 연주 역시 내게는 적응이 되진 않았다. 그냥 이것은 취향차이인 것 같고 연주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오늘 교향곡 연주에선 1부에 협연을 했던 게르하르트가 같이 연주를 했다고 했는데 그 긴 곡을 연주하는 동안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나름 발견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지금껏 슈텐츠의 연주는 상당히 괜찮은 연주가 많았고, 기회가 되면 슈텐츠의 지휘를 좀 더 자주 들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공연은 7월 초에 있는 서울시향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들으러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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